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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 받은 치과의사’ 우리가 주인공 될래요

창간 50주년 특집 연중기획 : 세대공감 좌담회 (8)전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

봉직의든 개원의 삶이든 스스로 만족하기 나름

부끄럽지 않은, 행복한, 공부하는 치의 꿈꿔요


■세대공감 좌담회

‘고구마 현실, 사이다 토크’
치과의사를 공통 분모로 하는 30대 젊은 세대 4명이 뭉쳤다. 우직하게 한 발씩 내딛으며 자신의 꿈을 좇아 전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에서 만난 그들은 끊임없이 인생의 목적지를 찾는 긴 여정에서 잠시 쉼표를 찍는 시간을 가졌다. 그들의 꿈과 희망이 함께 하는 상아탑에서 현실과 이상 사이를 오가는 진솔한 담론을 풀어본다.

한지훈: 어렸을 때부터 내 꿈은 의료인. 삼육대 약대 졸업 후 전북대 치전원에 입학하기까지 수능과 DEET의 몇 번 실패를 경험. ‘God Only Knows’라고 했던가. 최선을 다한 후엔 하늘의 뜻을 기다리자.(이하 한)

민창기: 포스텍 생명과학과를 졸업하고 박사과정을 밟던 자연과학도가 치의학도로 변신했다. 모 교수님이 강조하는 ‘I am always truthful, positive and helping others’라는 좌우명을 잊지 않고 실천하자.(이하 민)

강재연: 미국에서 인류동물학과 예술학을 전공한 유학파. 한때 큐레이터를 꿈꿨지만 예술적 매개체가 아니라 직접 사람을 치료하고 소통하는 치과의사로서 소소한 것에 감사하고 만족하며 살리라.(이하 강)

류 리: 전북대에서 간호학을 전공했지만 치과의사라는 꿈을 접을 순 없었다. 자아실현을 위해 도전했고 결국 꿈을 이뤘다. ‘자신감은 가지되 자만하지 말자’는 생각으로 오늘 하루도 열심히 전진.(이하 류)


Q. 요즘 가장 고민하는 ‘그것’은?

한: 현재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은 역시 국가고시 합격이다. 단순히 저 혼자 국가고시 합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총대표라는 책임감 있는 자리에 있는 만큼 저희 4학년 동기들의 전원 무사 졸업과 전원 국시 합격이 저에게는 가장 큰 고민이라고 생각한다.

민: 진로의 문제가 가장 크다. 원래의 취지와 점점 멀어지면서도 그 나름의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 전문의 과정을 할지 말지, 한다면 어떤 전공을 하게 될지, 안한다면 앞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일하게 될지 하는 진로의 문제가 가장 큰 고민이다.

강: 지금은 아무래도 졸업을 위한 학생진료 케이스 채우는 것과 국가시험 합격이 가장 큰 고민이다.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 중 학생 진료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고 직접 환자를 구해야 하는 실정인데 이 지역에 연고가 없어 학교 외 지인들이 많지 않아 어려움이 크다.

류: 입학했을 때에는 눈앞의 작은 일에 더 매달렸던 것 같다. 당장 다음날에 진행될 실습, 퀴즈, 레포트 마감기한 등 커리큘럼을 이수하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면 현재는 어떤 치과의사가 될 것인가, 인생을 어떻게 설계하고 어떤 꿈을 향해 나아가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Q. 힘들지만 ‘그래도’ 치과의사!

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존경하며, 수많은 직업군 중에서도 다양한 측면에서 만족도가 높은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치과의사가 과거에 비해 경제적, 사회적, 육체적으로 많이 힘들어졌다고 들었지만 현실적으로 젊은 세대를 보게 되면 과거에 비해 취업난이 매우 심각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어려운 현실에 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치과의사라는 직업에 만족한다.

민: 일반적인 회사원이나 이전에 몸담았던 자연과학계보다는 더 독립적으로 일할 수 있고, 소득 면에서도 여전히 나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개인 의원을 운영하게 된다고 해도 어느 직장에서나 느끼는 고민과 어려움은 치과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예전보다 개원가가 더 많은 압박을 받는 것도 사실이지만 생계에 문제를 주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강: 치과계의 상황이 안 좋다는 말을 많이 듣지만 무엇이든지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다. 내 손과 내 능력으로 환자들 하나하나 만족시킬 수 있고 사람들과 1:1로 소통하면서 바로바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건 복 받은 인생이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딱딱한(?) 학문일 수 있지만 이렇게 인간적인 직업도 없는 것 같다.

류: 경제적인 부분이나 치과의사로서의 권위를 생각한다면 예전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소명의식, 보람, 사회구성원으로서의 기여, 자아실현에 대해 생각한다면 여전히 치과의사는 도전할 가치가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Q. 개원에 대한 생각은?

한: 개원하기 위해서는 직원 관리, 재고 관리, 손님 관리, 다른 치과와의 관계 등 수많은 경영적 마인드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충분히 실력을 쌓고, 환자에게 한 점 부끄럼 없이 올바른 진료를 할 수 있을 때 개원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과거에 비해 어려워진 만큼 신중하게 그리고 준비가 확실히 됐을 때 개원해야 경쟁력이 있지 않을까.

민: 치과의사의 수가 지속적으로 늘어간다는 것만으로도 이전에 비해 개원에 따르는 리스크가 큰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근래 몇 년간 개원을 미루고 봉직의나 수련과정을 택하는 선배들을 여럿 보았고 그 입장에 많은 부분 공감한다. ‘개원하면 어떻게든 된다’는 건 이미 옛날 이야기가 됐기 때문에 개원에 신중해지는 것은 개인사업자의 입장에서는 당연하다.

