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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상적 낮은 수가 임금 체계 개선 걸림돌

특집: 구인난 탈출구는 없나? >>> 무엇이 문제일까
직역 간 업무범위 분쟁
수직적인 관계도 문제
치과 간 출혈경쟁 과다
경영난 갈수록 악화일로

지난 몇 달간 회무 경험이 있는 회원 몇과 현직 치협 임원, 치의신보 기자들은 온라인상에서 머리를 맞대고 개원가의 최고 고충인 치과보조인력 구인난을 주제로 의식이 흐르는 대로 브레인스토밍 작업을 진행해 봤다. 구인난으로 일어나는 현상과 원인, 해결방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과 관련 자료들을 자유롭게 나누며 생각을 공유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20일 서울의 한 식당에서 그동안 논의에 참여했던 회원들이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다. 우리가 자유롭게 나눈 이야기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토론참석자
 강자승 전 치협 정보통신이사
 문천호 양평치과의원 원장
 이정호 전 치협 치과진료인력개발이사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진승욱 치협 정책이사    

 

 

개원가 일선 회원들이 얘기하는 구인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첫 번째로 지적된 원인은 현재 국민들에게 제공하는 높은 수준의 치과의료서비스에 비해 급여든 비급여든 지나치게 낮은 수가가 직원들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하는 데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건보수가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고, 노인 임플란트·틀니 급여범위 확대 등 정부의 건보급여 확대 정책에 치과의사들이 적극 협조한 것에 비하면 매년 치과 수가인상률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회원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치과의사들이 추가적으로 소요되는 감염관리비용을 부담하며 철저한 방역에 나서 치과의료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운영됐음에도 이와 관련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 비급여 진료비와 관련해서도 일부 치과들의 무분별한 과당경쟁으로 기존 개원가 관행수가가 파괴돼 치과 경영난이 갈수록 더 악화되고 있고, 엎친데 덮친격으로 정부의 비급여 진료비 통제 정책 강화로 저수가 마케팅을 내세우는 병원들이 환자들을 더 현혹하기 쉬운 구조가 됐다.


여기에 매년 오르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은 신입 스텝의 초임을 높여야 하는 문제에서 그치지 않고 경력직들의 임금을 도미노 같이 올려줘야 하는 상황으로 이어져, 직원부족으로 고민하면서도 신규 직원 채용을 주저하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든다. 어찌됐든 치과가 잘 돼야 인력 충원 및 처우개선에도 숨통이 트인다는 의견들이다.   

 

 강자승 전 치협 정보통신이사는 “비정상적인 현행 수가가 문제다. 진료수가가 정상화 돼야 직원들에게 높은 급여, 좋은 복지를 제공하며 치과를 운영할 텐데, 현실은 더욱 나빠지고만 있다”며 “노인에 급여적용이 되고 있는 임플란트의 경우 비급여 진료 부분에서 최소 현행 건보수가 수준의 비용이 지켜져야 함에도 불구하고 88만원, 66만원까지 비용을 내세운 치과광고를 봤다. 이러한 과당경쟁은 회원 간 출혈 뿐 아니라 정부와 수가협상에서도 관행수가를 얘기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간호조무사 교육인프라 부족 개선 필요
일부 개원가 저년차 인력 선호도 영향

 

치과보조인력을 구성하는 커다란 두 축인 치과위생사와 간호조무사 간 업무영역 분쟁도 구인난의 큰 원인으로 꼽혔다.


