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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고 굵게 지나간 이 여름 속 아픈 모습

스펙트럼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처서를 지나고 언제 그렇게 덥고 비가 많이 왔나 싶게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올해처럼 짧고 굵게 여름이 지나는 해가 있었나 싶습니다. 습하고 많이 더웠지만 길지 않았고 비도 지겹게 길게 온다는 느낌보다 폭우로 짧고 굵게 내린 느낌입니다. 특히 지난 무더위 후에 내린 늦은 장마비는 열대지방의 스콜을 보는 듯하게 짧고 굵게 지나갔습니다.

 

이 짧고 굵은 비는 여러 지역에 그리고 수도 서울조차 많은 피해를 주고 지나갔습니다. 한시간에 140미리미터가 넘는 폭우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부가 중심된 곳인 강남은 견디지 못하고 각종 침수가 일어났습니다.

 

데이트로 자주 가던 코엑스의 별마당도서관의 천장은 무너지며 비가 쏟아졌고, 지하철을 자주 갈아타던 7호선 이수역도 많은 비에 침수로 인해 무정차 통과를 했으며, 집 한채에 몇 십억이 되는 강남 아파트들의 지하주차장도 침수되며 억대의 슈퍼카들이 모두 침수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렇게 유명하고 부가 집중되어 있는 곳들이 침수되었으니 그 지역에 있는 많은 오래된 상가나 빌라들은 당연히 비에 많은 피해를 받았을 겁니다. 그중 오늘은 반지하에 일어난 비극에 대하여 한번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여러 언론에서 많이 이야기한 반지하 일가족이 익사하여 죽은 사건은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겁니다. 반지하의 특성상 외부의 보안에 취약하여 보통 사람이 다닐수 있는 출입구는 현관 하나입니다. 나머지 부분은 창살로 막아놓게되죠. 이런 상황속에서 물이 현관으로 쏟아져 들어온다면 그 집안에 살고있는 사람은 탈출할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마치 침몰한 배에 갇혀있는 사람들과 같이 말이죠.

 

영화 기생충이 생각납니다. 2019년에 개봉한 영화 기생충에서 주인공 가족은 반지하에서 생활합니다. 밖에서는 안이 들여다보이고 도로의 매연과 소음, 지나던 사람의 노상 방뇨 악취가 들어와 창문을 열지도 못하는 곳입니다.

 

벽지는 곰팡이가 있고 방안에는 각종 벌레가 기어다니고 영화 종반부에는 홍수로 물이 들어차자 세간도 건지지 못하고 탈출합니다. 또 특유의 지하 냄새가 있죠. 영화에서 기사로 일하며 송강호의 냄새를 표현한 대사가 있을 정도로 반지하의 특유의 곰팡이 냄새가 있습니다.

 

이런 상황속에 반지하를 주거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책을 국가기관은 내놓았습니다. 주거공간으로서 기본적인 조건이 되지 않는다며 말이죠. 물론 어느 정도의 의견은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냥 무조건 없애기에는 사는 사람들의 필요성과 집주인들의 재산권 등 많은 문제점이 있을 것입니다. 직장이나 여러 이유로 강남에 살아야 하지만 세계에서도 높기로 유명한 강남 집값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좀더 정교한 정책적 방향이 있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같이 기도모임도 하고 알고 계시는 어느 선교사님의 사무실과 집도 반지하로 이번 침수에 침수되어 많은 피해를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이 분은 경기도 각종 여러 지역에서 모이는 사람들의 모임을 위해 교통이 잘 발달되어 있고 어디서도 쉽게 올 수 있는 강남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높은 집값으로 아직 20대인 자제 분들까지 함께 도와 이 반지하의 전세자금을 마련하셨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런 분들은 이런 강남 반지하를 제외하면 갈 곳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 다른 반지하에 살고 있는 피해자 분들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반지하에는 누가 살고 싶어서 사느냐!!” 울먹이며 이야기하는 한 방송의 인터뷰가 눈에 들어옵니다. 저희에게 먼 이야기일수 있으나 한번 이런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