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룡유회(亢龍有悔)
세상에 태어나 배우며 자라서 사회의 기관차 역할을 한 다음, 나이 들면 후진에게 자리를 넘겨주고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이 인간이다. 따라서 역사는 세대교체의 기록이요, 정치가 원활한 세대교체와 인류 보편적 가치의 증진에 기여한다면, 이는 허업(虛業)이 아니라 인류사회에 대한 값진 봉사다. 반대로 정통성 없는 집권은 값비싼 사회적비용을 치른다. 영조의 52년 장기집권은 자식을 뒤주 속에서 굶겨 죽이는 사도세자의 비극을 불러왔고, 평양 20대 애송이의 3대 세습은 피의 숙청과 폭압통치로 이어지고 있으며, 국민합의나 선출과정을 건너 뛴 신군부는 사회혼란은 물론 훗날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그러나 탐욕으로 출발한 정권도 최소한 ‘반면교사’라는 기여는 남겼고, 적어도 세대를 거스르는 악수(惡手)를 두지는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임이 현직을 좌지우지하려는 악수는 예외 없이 실패하는 것이다. 정권의 정점에 선 대통령은 최고급 정보와 통치수단을 독점한다. 그 눈에 취임을 앞둔 후임자는 한심하기 짝이 없다. 그런 때는 자신의 ‘초짜’시절을 상기하라.못 다한 일에 대한 아쉬움이 태산 같아도 이미 자신의 소임은 끝났으니, 미련 없이 입 다물고 물러나 후임자의 출발을 도와주는
- 임철중 치협 전 의장
- 2016-01-18 1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