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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진자 다녀간 후 ‘트라우마’ 고통

“일상과 격리된 공포, 상실감 커”
페이닥터 L원장의 자가격리 단상

 

요즘 개원 중인 치과의사라면 가장 달갑지 않은 경우의 수가 바로 코로나19 확진자의 치과 내원이다.


진료 재개 후 사후 수습은 물론 ‘트라우마’까지 치과에 고스란히 남는다는 게 이들을 실제 경험한 치과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좁은 공간에서 진료가 이뤄지는데다 수시로 드나드는 다양한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는 개원 치과의 특성상 ‘사회적 거리두기’가 불가능한 만큼 확진자의 방문은 치과 구성원 모두에게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감을 주기 충분하다.


경기도 지역 중소도시에서 3개월 째 페이닥터로 근무하고 있던 30대 초반의 L 원장도 그랬다. 할머니 세 자매가 해당 치과를 찾아 진료를 받았던 그날의 일상은 전과 다름없었고, 본인이 치료를 한 것은 아니지만 진료도 무난하게 잘 진행됐었다고 L 원장은 당시의 기억을 떠올렸다.


하지만 3일 만에 걸려온 타 지역 보건소 전화로 해당 치과의 잔잔한 일상은 한순간에 깨졌다. 그날 다녀갔던 세 자매 중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장 방역 조치와 역학조사가 진행됐고 당시 진료를 담담했던 대표 원장과 치과위생사 1명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지침이 내려왔다.


L 원장은 “당시 확진자 진료를 맡았던 원장님과 직원뿐 아니라 같은 공간에서 근무하고 식사하던 저를 포함한 직원들은 검사를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게 사실 이해가 안 돼 전 직원이 다 검사를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천만다행으로 L 원장과 직원들은 검사 결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치과 어려워질까 걱정, 눈치” 한숨
하지만 확진자가 다녀간 여파는 L 원장의 일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서울이 본가인 그는 이번 사태로 해당 치과 근처에 위치한 자취방에서 꼼짝없이 2주간 자가격리 생활을 맞아야 했다.


L 원장은 “원래 수요일이 쉬는 날이고, 주말에도 서울에 개인적인 일로 다녀오곤 했는데 이번 2주간은 자취방에서 개인 운동이나 바디 스크럽 등을 하면서 조용히 소일하고 있다”고 답답한 근황을 소개했다.


특히 자기계발을 위한 그간의 노력들도 제동이 걸렸다. L 원장은 “개인적으로 예약한 PT나 주말 세미나 등록 등 원래 서울에서 해야 했던 일들을 모조리 할 수 없게 되는 바람에 상실감이 크다”고 밝혔다.


페이닥터로서 예상되는 일상의 변화도 L 원장의 몫이다. 그는 “치과 위치도 나쁘지 않고 해서 원래 환자가 꾸준히 있는 곳인데 이번 사태로 소문이 나면 자가격리가 끝난 후에도 당분간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사실 원장님이 걱정이 많을 것”이라고 한숨을 쉰 뒤 “이런 시점에서 월급이나 오프에 대한 얘기를 원장님과 나눠야 하는데 어려운 상황을 알기 때문에 눈치가 많이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