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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있는 목요일-춘몽/우리친구 피들스틱스

기고

치의신보 목요판에 영화란을 만들어 소개해 보자는 제안을 듣고 치의신보라는 매체를 처음으로 읽어보았다. 광주치과의사 피습, 치대정원 감축, 임플란트 급여화, 양악수술의 진화와 미래, 학술제 등… 무슨 영화를 소개할까? 바쁜 와중에 모처럼 있을 오프나 주말의 휴식에 좋은 영화를 선택하는 데 도움이 되게끔, 개봉 전후의 영화 중에서 선별하여 소개하기로 한다. 너무 정보가 많은 블록버스터는 빼고, 많이 소개되진 않지만 지루하지 않은 영화로. 그래서 첫 소개작으로 뽑은 영화는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10월 6일 세계 최초로 공개된 장률 감독의 <춘몽>과, 상상력 충만한 파이트 헬머 감독의 어린이 영화 <우리친구 피들스틱스>다. 두 작품 모두 10월 13일 개봉작이다. 



▶춘 몽


장률 감독의 <춘몽>은 자기반영적인 영화다. 배우의 실명을 사용하고, 그들이 다른 영화에서 보여준 캐릭터를 차용함으로써 영화 바깥과 다른 영화를 넘나들며, 감독의 전작까지 조롱한다. 이 영화는 만드는 과정과 만드는 사람들을 알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장률 감독이 누구인가? 그의 시작은 중국의 이창동 감독이라 할 만하다. 소설가 출신의 조선족 감독인 장률 감독은 그래서 이창동 감독을 통해 처음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그 후 베니스에 진출한 그의 단편영화 17세의 후반작업을 맡았던 최두영 기사가 제작자로 나서 그의 장편 데뷔작 <당시>와 <망종>을 제작하게 된다. 그 후 몽골에서 한국배우 서정과 <경계>, 한국으로 와서 <중경>, <이리>를 찍었다. <두만강>, <주리>, <풍경>, <경주>를 찍고, 최근작 <필름시대사랑>에선 한예리와 작업했다. 두 글자 제목으로 가득한 그의 필모그래피 중, 인간의 본질에 대한 단단하고 고집스러운 묘사가 돋보이는 초기작들은 무수한 국제영화제에서 주목받았고, 한국으로 건너와 살게 된 이후 작업한 <경주>에서는 여전히 인간의 본질에 다가서지만 훨씬 코믹하고 유연해졌다. 그리고 <춘몽>에서는 이미 자유자재로 사람의 안팎을 다루는 솜씨가 달인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인다.

<춘몽>은 한물간 건달 익준, 밀린 월급을 받지 못하고 쫓겨난 정범, 어리버리한 집주인 아들 종빈이 ‘고향주막’의 예리를 둘러싸고 순애보를 펼치는 이야기다. 영화는 예사롭지 않은 세 남자 익준, 정범, 종빈과 그들의 여신 예리의 일상을 수색을 배경으로 한 흑백영상으로 꿈꾸듯 그려 내고 있다. 

<춘몽>의 주연 양익준은 <똥파리>, 박정범은 <무산일기>, 윤종빈은 <용서받지 못한 자>로 자신의 데뷔작에서 직접 주연을 맡은 인물들로 세 영화 모두 국제영화제들을 휩쓴 작품이다. 이 천재적인 감독 세 명과 떠오르는 스타 한예리와 신예 이주영을 데리고 이렇게 찌질하고 웃기고 슬프고 꿈같은 사랑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적재적소에 까메오로 출연하는 신민아, 유연석, 김의성, 김태훈, 조달환, 강산애를 찾아보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우리친구 피들스틱스
2001년 장편 데뷔작 <투발루>로 혜성같이 나타난 파이트 헬머 감독. 그가 코믹 판타지 어드벤처 어린이영화 <우리친구 피들스틱스>로 돌아왔다.

평화로운 볼러스 마을은 어느날 소비자연구회사 ‘GFK’에 의해 유럽의 가장 ’평균적인‘ 마을로 지정되며 신제품테스트장이 된다. 마을의 어른들은 이를 환영하며 평균을 지키기 위해 힘쓴다. 특이한 반려동물도 안되고, 지나치게 나이먹은 노인들도 마을에서 지낼 수 없게 된다. 마을아이들이 키우는 영리한 긴코너구리도 잡힐 위기에 처하고, 아이들은 반려동물과 노인들을 구하기 위해서 엉뚱발랄한 방법으로 반란을 일으킨다. 겁 없고 무정부주의적인 악동들의 마을수호 프로젝트는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어 버린다.

어른의 눈으로 봤을 때 이 영화는 엄청나게 위험하다. 아홉 살 난 아들과 함께 이 영화를 보면서 ‘저런 건 흉내내지 말아야 할 텐데...’ 라는 걱정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영화가 끝난 후 넌저시 아들에게 물어보았다. “아이들이 마을을 다 부숴 버리네. 너무하지 않니?” 그러나 아들이 하는 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려면 먼저 부숴야 하는 거야” 아이에게 한 수 배웠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2001년부터 4년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프로그래머, 2005년에는 리얼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2006년에는 제1회 아시안필름마켓을 기획하고 마케팅을 맡았다. 2001년부터 국제공동제작을 비롯한 제작, 수입, 배급 등 다방면의 영화경력을 쌓았고, 2016년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로 복귀하여 현재 재직중이다. 영상원, 성균관대, 추계예대에 출강중이다.

▣ 작품 필모그래피

[크라이우먼] 제작(2002) / 감독: 류빙지엔/ 칸국제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 [밤과 낮] 프로듀서(2008) / 감독: 홍상수 /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제작총괄(2011) / 감독: 이윤기 /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초청 [하나안] 제작(2012) / 감독: 박루슬란 /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신인경쟁부문 초청, 하와이국제영화제 넷팩상 수상, 타이페이국제영화제 최우수신인감독상 수상

▣ 번역서

[시나리오 이렇게 쓰지마라] (2011) 저자: 윌리엄 에이커스 / 서해문집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