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아들
할아버지는 농부셨다. 젊은 시절 아버지는 농사를 짓기 싫어 도시로 나가 취업을 하고 마치 한량 처럼 지내셨다고 한다. 초등학교 때로 기억한다. 밭에서 여러 가지 나무를 가꾸시던 아버지와 어머니. 뜨거운 햇살 때문에 난 잘 찾지 않았지만 집에 동생과 있다 보면 자연스레 밭으로 나가 아버지를 찾곤 했다. 이후 아버지는 직장 관계로 밭일은 하지 않으셨지만 가끔 텃밭을 가꾸고 싶다는 얘기를 하시면서 할아버지 얘기도 함께 해주셨다. 지금은 연세가 드셔서 일을 하지 않는 아버지도 늘 얘기하셨던 텃밭. 아버지는 몇 년 전 집 근처 한적한 곳에 텃밭을 만들어 시간만 나면 밭에서 이것저것 키우시며 시간을 보내신다. 봄이면 거름을 주어야 한다. 아버지의 호출이 떨어지면 어디라도 달려가 아버지의 일손을 도와야 한다. 사실 아직 난 밭이 그렇게 좋지는 않다. 수확물을 확인하려면 꽤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때가 되면 거름에 모종에 잡초도 뽑고 약도 쳐야 하고, 이것저것 손이 많이 가는 농사일은 나에겐 많이 버겁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거든 채소며 과일이 수확돼 밥상에 올라오면 이런 버거움은 곧 즐거움으로 변한다. 수확의 기쁨이 이런 것일까. 언젠가 아버지는 혼잣말처럼 복숭아나무는
- 김도훈 오라픽스 차장
- 2016-08-12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