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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을 때의 제 장례식을 치른 후

Relay Essay 제2559번째

지난 4월 1일은 출판기념회이지만 정년식을 겸한 감사회이며 사실은 살아있을 때의 제 장례식이었습니다. 제 버킷 리스트에 “내 장례식은 살아 있을 때 한다”고 하였고 바로 그날이었습니다. 신세지고 도움받은 감사한 분들만 초대해 한 끼 대접하는 감사회를 겸한 제 장례식을 거행한 것입니다. 

 

그런데 살아있을 때의 장례식이라하고 초대하면 누가 올까요? 그것도 4월 1일 만우절에. 감사회라고해도 사회통념상 이상하고, 그런데 마침 책이 출간된 것입니다. 평생 제가 개발한 수술법만을 넘버링해서 총 망라한, 꼭 써야할 책이 발간된 것입니다. 책 출판기념회로 명분을 삼게된 것입니다.

 

서울대 교수라고 제 함량에 넘치는 대접을 받으며 또 신세를 지고 도움을 받았던 지인들에게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는데 코로나로 작년에 바이러스에 삼진 아웃 당하고, 코로나·안면마비·대상포진 평생 연이어 두 번 응급실을 거쳐 무영등 수술대 위에 누워보니 감사하다는 감사회를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책도 완성되고 그래서 날을 잡았는데 제 문하생들이 “대학교실과 동문들과의 정년식도 해야하지 않겠냐”고 하였으나 조졸한 장례식을 하기로 한 것입니다.

 

행사는 제게 의미가 있는, 제가 건립한 관악캠퍼스 치의학대학원 86동에서 시행했습니다. 관행상 축의금 가져오는 접수대를 없애버리고 대신 제가 직접 그린 그림이 들어간 벽시계를 감사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제게 영향을 미친 슈바이쪄 및 감사한 분들 지도교수님, 은사님, 부모님을 제가 직접 그려 그 초상화들을 이젤 위에 놓고 둥글게 배치했습니다. 축사도 위 두 분께 부탁드리고 각계각층의 대단한 분들이 오셨지만 장관·차관을 떠나서 저자와 가장 오랜시간 55년 붙어다닌 유봉학 교수에게 단점을 위시한 인간적인 장례식사를 제자들이 의뢰했습니다.

 

초대한 100분은 제가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짝사랑하는 분들만 모셨습니다. 문하생 30명 그리고 70명을 선정해 모신 것입니다. 70명은 신세졌다치고 문하생은 무엇이 고맙냐고 물으시는 분이 계실지 몰라 답을 한다면 제 스파르타식의 수련 방식을 잘 따라줘서 제게 단 한명의 환자 불상사도 소송도 없게 퍼펙트게임, 수련의 시작부터의 제 꿈을 이룩하게 해준 동료이며 전우였기 때문에, 저는 이들 제자들에게도 자랑스러움과 함께 감사의 마음을 표하고자 했습니다.

 

이 날의 주인공은 제 저서 ‘왼쪽 얼굴로 승부하라’였습니다. 표지를 볼까요? 어느 쪽으로 보이십니까? 측면? 정면? 측면으로 보이면 우측 뇌를 많이 쓰는 감성적인 사람이고 정면으로 보이면 논리적인 좌측 뇌를 많이 쓰는 사람입니다. 406페이지에 손깍지·발 꼬는 위치·팔짱 등의 자가 테스트란이 있어 환자도 모르게 우리가 환자성향을 캐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의사로서 환자를 위로하고 대처해야 합니다. 환자가 감성적이면 감성적으로 위로하고 논리적이면 논리적 설명으로 위로하고 치료하는데 우뇌형인지 좌뇌형인지를 빨리 파악하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이고 그런 차원을 다룬 책입니다.

