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창간기획> 치과의사, 예비 치과위생사 나의 면접기

동상이몽 인터뷰

 

구인난  자유는 언제쯤
직원 못구해
개원 날짜도 미뤄

업무 범위 재설정
인력 확대 등
근본적 대책 필요


“치과위생사가 치과를 면접 본다고 하죠? 그 말 농담만은 아니네요.”


마흔 넘은 나이에 2년 전 늦깎이 개원을 한 김현정 원장(가명). 서울의 중심도, 변두리도 아닌 2호선 라인의 저 어디쯤 치과를 냈다.     


그는 사실 개원 이전부터 구인 때문에 애를 먹었다. 인테리어를 하고 장비와 기자재 세팅까지 모두 마쳤는데, 정작 직원이 구해지지 않아 예정했던 개원 날짜를 3주나 미루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나 그것은 지난한 기다림의 시작이었다. 4명 정도의 스탭이 필요한데 여러 이유로 사람들이 들고 나면서 구직자 부족으로 항상 1명이 모자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현정 원장은 “면접을 보는 단계까지 가는 것조차 쉽지 않다. 어쩌다 면접을 보면 어디서 얘기를 들었는지 여러 치과의 장점만을 모은 요구사항을 얘기하기도 한다. 특히, 신입 치과위생사가 그런 얘기를 할 때는 답답하다”며 “어떻게든 치과위생사만으로 스탭을 구성하려 하는데 이 원칙을 바꿔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면접 보러 오다 치과가 멀어서 다시 돌아간다는 연락을 받는 황당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개원 경력으로만 보면 초보인 김 원장이 치과위생사만 고집하는 데는 개원 전 강남의 잘 나가는 대형치과병원에서 오랜 시간 페이닥터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현정 원장은 “치과위생사가 할 수 있는 업무범위나 임상에 대한 이해도 등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일반 동네치과에서도 이런 시스템을 계속 고집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며 “치과임상에 필요한 절대적인 치과위생사 인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예전 병원에 있을 때도 스탭 구인은 항상 ‘현재 진행형’이었다. 일단 대형치과병원은 보통 연말에 공채를 통해 갓 졸업한 치과위생사들을 뽑곤 하는데, 여기도 1년을 채 못 버티고 나가는 인원이 70~80% 수준이다.


또 출산, 이직 등으로 예상치 못한 결원이 생기는 경우가 빈번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구인난은 모든 치과의 문제”라는 게 김 원장의 2년차 구인 소감이다.


# 구직자 부족해 ‘항상’ 구인난
김 원장에 따르면 평균 급여로만 보면 치과병원과 치과의원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다만 급여나 복지, 교육 등 부분에 있어 치과병원이 조금 더 체계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것인데, 이는 경력이 점점 쌓여가는 스탭 입장에서는 장점만은 아니다.  예측 가능한 임금체계와 다양한 복지 혜택, 분업화된 업무가 처음엔 장점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연차가 오를수록 가중되는 업무량과 난이도, 이에 따른 책임과 정량적 평가체계가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고민에 쌓인 스탭에게 때마침 일반 치과의원으로 연봉과 직급을 높여갈 수 있는 기회가 온다. 대형치과병원 역시 구인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김현정 원장은 “보통 1~3년 차 스탭들이 이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연봉이나 복지수준이 맞지 않아 이직을 하는 것은 이해하는데 이 시기 이직이 너무 잦다면 그건 본인의 문제일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임상적 숙련도에 있어 3~5년 차 스탭을 선호하는데 앞선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원장은 “개원을 하고 동네치과 원장이 되니 구인난을 절실히 느낀다. 내 치과에 맞는 사람을 찾다 보면 구인은 더 힘들어지는 것 같다”며 “최근에는 5인 이상 치과의 경우 내일채움공제를 통해 효과를 본다고 하는데, 그마저도 일정기간이 지나 재취업하면 다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부분을 악용해 치과를 쇼핑하듯 옮겨 다니는 직원들이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치과위생사의 전반적인 처우 개선도 필요하지만 치과 임상에 투입되는 보조 인력에 대한 업무범위 재설정, 인력확대 등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하다”고 강조 했다.


