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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과 요트

Relay Essay 제2250번째

이상하게도 저는 바다를 참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바다를 항해하는 요트에 대한 로망이 어렸을때 부터 있었던 것 같습니다.

치과대학 입학 후 나중에 개업해서 돈을 벌면 요트를 사야겠다는 생각을 계속해왔었습니다. 개업 10년차 가 된 2015년 절위한 인센티브로 그 동안 조금씩 따로 모아두었던 자금을 요트구입에 과감하게 썼습니다. 이탈리아의 요트 전문회사인 Azimut(세계 유명 인사들이 소유하고 있는 최고급 요트회사)의 특정요트(물론 제일 작은 걸로)가 전시된 김포 요트 전시장에서 요트를 보고 한눈에 반했습니다. 그래서 주말마다 이 전시장에 가서 꼼꼼히 체크하고 정말 내가 원하는 것인지 몇 번이고 확인하였습니다.

정말 눈에 아른거려서 잠이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돈입니다. 이런 전시장에 전시된 요트들은 기본적인 브로커 비용과 부가세, 기존 전시 임대비용까지 모두 소비자가 부담하여야 합니다. 그 비용이 실제 이탈리아에서 사는 비용과는 꽤 차이가 많이 났습니다.

결국 이탈리아 Azimut 회사에 직접 전화해서 아시아 브로커와 연결하여 새 요트를 직구를 하게 되었습니다. 큰 덩치로 인해 자동차 구입과는 달리 엄청난 연결비용과 중간 부대비용이 발생되었고 배송에만 거의 두달 정도 걸렸습니다.(배송비만 2000만원 정도 소요됩니다.)

2015년 7월 9일 드디어 저의 요트가 부산 신항에 도착한 후 서울 여의도 마리나로 배송되었습니다. 10년 동안 개업하면서 휴가도 가지 않고 하루도 쉬지 않았지만 그 날은 과감하게 병원 문을 닫고 아침 6시부터 마리나에서 기다렸습니다. 멀리서 하얗게 램핑된 거대한 요트가 오는 순간… 글쎄 그 느낌은 느껴보지 않은 분들은 모르실겁니다.

도착한 배의 랩핑 커버를 벗기고 기름을 넣고 크레인(100톤)을 통해서 배를 들어서 한강에 하거한 이후 배 연수 교육을 받았습니다. 여의도에서 압구정까지 배를 운전하면서 강바람을 가르는 느낌과 요트의 엔진음은 그 어떤 스포츠카와도 비교가 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접안(docking:주차)입니다. 12미터가 넘는 배를 좁은 공간에 후진으로 주차한다는 건 정말… 헉.

직구를 했기 때문에 브로커를 통한 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없었기 때문에 아마존에서 요트 정비 및 관리에 대한 영문서적을 구입해서 한 달간 탐독했지만 그래도 실전은 역시 달랐습니다. 그로부터 약 3개월동안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서 요트가 정박된 서울마리나에 출근해서 모든 전기장비, 하부 구조를 해체해가면서 배에 대해서 공부하고 바로 병원으로 출근하였습니다.

새 차 사면 처음에는 외장관리를 위해 온갖 세차 용품을 구입하고 손수 닦아내죠. 그런데 이건 12미터의 배고 항상 외부에 노출된 상황이기 때문에 한번 세차하면 생고생이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정말 잘 샀다는 생각과 엄청난 애착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2년이 지나면서 배 운전은 솔직히 한강에서는 발로 운전할 정도로 능숙하다고 자부합니다. 작년에 인천 앞바다를 통해 전곡 마리나까지 혼자서 편도 5시간 운항을 해 봤습니다. 해무가 낀 상태에서 수심 30미터가 되는 고요한 바다를 혼자서 운항한다는 것은 정말 모험이었습니다. 전곡에 도착하고 난 이후 “이래서 바다가 좋아” 라는 생각에 그날 전곡에서 저 배를 가르쳐주신 선장님과 소주한잔 기울이고 잠을 청했고 다음날 안전하게 다시 돌아왔습니다.

금년에는 초등학교 동창 10명과 같이 인천 영종도에 있는 왕산마리나가 개장한다고 해서 1박 2일로 다시 한 번 가보았습니다. 인천 앞바다에서 마주하는 바다 노을은 그 어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이었습니다.

병원 운영하면서 또 이번에 새로 작업하는 석션 자동 로봇을 제작하면서 너무 스트레스를 받을 때 요트를 끌고 나가서 한강다리밑에서 정박하고 갑판에서 한숨 청하면 모든 시름이 자동으로 잊혀집니다.(이번 석션 자동 로봇의 디자인도 사실은 이런 요트의 아름다운 선에서 영감을 받아서 디자인 작업을 하였습니다.) 서울이 아름답다는 것은 요트를 타고 한강중간에서 도심야경을 보면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저는 특히 저희 집 앞에 있는 잠수교 근처의 세빛섬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지인들을 초대해서 저녁식사를 캐터링해서 이 세빛섬 앞에서 정박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걸 참 좋아 합니다. 노을지는 모습과 야경 그리고 요트에서 먹는 식사는 훨씬 더 맛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었습니다.

나이가 한참 더 들어 은퇴하게 되면 강가에 집을 짓고 바로 앞에 정박된 요트를 끌고 배고플 때마다 낚시가서 식사는 자급자족할 거라고 생각하면 참 행복합니다.


곽호정 압구정 테라스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