 

얼굴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되어있는데 하드웨어는 의사가 고칠 수 있지만 소프트웨어인 표정은 본인이 고치고 굳혀야 합니다. 21세기는 감성의 세기이므로 감성적 우뇌를 이용해야하고 우뇌는 왼쪽 얼굴에 반영됩니다. 이때 얼굴 하드웨어 고치는 데에 제가 개발한 수술법 117가지와 이론 56가지가 들어가 있습니다. 117+56=173 가지를 넘버링해서 기술한 책입니다. 테크닉만 배울려는 의료계 교육이 답답하여 인문학적 요소를 넣은 책입니다. 얼굴은 얼+굴, 21그램의 얼이 통하는 굴입니다. 얼굴에 대한 인식부터 첫대면시 어디를 보아야 되는지부터 7000개가 넘는 얼굴 표정에 대한 리딩 등을 적어보고 얼굴 표정은 본인 책임이니 심성표정부터 신경써야한다는 내용입니다.

 

책 금액은 178만 원으로 되어 있습니다. 평생에 걸쳐 개발한 방법을 최소한 만 원은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117수술법과 56이론을 합해 173만 원 그리고 평생 집필하고 직접 편집한 제 인건비 5만 원을 합하여 178만 원으로 책정한 것입니다. 종이값과 제본비같은 하드웨어값은 추가하지않고 소프트웨어 값만 계산한 겁니다. 비싸게 하지 않았죠? 정년 직전 복지부에서 공적을 써넣으라기에 수술법 개발을 100개가 넘는다고 적으면 안 믿을 것 같아, 반으로 잘라 50개를 쓸려니 그것도 많아 안 믿을 것 같아 45개로 적어보냈더니 제 병원으로 사실인지 아닌지 실사가 나왔습니다. 보건복지부 의사인 공무원이 나와 반나절 확인하고 가더니 결국 의료계·치과계·약학계·한의학계 전체의 1등상인 훈장을 주더군요. 그래 이번에는 자신있게 다 당당하게 넘버링을 하였습니다. 이렇게 가르쳐주신 은사님, 지도교수님이신 남일우 교수님께 감사드립니다. 학부 때부터의 지도교수님이시고 평생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또한 김명국 교수님께서는 제게 해부학을 가르쳐주시고 정말 재미있게 항상 업그레이드한 내용으로 잘 가르쳐 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제가 서울대학 공채 서류를 냈을 때 학장으로서 원칙에 입각해 제가 소위 취직될 수 있게 해주신 분이기도 합니다. 여러 은사님을 대표해 두 분 은사님께 감사드립니다. 물론 이 모든 일을 소리없이 내조해준 제 인생 신의 한수 홍동련 회장님께 무한한 감사를 표합니다. 가족에게도 말입니다.

 

감사의 자리에 초청하고 싶었어도 초청장도 못 드린 분이 있었습니다. 관악캠퍼스 부지와 건물을 허락해 주신 분, 이장무 총장님을 동판에 새겨 기억하게 해드린다고 약속하였는데 약속을 못 지켜서입니다. 이 날 저는 이장무 총장님에 대한 약속을 제 마지막 장례식에서 지키고자 관악캠퍼스 건립 비전이 새겨진 동판을 기증했습니다.

동판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위 동판의 문귀 두 줄을 도약한 열린지성, 참인술은 제 아이디어이고 당시 위원회 위원 중 한 사람이었던 이승복 교수가 “염원”과 “여기”라는 단어의 아이디어를 주셨습니다.

 

이제 또 다른 대학 사업이 기다리고 있는데 처음 이를 승락하고 첫 삽으로 밀어주신 분에 대한 감사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권호범 학장님께 기증하고 제 약속을 마무리했습니다.

 

저는 이날 아주아주 행복한 정년식+감사회+살아있을 때의 제 장례식+동판기념식=출판기념회를 아주 만족스럽게 행복한 마음으로 잘 치뤘습니다. 행복했습니다. 행복합니다. 모두에게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4월 1일 밤부터 발 뻗고 잘 잡니다. 모든 치과 가족에게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