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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관리의 오래된 미래 일본

치매관리 이제 치과가 앞장선다-2
인구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 ‘초고령 국가’
치의가 구강치료부터 영양상태까지 총 관장

현재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 환자. 2025년 치매 예상인구는 100만 명에 이르고, 이 추세대로면 2040년께에는 200만 명을 넘어설 거라는 게 정부의 통계다. 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50년 43조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말 그대로 ‘치매의 저주’다. 하지만 그동안 치매와 관련한 담론에 치의학이 개입한 적은 없었다. 무수한 논문과 연구가 ‘구강건강→치매’의 경로를 증거하고 있지만, 치매와 관련한 전신치의학 담론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이와 관련 치협은 치매관리와 예방에 치과계가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한 단초를 마련하고 ‘치매 예방 및 관리를 위한 구강건강정책TF’를 발족했다. 본지는 전신치의학의 관점에서 치매와 치의학의 상관관계를 밝히고, 치과의 역할을 조명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2009년에 일본 개호노인보건시설인 ‘이즈미노사와’를 방문했을 때, 안내된 입소서비스 항목에 특이하게도 구강케어, 수분보급이라는 서비스 목록도 적혀 있는 것을 보고 큰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이 기관의 시설장은 치과의사였는데, 이 기관은 욕실을 통하지 않으면 식당으로 출입을 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서 식사 전 입을 움직이는 운동을 해야하고, 식사 후에는 반드시 양치질을 해야만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돼 있었어요.”

노인문제에 있어서는 일본은 대한민국의 ‘오래된 미래’다. 일본은 지난 2006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돌파하면서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2035년에는 고령화율이 33.4%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현재 65세 이상 인구는 27.5%로 추산된다. 이렇게 표현하면 더 쉽게 와 닿는다. 전 국민 10명 중 3명이 65세 이상. 일본의 인구는 (2016년 현재) 1억 2670만 명이니까 약 3500만 명 이상이 고령자라고 보면 된다.



일본 정부와 일본 치과계는 이러한 상황을 대비하고 오래 전부터 노인을 대상으로 한 구강관리서비스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기사 첫 머리에 언급한 이즈미노사와 기관의 경우, 치과의사 시설장의 유별난 철학이라고 치부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일본 개호보건시설은 노인 건강의 출발점을 ‘구강’에 두고 있다. 박미애 수원시행복정신건강센터 부센터장은 일본 개호시설을 둘러보고 시설장과의 인터뷰도 진행했는데, 당시 해당 시설(이지미노사와)의 시설장은 “구강위생에 신경을 쓴 이후부터 폐렴이나 순환기계통의 질환이 현저히 줄었고, 전반적으로 노인들의 신체건강이 향상됐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 구강 신경 쓰자 전신건강 좋아져

손미경 조선치대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현재 치아 상실과 관련해 씹는 기능의 정도와 인지장애 등 치매 간의 상관관계에 대해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와 더불어 치과의사의 역할론도 굳건히 정립된 상태다. 치매관리에 있어 치과의사는 보조자나 주변자의 역할이 아니라 주도적으로 개입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손미경 교수는 “경증에서 중중도로 악화되는 인지증 장애(치매) 노인의 경우 치과의사가 개입해 적극적으로 관리 및 치료를 수행하는데, 시설 및 재택 방문진료를 통한 진단, 치료와 동시에 치아상실 및 질환으로 인한 저작장애 치료, 인지장애 및 근육 민감도 저하에 의한 삼킴 장애(섭식연하장애), 영양 보충 치료 등 많은 부분에서 치과의사가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대한여자치과의사회(회장 박인임 ·대여치)가 지난해 일본 노인요양시설의 구강보건서비스에 대한 실태조사를 목적으로 일본 도쿄도의 일본노인요양시설인 ‘난요우엔’을 방문, 현장의 분위기를 전한 것도 이런 일본 치과계의 노력들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김수진 대여치 부회장(치협 보험이사)이 전한 현장의 분위기를 압축하면 이렇다.

