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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은퇴 준비, 진료 줄이고 지분 넘기고

시니어-주니어 치과 지분양도 실모델 ‘금천구 S치과’
10년 걸쳐 수익·진료비율 조절, 시니어 노하우 개원리스크 줄여

 

“10년 전부터 어떻게 은퇴 할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건강문제나 줄어든 환자 때문에 갑자기 치과를 닫기보다 나이 들수록 부담이 되는 외과 진료를 줄여나가며 기존 환자들의 후속 조치가 계속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몇 번의 들고 남 끝에 좋은 후배를 만나 서로 만족하며 치과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금천구에서 20년이 넘게 S치과의원을 개원하고 있는 A원장은 젊은 후배인 B원장에게 ‘점진적인 치과 지분 양도’를 통해 은퇴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앞서 시니어 치과의사의 안정적인 은퇴 및 주니어 치과의사의 개원가 진입 모델로 제시돼 왔던 방법으로, 개원가 현실에서는 실현되기가 쉽지 않았다. 이를 성공모델로 실현하고 있는 A·B원장을 만나 봤다.


A원장은 “치과의사가 은퇴하는 형태는 주로 건강상 문제가 생겼거나, 아니면 나이 때문에 환자가 줄어 치과를 사랑방으로 운영하다 결국 닫게 되는 경우”라며 “이 보다는 자연스럽게 진료를 줄여가며 계속해 환자관리가 될 수 있는 형태를 원했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 끝에 A원장은 자신과 함께 치과를 운영하며 자연스럽게 양도 받을 후배를 찾기 시작했고, 현재의 B원장을 만나기까지 4~5명의 젊은 원장들을 스쳐 보냈다.


A원장이 제시하는 치과 지분 양도 방식은 페이닥터를 고용해 처음 1년 손발을 맞춰보고, 이후 정식 계약서 작성을 통해 10년의 기간 동안 총 3단계로 경영권이 점차 후배에게 넘어가는 모델이다.


첫 1단계 기간은 4년이며 수익은 A원장과 B원장이 6:4의 비율로 나눈다. 이 과정에서는 병원경영과 관련한 주요 결정사항을 두 사람이 함께 논의해 결정하지만, 의견이 다를 경우 최종 결정권은 A원장이 갖는다. 2단계도 기간은 4년이며 수익은 5:5로 나눈다. 이 단계에서부터 B원장의 결정권이 점차 커지며, 치과 공동운영 기간이 5년 정도를 지난 시점부터는 B원장이 주도해 병원을 경영해 나간다. 마지막 남은 2년이 3단계로 당연히 B원장이 가져가는 수익과 권한이 크다.


공동개원기간에는 월 일정금액을 적립해 장비교체나 직원퇴직금, 의료분쟁으로 인한 지출 등에 공동으로 사용한다. 이 일련의 과정에 B원장의 개인적인 금전은 투자되지 않는다. 오로지 노동력을 제공하며 정해진 기간 성실 의무를 다하며 A원장의 치과를 자연스럽게 양도 받는 개념이다.


#신뢰와 성실 바탕, 좋은사람 매칭 관건
A원장은 “마지막 3단계 기간은 꼭 채우지 않고 더 빨리 은퇴할 수도 있다”는 말로 이 계약의 성격을 설명했다. 공공개업약정서에 두 사람의 주당 근무일수와 권한 등이 명시돼 있기는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약정서의 첫 문장을 구성하는 ‘신뢰와 성실’이란 문구처럼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가장 기본이라는 것이 A원장의 설명이다. 실제 약정서에 기재돼 있는 ‘근태의 대원칙은 병원 진료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것으로, 언제든 상호 협의 하에 변경 가능하다’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B원장은 이 같은 지분 양도 형태에 대해 “개원을 고민하며 경영, 행정적 어려움 등에 대한 두려움이 많았다. 그러던 중 A원장의 병원에서 일하게 됐고, 이러한 모델이 개원 리스크를 줄이며 안정적으로 정착하는데 좋다는 것을 몸소 느끼고 있다”며 “내 스타일에 잘 맞는 것 같다. 경영적인 측면 외에도 임상적으로나 환자 관리 측면에서 배우는 것이 많다”고 밝혔다.


현재 A원장은 초진 환자 검진과 충전, 보철진료 등을 주로 하고, B원장은 임플란트나 엔도 등 보다 침습적인 진료를 전담해 하고 있다. 기존 환자와 스탭 인력을 그대로 계속 유지·관리해 가며, B원장 덕분에 젊은 신환이 많이 생기는 효과를 보고 있다.


A원장은 “젊은이들의 경우 자신만의 개성을 담은 병원을 운영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커 이러한 모델을 끝까지 견뎌내기 쉽지 않다. 그러나 서로가 협력만 잘 된다면 임상적으로나 환자와의 분쟁 등의 상황에서 원장 두 명이 대처할 때 더 유리하고 편한 경우가 많다”며 “이 모델의 성공여부는 결국 ‘어떻게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끼리 매칭하느냐’에 달린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