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보다 쓴 맛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던 인턴 시절이었다. 공휴일에 당직을 서다가 동료가 잠시 자리를 비워 혼자 외래를 지키고 있었는데 웬 낯선 사람이 외래로 들어왔다. 공휴일이라 올 사람이 없었기에 어리둥절하던 와중에 알고 보니 그 사람은 갑자기 임시공휴일이 지정되는 바람에 약속이 변경된 줄 모르고 찾아온 환자였다. 환자 약속관리는 보통 데스크의 보조 인력들이 전담하던 일이라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아보겠다고 여기저기 전화를 했지만 별 수 없었고, 그 날 진료가 불가능 하다는 사실을 전하자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환자는 반말로 짜증 섞인 불만을 나에게 쏟아내었다. 적당히 죄송하다고 하고 좋게 마무리 되었으면 좋았으련만, 내 잘못이 아님에도 당직을 서고 있다는 죄로 욕을 먹고 있어야 하는 게 억울해서 욱 하는 마음에 한마디라도 한다는 게 “왜 자꾸 반말로 그러세요”라고 말을 끊었다. 순간 그 사람은 겸연쩍어 하며 존댓말로 대화를 마무리하고 돌아갔지만, 그게 마무리 된 것이 아니라는 걸 다음 날에 알 수 있었다. 다음날은 종일 수술방에서 수술 어시스트를 하고 있었는데 오후 수술이 끝날 때 쯤 수술방으로 전화가 왔다. 어제의 그 환자가 찾아와 내 사과를 받기 전까지는
- 이주영 부산대치과병원 전공의
- 2017-09-28 10: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