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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매물도의 추억

Relay Essay 제2156번째

소매물도는 아름다운 섬, 동경하는 섬, 바다위의 자연 등으로 묘사되는 유명한 관광여행지다. 통영이나 거제도에서 유람선을 타고 대략 1시간정도 가면 도착되는 남해안의 유명한 관광지 중 하나다. 나는 여기서 아름다운 소매물도의 경치보다도 홀연 생각나는 소매물도 선착장의 잊을 수 없는 해프닝을 추억하고자 한다.

우리는 세상을 살면서 매 상황마다 부딪히며 살아간다. 그것들이 대부분 우리들의 기억속에서 잊혀지지만 특별히 머리에 남는 경우가 있다. 추억으로 남는 것이다.

우리는 돈으로 물질을 사기도 하고 경험하기도 한다. 그러나 물질은 얼마 안가면 없어지는 것이지만 추억은 머릿속에 오래오래 머물며 우리의 영혼을 더욱 성숙하게 한다.

우리들이 추구하는 최고의 목표는 행복이다.

행복은 물질, 권력, 명예를 갖는것 보다, 좋은 만남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경험을 하고, 경험하는 그 순간 행복하고 오랜 후에 그것들을 추억하는 순간 또한 행복하다. 행복이라는 것은 그냥 저절로 오는 게 아니고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여행이라는 것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경험이지만 누구와 같이 여행하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문득 몇 년 전 소매물도 여행이 생각난다. 치과 대학 졸업 40주년 기념여행으로 3박 4일의 남해안 한려수도를 여행 했을 때의 일이다. 대학 동기들과의 만남도 오랜만이었지만, 미국에서 수 십 년 만에 귀국하는 친구도 있어 그 벗들과의 만남도 기대되었고 또한  여행에 대한 기대도 대단했다.

6년간의 대학 학창시절의 동기생들이었고 그래서 그 여행의 맛이 더욱 색 달랐던것 같다.
동서남북 사방이 바다로 확 트인 섬의 경치는 빼어났다.
검푸른 바다, 은백색의 지평선, 유유히 흘러가는 연락선, 해안가의 모래사장, 절벽의 기암괴석들, 바위를 때리는 파도, 부서지는 물거품, 가히 절경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바다를 찾아 여행하는지도 모른다. 한없이 퍼져나간 넉넉한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일상의 시름 속에서 벗어나 대 해방의 기쁨을 맛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매물도 선착장에서 산위로 올라가기 전, 꽤 넓은 광장이 있었다. 광장 한쪽에선 해삼, 멍게, 소라, 낙지 등을 파는 상인들이 옹기종기 많이 모여 있다. 큰 천막을 쳐놓고 노천 노래방이 손님을 부르고 있다. 나는 산을 오르면서 저 썰렁한 노래방을 좀 뎁혀주리라고 생각했다.

원래 유람객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 섬들은 배가 들어가고 나가는 시간이 일정하다. 돌아 올 때 쯤 되면 여러 여행사에서 안내한 관광객들을 다시 태우고 가기 위해 여러척의 연락선들이 모인다. 마지막 돌아올때쯤이면 수백명의 관광객들이 선착장에 모이게 된다.

그런데 노천 노래방은 썰렁하다.
“여러분 바다가 여러분을 부릅니다. 나오셔서 노래 한곡 부르시고 좋은 추억 만들고 가세요…” 노래방 주인의 목청이 애처롭다.

나는 속으로 속삭였다. ‘한번 불을 댕겨볼가 말까?’ 산행을 일찍 마치고 내려와 선착장 노천시장에서 해삼, 멍게로 소주한잔 걸친 나는 용기를 내기에 충분했다. 과일은 씨가 있고, 세포는 핵이 있다. 씨나 핵이 없으면 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도 불씨가 있어야 불길이 만들어진다. 나는 불씨가 되기로 작정을 하고 용감히 뛰쳐나가 마이크를 잡았다. 갈매기 사랑을 불렀다.

“갈매기야~ 갈매기야… 부산항 가~알 매기야~~”
소주 한잔으로 거나해진 내 목소리는 거침없이 바다로 바다로 흘러 나갔다.
한쪽 구석에서 술잔을 기울이던 젊은이들이 움직인다. 뛰어나와 춤을 추기 시작한다. 우리 동기들이 뛰쳐나와 춤을 춘다. 미국에서 온 70이 다된 노구도 얼씨구 좋다 하며 나와서 합세를 한다. 갑자기 선착장은 움직임이 생겼다. 노천 노래방 사회자는 내 귀에 대고 한곡조 더 불러서 분위기를 띄워 달라고 호소를 한다. 또 한곡을 불렀다. 내 노래가 끝나고도 노래는 계속 되었다. 점차 열기가 더해가고 큰 감흥이 생겼다. 열광의 도가니였다. 지금 생각하면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추억이다.

바람개비 생각이 난다. 바람개비는 바람이 불지 않으면 돌지 않는다. 바람이 불어야 돈다. 밖에서 바람을 불어주거나 움직여 주면 바람개비는 돈다. 들고 뛰면 더 힘차게 돈다.

행복은 순간순간 찾아오고 그 순간의 이어짐이 바로 행복인데 우리는 그 순간 행복을 느끼지 못하고 행복이 저만큼 지나갔을 때 “아! 그게 행복이었구나!” 하고 느낀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머물면서 행복이 지나간 줄도 모르고 항상 행복하기만 바라는 것은 아닐까!

그냥 멈추어 있는 바람개비로 남아있으면 바람개비는 돌지 않는 것이다.
획득은 기회를 잡는 자의 것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항상 노력하면서 용기를 내면서 사는 지혜야 말로 바람을 만드는 것이고 행복을 만드는 것이다. 바로 그렇게 살아서 누리는 것이 천국이 아닌가 한다.
나는 소매물도를 두 번 갔다 왔다. 첫 번째 방문은 거의 기억에 없다. 그러나 두 번째 방문은 영원히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지금 그 선착장, 그  노천시장, 노천 노래방의 열광의 순간을 추억하며 나는 지금 또 다른 바람을 기대하는 삶을 다짐한다.

  유태영/유태영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