<※이 기사는 다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

 


현장 실습 트라우마
선배 이야기 들으면
고민 커져

신규 개원, 부부치과
부인 근무하는 치과
꺼리게 돼

 

최수진 씨(가명)는 수도권 모 대학 치위생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얼마 전 본 국시를 자신 있게 치렀으니 이제 곧 결과가 나오면 바로 취업할 계획이다.


3년 전 입시에서 취업률과 전문자격증 취득 기회를 보고 선택한 치과위생사란 길. 요즈음 치과 구인·구직사이트를 보며 ‘정말 일자리는 많구나’란 생각을 한다. 그러나 어디 가서 당당히 얘기하기 망설여지는 연봉, 현장실습을 나가 겪은 트라우마, 또 앞서 일을 하고 있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길에 대한 고민이 많다.    


최수진 씨는 “막상 취업을 하려 하니 돈만이 중요 요소는 아닌 것 같다. 어디를 가든 치과위생사 초임은 비슷하게 형성돼 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 치과는 다소 급여가 높기도 하지만 큰 의미는 없는 것 같다”며 “실습을 나가 고생했던 경험을 생각하면 치과의 분위기, 함께 일할 사람들을 보려 하는데, 면접이나 단편적인 분위기만으로는 이를 판단하기 어려워 걱정”이라고 말했다.


최수진 씨가 몇 번의 실습을 나가며 겪었던 어려움은 원장님의 성향에 따라 업무를 가르쳐 주거나 지시하는 방식이 천차만별이고, 조금 시간이 지나면서 직원들 간 알력다툼도 보이기 시작하더라는 것. 실습을 다녀오고 ‘돈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얘기다.


최수진 씨는 “여러 부분을 고려하면 신입 치과위생사의 입장에서는 치과병원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연봉도 치과의원에 비하면 높은 편이고, 일을 배우기에도 체계적으로 시스템을 갖췄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실제 학교에 취업 설명회를 나오는 치과병원들을 보면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은 것 같다”며 “특히, 직원복지와 관련해서는 연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자유롭게 휴가를 쓰는 부분에 있어서는 직원 수가 많은 치과병원이 확실히 메리트가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최수진 씨는 치과의 스탭 구성에 있어서도 치과병원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얘기했다. 치과위생사만으로 스탭을 구성할 수 있는지 여부를 본다는 것을 돌려 말한 것인데, 치과위생사들 사이에서는 치과 스탭 구성에 조무사 인력이 섞여 있는 경우 취업을 꺼리게 되는 큰 이유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실장업무를 조무사가 보고 있는 치과는 기피대상 1호라는 귀띔이다. 직역 간 자존심 문제 등이 불거져 다툼이 일어나는 경우가 잦고, 제대로 해결되는 경우가 드물어 누가 됐든 상처를 받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다. 


#명확한 근무조건 제시해야
최수진 씨는 얼마 전 먼저 이 일을 하면서 친해진 선배들과의 수다에서 나온 얘기도 들려줬는데, 치과위생사들이 꺼리는 치과는 ▲면접 자리에서 치과위생사에게 원하는 연봉과 복지혜택을 물어보는 경우 ▲갓 대학을 졸업한 치과의사가 신규 개원한 치과 ▲부부치과나 원장 사모님이 나오는 치과라고 했다.


특히 원장이 먼저 근무조건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는 치과를 보면 주객이 전도된 느낌이 들며 믿고 따를 수 있을지 신뢰감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였다. 젊은 원장님이 개원한 치과는 직원관리에서 시작해 환자 수 확보의 어려움, 이에 따라 월급이 밀리는 경우가 발생하는 등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얘기였다.
특히, 부부가 모두 나오는 치과의 경우 부부 싸움을 한 날 병원 분위기가 특히 좋지 않는 등 남의 가정사에 직원들의 감정이 휘둘리는 경우가 많아 꺼린다는 것이다.


최수진 씨는 “주위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어떤 치과를 가야할지 고민이 끝이 없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인 후에는 연봉이 오르지 않고 나가라는 눈치를 주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최종적으로 내 가치를 얼마나 인정해 주느냐가 치과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좋은 병원분위기가 조성된다면 급여가 높지 않아도 오래 다니고 싶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다수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