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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스핏

스펙트럼

길을 가다가 전단을 하나 받았다. 헬스장 안내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락커가 있고, 샤워장이 있고, 넓은 트레이닝 장이 있고… 마침 PT 받을 곳을 찾던 차에, 여길 가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전단을 들고 체험 레슨을 받으러 갔다.
 

트레이닝 장에 들어서서 보니 운동기구가 좀 단출했다. 역기와 봉, 덤벨, 그리고 커다란 공 같은 것들이 있었다. 마침 한 타임이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공을 한 번이라도 더 들어올리려고 기를 쓰는 청년들을 보았다.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담실에 들어가서 체험 레슨을 하러 왔다고 말을 했는데, 트레이너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PT는 없고, 다같이 운동하는 곳이라고 했다. 일단 왔으니까 하루 체험을 하기로 이야기가 되었다.
 

운동복을 챙겨 입고, 트레이닝 장에 모인 사람들에 합류하였다. 다들 경험이 많아 보였다. 단 한 사람, 나처럼 체험 레슨을 하러 온 작은 여학생이 있어 나와 한 조가 되어 운동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듣도 보도 못한 크로스핏을 하게 되었다.
 

크로스핏은 일단, 참으로 격한 운동 방식이었다. 주로 2인 1조가 되어 운동을 하게 되는데 서로 번갈아 가며 운동을 한다. 운동법은 단순하였다. 노를 젓고, 공을 들어올리고, 덤벨을 머리 위로 들어올리고… 그런 운동법을 몇 번 반복한 후에 나와 한 조가 된 사람에게 차례를 넘겨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게 처음에는 쉬운데 회차가 거듭할수록 힘이 든다. 힘에 부치고 무리가 느껴지고 그만하고 싶은데 나와 한 조가 된 사람이 있으니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계속하게 되었다. 트레이너의 말에 의하면 경쟁심을 이용해서 운동량을 극대화시킬 목적으로 조를 짠다고 하는데 그 작은 여학생은 나의 경쟁 상대가 아니었다. 땀 한 방울 안 흘리면서 운동을 다 해내고 어찌나 빨리 나에게 차례를 넘겨주는 지 좀 쉬엄 쉬엄 하려고 해도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 여학생보다 더 잘 할 수도 없었지만, 더 잘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원래 경쟁을 싫어하는데 이런 운동에서까지 경쟁심을 활용한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 크로스핏에 대한 거부감이 살짝 들기도 했다. 주기적으로 대회까지 열리는, 나름의 체계가 갖춰진 운동법에 대해서 왈가왈부할 마음은 없다. 다만, 경쟁사회 한국에 사는 40대 중반 남성에게는 맞지 않는 운동법이라는 생각이 크로스핏이라는 운동을 하는 동안 머릿속에서 맴돌았음을 밝혀둔다.
 

그렇게 숨가쁜 30분이 지나고서야 쉴 수 있게 되었다. 우리 조는 운동이 조금 빨리 끝나서 다른 조가 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내가 했던 운동은 그야말로 초심자를 위한 운동이었다. 다들 훨씬 격한 운동들을 하고 있었다. 가장 경악스러웠던 것은 물구나무서서 팔굽혀펴기였다. 근력도 지구력도 대단해 보였다.
 

다음 날, 치과에 가서 직원들에게 크로스핏에 대한 경험을 이야기했더니 그걸 했냐며 다들 놀라고 걱정도 해주었다. 크로핏을 몰랐던 사람은 나뿐이었다. 너무 일만 하지 말고 밖으로 좀 다니고, 사람도 만나고, 세상과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임플란트 수술을 하고 나면 가끔 환자분들이 당일 운동을 해도 되냐고 물으신다. 그럴 때면 나는, 격투기만 안 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곤 했다. 이제 임플란트 수술을 하고 나서 하지 말아야 하는 운동이 하나 늘었다. 그냥 해도 입에서 피 맛이 나는데 수술을 하고 나서 하면 오죽하랴. 이제는 이렇게 대답할 것 같다. “격투기만 안 하시면 됩니다. 아… 크로스핏도 안 됩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