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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베푸는 봉사였어요”

Relay Essay 제2138번째

의료인이 되고자 마음먹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가슴 속에 품게 되는 봉사 하는 삶. 치과의사가 되고자 결심하였을 때에 꿈꿨던 내 미래의 모습 중에는 봉사하는 나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러한 모습의 나에 다가가고자 치의학 전문대학원 재학 중에도 봉사 동아리 활동을 하며 봉사의 즐거움을 알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하지만 정작 치과의사가 되어 수련의로 바쁘게 생활하다보니 봉사는 어느새 먼 훗날에 할 수 있는 일로 생각하고 마음의 한 구석에 밀어 놓고 잊고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양연미 교수님(전북대학교 소아치과)을 통하여 가까운 익산에서 7월 2일과 3일 양일간 ‘스마일 재단’의 봉사가 예정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오랜만에 함께 봉사할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스마일 재단’이라는 이름은 이전부터 들었던 적이 있었지만 어떤 일을 하는 단체인지 정확히 알고 있지 못했고, 소아치과 전공의로서 장애인 학회에 참가하면서 스마일재단과 나성식 이사장님 만나볼 기회가 생겨 어렴풋이 장애인 구강보건을 위하여 일하는 단체로 알게 되었을 뿐이었습니다.

 장마의 시작으로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흐린 날씨였지만 치과의사가 되어 진료 봉사를 하게 되는 첫 기회에 설레는 마음으로 스마일재단 선생님들을 만나기 위해 출발했습니다. 참여하는 인원이 적은 소규모의 봉사로 예상하고 있었는데, 스마일재단을 통해 멀리에서부터 오셔서 봉사에 참가하신 많은 선배 원장님들과 치과위생사 선생님들의 숫자에 조금 놀랐습니다.

반갑게 맞아주시는 스마일재단의 선생님들에게 소개를 하고 봉사 계획에 대한 브리핑을 들으면서 매우 체계적으로 봉사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함께 하신 선생님들은 매년 여러 번의 봉사를 통해 이미 많은 경험을 가지고 봉사를 즐기고 계신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와 마찬가지로 처음 스마일재단 봉사에 참여한 한 치과위생사 선생님은 직접 스마일재단을 알아보고 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말을 듣고 봉사의 기회를 멀게만 여기고 있던 것을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브리핑을 마치고 봉사가 이루어질 익산의 ‘삼정원’으로 이동하였습니다. 최근 이슈가 된 조현병을 앓는 환자들이 많이 있는 장애인 생활시설이라고 하였습니다.

전북대학교 병원에 설치된 장애인 센터에 내원하는 환자들을 보며, 우리나라도 장애인 복지 및 의료 환경 개선이 많이 이루어졌다고 느껴왔던 데다가, 해당 시설은 신체 장애는 없는 환자들이 대부분이라고 들었기 때문에 환자들의 구강 위생 관리가 비교적 잘 되고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환자들을 만나 살펴본 환자들의 구강 상태가 생각보다 무척 좋지 않아서 적잖이 놀랐습니다.

봉사 일정의 현실적인 여건상 몇몇의 매우 불량한 구강 상태를 보이는 환자들의 치료 범위를 한정할 수 밖에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한 이러한 활동이 일회의 봉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관심과 관리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스마일재단과 같은 단체가 있어서 이러한 조그만 도움의 손길이나마 건넬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의료 기술에 있어서는 선진국이라지만 아직도 의료의 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소외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스마일재단의 이사로 계시는 신영순 전 서울시 치과의사협회장님께서는 진료를 하시는 중에도 젊은 치과의사인 나에게 관심을 가져 주시며 젊었던 시절부터 이어왔던 당신의 봉사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봉사가 끝난 뒤 스마일재단의 여러 선생님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졌는데, 젊은 치과의사들이 ‘Make money’에만 지나치게 몰두하는 치과계의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하시며, ‘치과의사가 우리 사회에서 계속해서 존경 받고 권리를 주장하는 데에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겨할 것은 치과의사로서의 사회적 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것’이라는 말씀이 가슴 깊이 남았습니다.

봉사를 막연히 베풀고 나누러 가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교만함은, 아직 배울 게 많고 부족한 나지만 치과진료의 기회를 많이 가지지 못하는 시설에 있는 분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뿌듯함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다시 봉사하게 되었을 때 더욱 숙련된 기술로, 자신있게 임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공부하고, 수련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이러한 봉사 기회를 마련해주신 스마일재단의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머지 않은 시일 내에 또 다른 봉사활동에도 참여해보려고 합니다. 내가 스스로 찾아서 자발적으로 참여할 새로운 봉사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이석순 전북대치과병원 소아치과 전공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