지난 2011년 개정돼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를 명시한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에 따르면 치과위생사의 업무범위는 ▲치석 등 침착물 제거 ▲불소 도포 ▲임시충전 ▲임시부착물 장착 ▲부착물 제거 ▲치아 본뜨기 ▲교정용 호선의 장착·제거 ▲치아 및 구강질환의 예방과 위생에 관한 업무 ▲구내 진단용 방사선 촬영업무 등 아홉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이 임상현장에서 치과위생사 스스로의 업무범위를 한정하기도 하고, 간호조무사와의 업무영역 다툼으로 번지기도 한다. 치과위생사 업무범위에 제한을 받는 간호조무사 직군이 수술보조, 투약 및 주사행위 등 자신들의 고유 업무를 반격 카드로 들고 나오면서 두 직역 간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또 실제 임상현장에서 더 큰 문제는 상대적으로 학제나 학위 등이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치과위생사들이 간호조무사와 함께 근무 시 수직적 관계를 형성하려고 하면서 두 직역 간 감정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는 곧 치과의 인력구조 편중을 가져와 구인난을 더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또 더 많은 치과 간호조무사 양성이 구인난 해소책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지만 실제 해당 인력들에 있어서는 치과 취업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부분도 지적됐다. 간호조무사 교육과정에서 치과영역에 대한 교육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치과는 타과에 비해 높은 노동 강도에 비해 임금, 처우 등에 있어 보상이 충분치 않다는 인식이 간호조무사 지망생들에게 널리 퍼져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특성화고를 통해 배출되는 치과 취업 희망인력에게도 그대로 적용돼, 특성화고 졸업생들이 자신들의 경력을 대학진학을 위한 디딤돌 정도로 여기고 현장 취업으로까지 잘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의견이다. 

 

이정호 전 치협 치과진료인력개발이사는 “간호조무사의 치과 진입장벽이 높다. 자격 취득 과정 중 치과관련교육의 미비에 따른 전문성의 결여로 치과 근무를 기피하게 되고, 치과의료기관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의원급의 근무조건이 의과 중소병원급보다 못하니 첫 근무지로 치과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치과위생사들의 대형병원 쏠림 현상도 소규모 치과들의 구인난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소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대형병원들은 임상업무 외에도 상담이나 행정업무 등 스텝 교육시스템이 다양하고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고, 임금이나 복지 등 직원 처우에도 앞서 있어 구인을 따로 하지 않아도 새내기 치과위생사들이 몰리는 현상이 벌어진다는 것. 그러니 당연히 동네치과는 구인에 있어서도 대형병원과 규모의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구직자 수도권·대형병원 쏠림현상도 ‘한 몫’

정부 편중된 일자리 지원정책 구인난 부추겨
경력단절 인력 활용 방안 등도 적극 고려해야


과거 대형병원을 운영한 경험이 있는 한진규 이사는 “대형병원에 있을 때는 구인난을 걱정해 본 적이 없다. 처음 개원할 때만 구인광고를 냈고, 이후에는 재직하는 직원들의 모교 교수들을 통해 추천이 들어오거나 우수한 후배들이 선배들을 따라 알아서 이력서를 들고 찾아왔다. 이러한 부분에서 작은 치과들은 구인에 더 애를 먹는다”고 말했다.


치과보조인력 구인난 문제는 기본적으로 여성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인력구조, 최저임금 수준에서 시작해 경력이 높아진 후에도 상한이 낮은 임금구조, 여기 더해 치과의사들이 일반적으로 저년 차 인력을 선호하고 경력단절 인력 구인에는 적극적이지 않은 점 등도 원인으로 꼽혔다. 


최근 보건의료실태조사 자료에 따르면 치과병·의원에 근무하는 치과위생사 중 여성의 비율은 99%를 상회하고 있으며, 연령별로는 20대가 50%, 30대가 27%, 40대가 14% 순으로 집계됐다.


이들 인력들에 대한 직업만족도 설문조사 결과 치과위생사로서 가지는 전문성과 자부심은 높은 반면, 연봉이나 승진 등 처우문제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치과위생사 스스로도 여성의 특성상 ‘결혼 및 가사, 임신, 자녀 양육의 부담’이 직무상 어려움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이들이 호소한 치과근무에서의 어려움은 ‘낮은 연봉 수준’, ‘휴직의 어려움’, ‘육체적·정신적 소진’ 순이었다. 또 승진체계에 있어서의 한계, 직종 간 갈등, 출산 등으로 인한 휴직 시 복귀하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등도 치과근무의 어려움으로 꼽혔다. 이 밖에도 치과에서 공공연하게 요구하는 치과위생사 업무범위 외 진료 스킬, 이를 반영한 연봉 책정 등 치과의사 스스로가 자초한 원인도 문제로 지적됐다. 구인구직사이트에서 구직자가 자기소개글에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부분을 자랑스럽게 적어 놓기까지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직원 수 5인 미만 치과는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청년내일채움공제’ 등 정부의 편중된 일자리 지원 정책 등도 구인난을 더 가중시킨다는 설명이다.


한진규 이사는 “구조적·제도적으로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닌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