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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치과, 의료광고 그리고 의료윤리

시론

#1. 치아교정 66만원… 8억 챙겨 야반도주한 강남 치과

‘치아 교정을 저렴한 가격에 해준다’며 환자들로부터 8억 4000만원의 진료비를 미리 받은 뒤 병원을 폐업하고 잠적한 치과 실소유자 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의사가 아닌데도 월급쟁이 의사를 고용해 속칭 ‘사무장 병원’을 운영했다(2017.3.22. 조선일보).

#2. 이벤트 치과 먹튀 사태, 책임지지 않는 사람들

지난 7월 18일 서울 강남 신사동의 화이트치과에 환자 100여명이 항의 차 방문했다. 조세인 원장이 3주간 갑자기 휴원을 한 것도 모자라 7월 17일부터 병원에서 환자들과 의사소통하겠다는 약속을 깨고 모습을 감췄기 때문이다. 피해자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다. 치과 교정시술의 경우 장기간에 걸쳐 치료이기 때문에 재개원 할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2017.8.6.경향신문).

이런 기사를 접하면서 그 병원에 관여했던 원장이나, 고용의사들의 비윤리적인 행태에 대해 비난과 질책을 하게 된다. 그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며 윤리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윤리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윤리는 도덕과 비슷한 뜻으로 사용되지만 도덕은 실천적인 의미에서, 윤리는 이론적인 느낌이 강하다. 윤리란 사람이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하며 더 자세히 표현하면 당위적 명제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명제라는 것은 주어와 술어의 합이며 존재자와 그 존재자의 상태를 언어로 묘사한 것을 말한다. 이 세상의 모든 명제는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술어가 ‘- 이다’라고 끝나는 것과 ‘-해야 한다’라고 끝나는 것이다. 술어 형태에 따라 전자를 사실명제라 하고 후자를 당위명제라고 한다. 사실명제를 탐구하는 학문이 과학이고 당위명제를 탐구하는 학문이 윤리이다. 사실명제는 항상 참과 거짓을 구분이 가능하지만 당위명제는 참과 거짓을 구분하기는 쉽지 않다.

윤리라는 의미를 보는 방향에 따라 의무론과 목적론으로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는데 의무론은 의무나 도덕법칙을 준수하는 행위를 윤리로 보는 것이고 목적론은 이익을 창출하는 행위를 윤리로 보는 것이다. 의무론을 대표하는 철학자는 칸트이며 도덕적인 법칙들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윤리의 절대법칙을 찾으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 ‘정언명법’이다. 쉽게 해석하면 ‘네가 개인적으로 하는 일이 동시에 모든 사람이 해도 좋은 일이지 생각하고 행동하라’는 것이다. 목적론적 윤리설을 대표하는 사람은 영국의 벤담과 밀이며 공리주의를 기본으로 행위의 결과가 이익과 행복을 만들면 그것이 윤리라는 것이다.

이런 이론적인 의미에서 먹튀치과에서 보여준 행태는 모든 사람이 하면 좋은 일이 아니며 이런 행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이익과 행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에 비윤리적이라는 결과를 얻게 된다.

그럼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며 윤리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일반 윤리와 달리 의료인으로서 지켜야 할 의료윤리란 환자를 중심으로 지켜야 할 전문성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해결책이 쉽지는 않다.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은 의료를 상품으로 생각하는 의료 상업화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요사이 많은 사람들은 물건을 살 때 인터넷을 통하여 가장 싼 물건을 고르게 된다. 같은 물건 일때는 비싼 물건보다는 저렴한 물건을 사는게 합리적이다. 판매자의 입장에서 이 가격을 더 낮추기 위해서는 원가 절감이나 대량생산을 해야 한다. 의료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산품처럼 대량생산 등으로 치료비를 지나치게 낮출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싼 치과를 찾는 환자를 유인하는 일부 의료인들의 과대, 허위, 저가 이벤트 광고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환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광고 심의가 완화된 상황에서 이런 불법 광고를 하는 치과는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8월 8일 보건복지부는 지나친 환자유인 행위를 하거나 거짓, 과장 광고를 한 의료기관 318곳을 적발하고 법령에 따라 조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특히 광고 중 88%가 환자유인 광고였으며 비급여 50%이상 가격 할인, 가족 친구 치료 시 혜택, 각종시술 끼워 팔기, 선착순 할인에 관한 것 이었다.

싼 진료비로 양질의 치료를 해 줄 수 없음에도 무료나 과다한 할인으로 환자를 유인, 유치하려는 의료인이 있는 한 제2, 제3의 먹튀치과로 인한 환자의 피해가 계속 될 것이며 대부분의 선량한 의료인에게도 환자의 불신과 선의의 피해가 전가 될 것이다. 환자들이 의료를 가격으로 비교 선택하기 보다는 치료결과의 질로 올바른 치과를 선택하도록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한치과교정학회에서 10월 정기 학술대회기간 배포할 의료광고 가이드라인 책자나 최근 서울 지하철내부에 서울치과의사협회 명의로 ‘올바른 치과 선택요령’ 관련 홍보물은 좋은 시도라 생각되며 이와 같은 홍보가 여러 매체를 통하여 확대되길 기대한다.

치과계의 경영환경이 어렵더라도 환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치과를 선택할 수 있는 합법한 광고를 통하여 국민의 구강건강을 책임지는 전문 직업인의 신뢰를 높이고 자긍심을 높일 수 있는 치과계의 제도적 방안과 규제가 필요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황충주 교수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교정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