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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까지 쓰는 ‘치과의사 굴욕’

사채까지 쓰는 ‘치과의사 굴욕’


경영난 허덕…개인회생 신청자도 상당수
원금 2배 ‘폭리’ 병원운영권 빼앗기기도


비록 극소수의 예이지만 경영난에 시달리는 치과의사들의 굴욕이 이어지고 있다.


제1금융권에서의 대출한도가 넘어 사채에 손을 댔다 곤욕을 치르는 치과의사가 있는가 하면, 고액의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법원에 채무 탕감을 신청하는 치과의사도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에서 개원 중인 A원장은 지난해 말 사채업자로부터 2000만원을 대출했다. 연 이자율 241%, 하루 이자만 30만원에 달하는 고리대금을 사용한 A원장은 80일 동안 이자로만 1830만원, 원금에 육박하는 액수를 감당해야 했다. 


경영난에 자금이 필요해 사채를 썼던 A원장은 결국 과도한 이자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채업자를 고소했으며, 경찰은 지난 10일 해당 사채업자를 대부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대부업 등록을 한 업자는 법적으로 연 최대 49%까지의 이율만 받을 수 있지만 해당 사채업자는 원금의 2배가 넘는 폭리를 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서도 한 치과의사가 조폭과 연계된 사채업자의 돈을 썼다 병원운영권까지 빼앗긴 사례가 있다.  

  

# 경영난 회복 기미 없어 극단적 선택


이러한 사례들이 일반화된 현상은 아니지만 개원가의 경영난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치과의사들도 생겨나는 것으로 보인다. 

 

치과계 한 관계자는 “당장 직원 월급이 급해 사채에 손을 대는 원장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대부분 개업을 하며 대출한도를 다 채워 여유자금 융통이 쉽지 않은 경우이다. 여기에 병원 운영도 생각만큼 되지 않으니 사채에까지 손을 뻗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회생을 신청하는 치과의사도 상당수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5년간 법원에 접수된 일반회생 신청자 가운데 1/3이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등 의료인으로, 의사의 일반회생 신청이 가장 많았고 다음이 기업인, 자영업자, 한의사, 치과의사 순이었다. 일반회생이란 무담보로 5억원 이상의 빚을 져 부채를 감당할 수 없을 때 법원에 구제를 신청하는 제도를 말한다. 


의료전문직 개인회생 신청을 전문으로 하는 한 법률사무소에 따르면 지난 2007년 통합도산법 개정 이후 최근까지 자체적으로 다룬 의사들의 개인회생사건이 90여건이었으며 이중 치과의사의 비율이 20%에 달했다. 


이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시중금리는 계속 오르는데 환자 수 감소와 운영비 증가 등으로 병원들이 수익을 제대로 못 내 부채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한 상가건물에 3~4개의 치과가 들어서 있는 등 경쟁이 너무 치열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엔화대출에 손을 댔다 폭등하는 환율에 애를 먹고 있는 치과의사들도 있다. 


몇 해 전 저렴한 금리에 엔화를 빌렸던 B원장은 “당시 엔화를 빌리면 대출금리가 2~3%에 불과하고 환율도 100엔당 800원 수준이라 망설임 없이 엔화를 빌렸는데, 나중에 환율이 100엔당 1500원까지 급등해 원금과 이자에 대한 부담이 2배 가까이 높아졌었다. 최근 환율이 떨어진 틈을 타 대출금을 갚기 바쁘다”고 말했다. 
 
# 한번 사채 쓰면 못 헤어나와 


현재 제1금융권에 치과의사가 무담보 창업대출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3억5000만원에서 4억원 사이. 그런데 창업대출을 끼고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으려 하면 그 금액은 3000만원 안팎이다.


한 치과의사는 “수익이 변변치 않은 달이면 당장 직원 월급이 걱정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급할 때는 일반 사채업자에게 급전을 빌릴까 고민해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전문가는 “제2금융권까지를 마지노선이라고 보고 자금을 운영하는 것이 좋다. 일반 사채에 손을 대면 턱없이 높은 이자에서 빠져나오기 힘들다”고 경고했다.


전수환 기자 parisien@kd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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