도쿄도 스기나미 구에 위치한 개호노인보건시설 ‘난요우엔’은 현재 75세 이상 600여 명이 생활하는 대형 시설로, 일본치과대학에서 일주일에 두 번 이 시설을 찾아 방문진료를 진행한다. 스케일링, 치태조절, 구내염 치료, 틀니 조정 등 일반적인 진료와 더불어 눈에 띄는 것은 ‘섭식연하장애’에 대한 치과의사의 역할.

일본치과대학 의료진은 섭식연하장애를 지닌 치매 환자 및 노인을 위해 재활훈련과정 전반에 개입하고, 방사선 투시법을 이용해 진단을 실시하는데, 이를 통해 치과의사가 직접 환자 보호자나 요양소 내 영양사, 관리사에게 환자의 상태에 맞는 음식물의 종류, 점도와 성상, 섭취 방법 등을 교육한다. 구강건강 뿐만 아니라 영양상태와 전신건강의 영역까지 치과의사가 관장하는 셈이다. 부러운 지점은 이런 일련의 진단과 치료가 보험적용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30년 넘게 재택진료를 진행하고 있는 일본의 키리하라 진코 박사는 “환자가 나이가 들거나 병에 걸려 진료실로 내원이 불가능하게 되어 자연스레 시작했다”면서 “방문진료는 사실 수입에 크게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평생환자를 당연히 케어해야 하는 게 치과의사의 역할”이라고 말을 보탰다.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치과의료서비스는 현재 치아우식유병률이 낮아지고, 인구가 고령화된 만큼 치과가 일종의 거점연계센터로 가정과 의과의료기관 또는 개호보험시설을 연계해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향후 일본이 추진하고 있는 ‘지역완결형 의료시스템’의 틀 속에서 치과는 지역포괄지원센터로서 고령자 케어의 거점으로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인터뷰/하루카 토하라 도쿄의과치과대학 교수===========================

“치과 진료목적 완전히 바꿔야 한다”

일본 재가방문진료의 전문가인 하루카 토하라 교수(도쿄의과치과대학)는 “어쨌든 (치매환자 및 노인 맞춤진료를)시작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현재 담론 수준에 머물러 있는 치매환자 진료를 치협 차원에서 육성하는 것에서부터 치과의사 및 국민의 의식 역시 ‘치과의사=치매관리 전문가’로 계도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토하라 교수는 대학병원 소속이지만, 그의 진료실은 병원이 아니라 환자의 집이나 시설이다. 방문진료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일본에서도 그는 손꼽히는 연하섭식장애 전문가다. 그는 “노화의 관점에서 보면 이제 치과의사들은 진료의 목적을 치매 환자의 영양결핍증이나 흡인성 폐렴에 맞추고 진찰해야 한다”면서 “경험이 풍부한 치과의사들은 그들의 영양상태를 돌보거나 삼키는 문제(연하섭식)에 집중하고 진료의 범위를 넓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토하라 교수는 치매관리와 관련, 협회가 나서 전문인력을 육성할 필요가 있으며 사업 초기에 발생하는 각종 편견과 갈등의 문제도 고려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15년 전 방문진료가 일반적이지 않았을 때, 다수의 치과의사들은 우리를 비웃기도 했지만 결국 시간이 흘러 그들과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었다. 해당 지역의 치과의사협회에서 소수일지라도 전문가를 육성하는 일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촉탁의제도와 관련해 곱씹을 만한 대목이다.

그러면서 그는 “섭식연하장애를 치료하는 데 있어서 여전히 이비인후과의사들과의 갈등이 있지만, (치매환자들이 흔히 겪는) 삼킴장애와 관련한 치과의사의 역할은 필수불가결하다. 시작 단계에서 이런 갈등들도 고려할 요소가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