강: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는데 치과의사의 삶이 10년 전, 지금 또 10년 후에도 항상 같지는 않을 것이다. 치과계가 지속적으로 발전해왔듯이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것이라고 믿는다.  봉직의 삶이든 개원의 삶이든 어느 것이 더 좋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결과적으로 다 스스로 만족하기 나름인 것 같다.

류: 개원한 선배들께서 자신의 신념을 가지고 소신 있게 진료를 행하며 꾸준히 애쓰면 노력은 배반하지 않는다는 말씀을 해주신다. 이전보다 어려워진 상황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선배들의 말씀처럼 꾸준히 노력하고,직원들과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병원을 꾸려나간다면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Q. 내가 꿈꾸는 치과의사는?

한: 부끄럽지 않은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실력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많이 배우고, 평생 공부를 하면서 갈고 닦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환자를 존중할 줄 아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그리고 선배님들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낀 만큼 후배들에게도 베풀 수 있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이런 것들을 기반으로 치과의사라는 직업이 발전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고 싶다.

민: 수련을 하든 안 하든 스스로의 부족함을 느끼고 계속 노력할 수 있는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교만해지지 않고 눈앞의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고 그에 부족한 것을 계속 보완해 나갈 수 있는 스펀지 같은 치과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또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면 어느 정도 안정이 되고 나면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또는 공부하는 방법이나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

강: 삶의 목표는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인데 저 스스로가 행복해야 남들도 행복하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사와 환자 모두 행복하기 위해서는 서로가 신뢰하는 관계여야 하고 이는 충분한 시간 동안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형성할 수 있다. 개원을 하게 된다면 꼭 모든 환자들을 기억하고 내원할 때 소소한 개인적인 대화도 쉽게 하며 저를 마주하는 게 어렵지 않은 그런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류: 환자 상황을 정확히 판단해 그에 맞는 최선의 치료를 권하고 행할 수 있는 지식과 술기를 가진 치과의사가 되고 싶다. 거기에 환자와 라포를 쌓을 수 있는 여유와 따뜻한 감성까지 가진 치과의사가 된다면 남에게 뿐만 아닌 제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치과의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직업적 윤리와 소명의식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학문에 대해 연구하고 탐구하며 사회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리=안정미 기자/사진=강은정 기자


돌발 질문============================================

개원한다면 치과이름은 무엇으로? 이유는?

한: 현대치과. 아버지의 치과의원 이름과 맞춰서 하고 싶다.
민: 편안한치과. 대중들이 갖는 치과에 대한 공포(?)를  조금이
      라도 누그러뜨리고 싶다.
강: 함께웃는치과. 의료팀과 환자 모두가 평생을 함께 하며
      웃을 수 있는, 행복할 수 있는 치과를 만들고 싶다.
류: 열린치과. 실제로 누구에게나 열려있음을 의미하기도
      하고, 환자 말에 의사의 귀가, 환자에 대해 의사의 마음이
      열려있음을 뜻한다.


Interview_ 안승근 전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장================

“기본을 실천하는 치과의사 돼야”


인문학·봉사 등 인성 함양 노력
PBL 장점 살린 신교육과정 준비

“기본을 지키면서 자기가 속한 단체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 그런 치과의사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안승근 전북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원장은 ‘내가 정말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이같이 운을 뗐다.

안 대학원장은 “‘자기 스스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은 다른 사람에게도 시키지 마라(己所不欲 勿施於人)’라는 논어 구절을 좋아하는데 이 구절의 의미처럼 학생들이 남을 배려, 존중하고, 졸업 후에는 인성과 지성을 겸비한 훌륭한 치과의사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학생 교육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전북대 치전원은 인문사회치의학, 봉사활동, 상담 및 강의 등을 통해서 ‘좋은 인성’을 갖춘 치과의사를 키워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졸업 후에도 평생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기 위해 2003년 치전원 체제 변화 시부터 ‘학생주도 문제기반학습’으로 교과과정을 전면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안 대학원장은 “지난 2010년 치과대학체제로의 복귀를 결정한 후 현재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지금까지 운영해 왔던 PBL 교육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고 부족한 점은 보완할 수 있는 신교육과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치과의사로서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임상술기능력을 배양하기 위해 학생치과의사 진료제도 및 extern제도를 시행하고 있으며 정기적인 인문사회치의학 강의, 선배와의 대화, 소록도 봉사 활동을 포함한 다양한 국내외 봉사활동을 통해 학생들이 나눔과 배려의 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곧 캠퍼스를 떠날 예비 치과의사들이 본인 삶의 행복을 위해 ‘준비된 치과의사’로 살아가는데 필요한 우선순위를 묻자 “치과의사로서 세심하고 정확한 진료 못지않게 환자와의 소통을 통해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각자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만의 ‘내공’을 쌓아야 한다”는 조언이 돌아왔다.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치과의사는 DDS(doctor of dental surgery)의 역할 못지않게 상담에 정통한 정신과의사(Psychiatrist)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더불어 항상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기 위해 노력하는 것, 책을 많이 읽는 것, 좋은 친구들을 곁에 많이 만드는 것, 음악, 운동 등 자신만의 취미를 만드는 것 그리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을 꼽았다.

안 대학원장은 “87년도에 면허 6천 번 대를 달고 졸업했다. 당시도 벌써 치과의사 수가 너무 많다. 미래가 어둡다는 등 걱정스런 말을 많이 들었다”면서 “하지만 3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치과의사는 선망의 대상이다. 세상은 예측한대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노인 인구는 점점 늘어나고 치과의사의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며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이 상당히 대체하기 까다로운 분야가 우리 분야다.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미래를 불안해하고 걱정하기 보다는 스스로 주도할 수 있도록 현재에 감사하며 열심히 공부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