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9 (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동생! 파고다공원에서 만나세

편집인 칼럼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문을 낭독했던 민족해방의 성지, 종로2가 파고다공원을 들어가 보았다.
트랜지서터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뽕짝)와 관광버스음악(이박사메들리 등)에 맞춰 춤을 추는 노인들, 윷판을 깔아놓고 술판벌이는 음주윷놀이, 야바위꾼, 사이비건강식품과 기구를 파는 잡상인들, 박카스할머니 등.

파고다공원을 포털에서 검색해보았다.
관련어로 ‘파고다공원 노인’, ‘탑골공원’, ‘종묘공원’, ‘박카스 할아버지’, ‘탑골공원 할머니’, ‘할머니도 여자다’, ‘파고다공원의 할아버지들’ 등이 나오는데 다소 놀랍고도 의아하다. 이러한 노년의 부정적인 이미지와 일탈행위들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파고다공원은 이제 노인에 대한 사회의 가십거리를 넘어 노인의 문화아이콘이 된 것 같아 씁쓸하다.
나도 나이 들면 파고다공원을 가야할텐데 어쩌지?…. ㅠ.ㅠ^^

치과의사로 살아가고 있는 나의 노년은 어떨까에 대해 (어림잡아) 이렇게 생각한다.
나는 치과의사로서 언제쯤 은퇴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까지는 없다. 때가 되면 은퇴하겠지 생각이고.

가족들과 여유있게 평이한 문화생활(외식, 영화감상, 여행 등)을 즐기고 그 동안 미뤄왔던 취미생활을 해볼까? 하는 막연한 생각들만 가지고 있는데, 확실하게 내가 챙기는 것은 나이가 들어서는 뭐니뭐니해도 머니(money)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연금과 저축을 매달 거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너무 세속적인가?

내가 노년자금을 만들고 싶은 이유를 얘기하자면 이렇다.
우리 누구나 살아가면서 가족, 친구, 사회구성원에서 떨어져나가 외톨이가 된다는 것은 상상만해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친구…
어릴 적 동네친구, 학창시절 친구, 치과의사 친구, 사회 친구 등 다양한 친구들이 있지만 이들 대부분 나와 비슷한 일생의 과정을 겪으며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보면 친구로서의 동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사회 친구는 다르다.
나는 사회에서 친구도 제법 많이 사귀는 편이다.
사회에서 만난 많은 친구들 중에서 편하고 마음 맞는 친구에게 농담 삼아 ‘파고다공원까지 같이 가자’고 말하곤 하는데, 그런 친구가 딱 2명 있다. 20여년간 거래를 하고 있는 치과기공소 소장님들로 우연히도 나보다는 세 살과 열 살 어린 친구들이다. 이 친구들은 내가 노년자금을 만드는데 있어서 일등공신이다.

내가 prep.이나 인상에 대해 서툴거나 궁금할 경우에는 실전의 Tip도 알려주고 새로운 기공테크닉과 기술에 대해 많은 정보를 공유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통해 병원의 재정건전성에 큰 도움을 준 고마운 친구이기 때문이다.

또한 환자나 직원, 가족 등과 갈등이 있어 소주 한 잔 청하자면 하던 일을 멈추고 어김없이 달려와 술친구가 되어 주었고, 온갖 푸념을 서로 받아주니 가족과도 공유 못하는 외로운 시간들을 같이해 준 고마운 친구들이었다.
이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쪽 가족과 우리 가족이 함께 만날 기회도 많아지면서 치과기공사의 가정생활에 대해서도 어설프게나마 들여다 볼 수 있게 되었다.

가장으로서 가정생활을 꾸려 나가는 것은 나와 다르지 않았지만, 경제적으로는 나만큼 여유있어보이지는 않았다. 생활비와 교육비에 쪼달리는 것 같아보였고, 잦은 야근에 지쳐 처진 어깨를 내 앞에서는 의식적으로 펴보이는 배려도 보인다. (단, 경제적인 자립도는 그렇게 보였지만 가정행복지수는 나보다 훨씬 높아 보였다)

선친께서는 사업을 하셨는데, 정기적인 수입이 아닌 부정기적인 수입으로 인해 어머니께서 가정을 꾸려가시느라 고생하시는 모습을 보고 자랐던 나로서는 수입의 많고 적음보다는 정기적인 수입의 규모가 예상되는 가정이 평안한 가정이라고 생각을 하는 편이다.

보험틀니 분리고시, 의료기사 분리, 보철사(Denturist), 기공단가 협의 등은 각 직역간에 해결되어야 할 문제이므로 차치하고 치과의사인 형으로서 치과기공사 동생과 함께 파고다공원 친구로 남기 위해 어떤 배려가 필요할까 생각해본다.

동생의 가정에도 안정과 계획이 필요할텐데, 수입의 많고 적음보다는 일정한 시기에 수입금이 입금된다면 형으로서 최소한의 배려가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개원 초기부터 나는 ‘기공료 매달결제’를 실천해왔고 주위의 많은 치과의사들도 매달결제를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기공료 밀려 놓고 명절 때 혹은 부정기적으로 결제하면서 추가할인을 요구하는 행위, 치과의사가 파산하면서 제일 후순위로 밀려놓는 기공료결제… 이런 일들은 치과기공사의 가정에 치명타를 안기기 일쑤이고 형으로서 할 도리가 아니다. 어려운 일도 아니고, 당연한 것을 베풂으로 여기는 이것이야 말로 치과의사 스스로 내려놓아야 할 치과계의 적폐(積弊)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달 전 파고다공원친구 중 한 명이 간암으로 유명을 달리하셨는데, 대한치과기공사협회에서도 많은 신경을 쓰겠지만 실제 소비자인 우리 치과의사 회원들도 치과기공사의 근무환경과 생활환경에 대해서도 조금 더 관심을 갖고 좋은 관계를 유지해 갔으면 한다.

치과기공사가 있어서 치과의사들이 누리는 것에 대해 감사하고, 유능한 치과기공사가 많이 배출되어 치과계의 상생발전이 이루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치과계의 발전을 위해 치과의사들은 말로만 상생이 아닌 실제관심 표현을 ‘기공료 매달결제’로 해보면 어떨까?

동생! 우리 나이들어 은퇴하면 떨리는 손 같이 잡고 파고다공원으로 가세! 그곳에서 우리 도움을 필요로 하는 노인들 틀니도 수리해주고, 무료틀니도 만들어주세.

그리고 마지막에는 파고다공원의 박카스할머니 할아버지가 아닌 ‘파고다공원의 틀니노인들’로 남으면 어떨까?
막걸리는 내가 살게….

최치원 공보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