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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만의 전문의 시험의 소회(所懷 마음에 품고 있는 회포)

기고

내가 전공의 과정을 마친지가 25년도 더 지났지만 난 그날 아침 덕수고등학교 앞에 서 있었다.

시험을 보지말까 끝까지 고민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시험장앞에 서 있는 내가 대견 스러웠다.

개업한지 20년이 넘어 이제 매너리즘에 빠져 처음 개업하고 첫 환자를 봤던 그 기대와 설레임은 어디에도 없고 언제 이 고생이 끝나나, 언제 나 한가하게 여행이나 하며 팔자 좋게 지내볼까하는 나태하고 불성실한 내가 되어 있었다.

처음에 의국에서 시험대비 논문 목록이 왔을때 이 메일을 열어 보지도 않고, 나에게 전문의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하며 회의적은 생각을 가졌었다. 이제 하나 둘씩 은퇴하는 동기들을 바라보며 나는 언제쯤 은퇴하나, 은퇴나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전문의 시험은 나에게 무의미한 일로만 생각되었다.

이렇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던 차에 국시원에서 시험응시를 알리는 문자를 보고, 나도 모르게 그냥 시험이나 한번 봐 보자 하는 마음에 전문의 시험에 응시원서를 접수하게 되었다.

이렇게 응시원서를 접수하고 보니 이제 밀려오는 걱정이 태산이었다. 날마다 시험 보는 꿈을 꾸게 되고, 꿈에서 내가 모르는 문제만 잔뜩 나와 매번 시험을 망치는 그런 꿈을 꾸기 일쑤였다. 걱정으로 하루 하루를 보내다 교과서를 구입하고 저널을 읽으며 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부 안한지가 너무 오래되서인지 잘 외워지지 않고 진도는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학생 때 봤던 교과서를 보고 무얼 배울 수 있을까? 고리타분한 내용이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 봤는데 교과서에는 내가 그동안 임상에서 고민스러웠던 문제들이 명쾌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렇게 주옥 같은 내용이 교과서에 다 있다니 정말 즐거웠고 나도 모르게 교과서를 정독하게 되었다. 많이 부족하고 교과서도 다 보지 못한 상태에서 전문의 1차 시험을 보게 되었다.

덕수고등학교에서 1차 시험을 마치고 많이 부족한 하지만 60점은 나왔을 것 같은 생각에 감사하고 여수로 내려가는 KTX 안에서 교과서를 펼쳐 보았다. 그리고 다시 이제는 정말로 최선을 다해 2차 시험 공부를 그날부터 시작했다. 새벽 1~2시까지 공부하고 주간에는 진료하고 정말 수험생 모드로 열심히 공부했다.

독수리는 70년 까지 살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독수리가 40살 정도가 되었을 때 어려운 결정을 해야만 한다고 한다. 그 나이가 되면 발톱이 안으로 굽어져 먹이를 잡기 힘들어지고 부리는 가슴쪽으로 구부러지고, 날개도 약해지고 무거워지며 깃털들이 두꺼워져 나는 것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큰 짐이 된다는 것이다.

이때 독수리가 선택할 수 있는 두 가지의 길이 있다.

하나는 죽음이고 또 하나는 고통스로운 과정인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직면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독수리는 고통스러운 과정인 환골탈태를 하기위해서 6개월 정도의 아주 긴 시간동안 산꼭대기에 올라가서 절벽 끝에 둥지를 틀고 전혀 날지 않고 둥지안에 머무른다. 이때 자신의 부리가 없어질 때 까지 바위에 대고 친 후 새로운 부리가 날때까지 오래 시간을 기다리고 또 부리가 나면 발톱을 하나 하나 뽑아내고, 새로운 발톱이 나면 낡은 깃털을 뽑아낸다.

이렇게 6개월이 지나면 독수리는 새로운 생명을 얻어 30년을 더 비행하고 현역으로 날수 있는 것이다.
우리 치과의사의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환골탈태 하지 않으면 죽는 독수리처럼 치열한 경쟁속에서 우리도 변하지 않으면 도태되고 억지로 떠밀려 은퇴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환골탈태 하는 독수리처럼 우리도 낡은 생각, 낡은 지식, 낡은 습관을 뿌리 뽑고 새롭게 공부하고 운동하며 자기 관리에 최선을 다해 앞으로 30년을 더 창공을 날아 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자세야 말로 자기자신에 충실하고 자기병원을 찾는 환자에게 충실하고 사회와 국가에 충실한 삶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환골탈태야 말로 우리의 숙명(宿命)이요, 예(禮)인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신정일 여수예치과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