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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간 건 사과

월요시론


현아라는 어린 여가수의 새로운 노래 제목이 ‘빨개요’ 라고 한다. 인터넷에서 검색을 하면 누구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뮤직비디오도 덩달아 화제이다. 그런데 그 수준이.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몸을 판다’고 평론가가 적었을 정도이다.

이야기 하나, 내가 어렸을 때 동네에 있는 작은 치과들, 우리 아버지 시대의 치과들은 환자들을 진료하는데 초점을 둔 의사들이었다. 치과의사의 수가 늘어나고 서로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진료만으로 환자를 보기 어려워지자 인테리어 등 외적인 것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이제 병원대기실에는 커피숍에나 있는 값비싼 커피 머신이 있고 바리스타까지 근무하고 있다. 대기시간 동안 머리를 해준다던가 발 마사지를 해주는 곳도 있다. 도서관이나 전시장을 꾸며놓은 곳도 있다. 통기타 하나를 들고도 노래와 노랫말로 청중을 사로잡는 것이 가수였다. 가수들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노래로는 시선을 끌기 어렵다고 판단한 일부는 춤을 추거나 의상에 신경을 쓰는 등 외적인 것에 치중하기 시작했다.

이야기 둘, 치과의사들은 혼자서는 안 되겠다는 심정으로 하나 둘 모여 소위 중대형 치과병원을 만들고 광고를 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부족한 진료파트를 보완하여 보다 나은 진료를 하고자 하는 병원들이 있었지만 이젠 어느 병원이 진짜 그런 좋은 의도를 가진 병원인지 분간하기 조차 어렵다. 가요계엔 그룹들이 난무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특색이 있는 화음이 어우러지거나 파트를 나눈 가수들의 모임으로 보다 완성도 있는 음악을 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젠 누가 어느 그룹소속인지 조차 알아챌 방법이 없다.

이야기 셋, 몸집을 키워서도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자 무차별하게 옷을 벗기 시작했다. 치료비를 낮게 받는 소위 덤핑을 하고 말도 안 되는 이벤트로 환자와 주변 동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기존에 있던 치료방법에 어느 누구도 들어보지 못했던 신조어를 만들어 붙여 의료소비자를 현혹한다. 그런 병원엔 아무도 안 갈 것 같지만 이벤트를 좇아다니면서 싼 값에 치료받았다고 좋아하는 집단도 있기에 현재도 유지 중이다. 걸 그룹은 이제 옷이 거의 없다. 노래도 춤도 차별화가 아니니 이제 벗는 수 밖에는 없는 것일까? 그럼에도 벗는 그룹이 너무나 많아 그마저도 튀지 않는다. 그래도 그런 것들에 유혹 받아 소리지르는 집단은 유지되고 있다.

그 와중에 노래를 잘하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던 가수들은 모두 어디에 있는 것일까. 노래를 잘하는 사람은 이제 우리 옆에 가수로 서 있기 어려운 시절에 이르렀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여전히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듣고 싶다. 환자를 환자로 바라보던 치과의사는 이제 어디 숨어있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환자를 위해 진정한 의료 상담을 해주며 수준 높은 진료와 마음을 다해주는 치과의사는 이제 환자 옆에 서 있기 참 어렵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환자들의 대다수는 의료상품의 판매가 아닌 치료를 받고 싶어 한다.

의료현장에서의 매 순간의 결정은 수입과 운영 그리고 앞으로의 영향에 대한 사업적인 결정과 이것이 옳은가, 공정한가, 환자를 위한 것인가의 윤리적인 결정으로 나뉜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이 결정과 그에 따른 결과가 직원들에게, 환자들에게, 동료에게, 그리고 치과계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윤리적 결정을 사업적 결정보다 앞세우는 경우를 전문직이라고 한다. 치과의사는 전문직이 아닌가? 결정의 순간마다 고민해야 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