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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있는 목요일-걷기왕/니나 포에버

기고

“영화가 있는 목요일”의 두 번째 영화소개다. 오늘도 개봉 한국영화 한 편과 외국영화 한 편을 소개해 볼까 한다. 우연히 시나리오를 읽게 됐을 때부터 기대작이었던 <걷기왕>을 드디어 보았다. 초등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다 보니 글을 쓰기 위해 영화를 볼 때 가급적 같이 가는 편이다. <걷기왕>을 함께 본 아들은 “멀미왕이 걷기왕이 됐네”라고 한마디로 정리한다. <걷기왕>이 자녀와 함께 보기에 좋은 영화라면, 함께 소개할 또 한편의 영화는 19금 호러로맨스 <니나 포에버>이다. 두 편 모두 10월20일 개봉한다.



걷기왕

감독 백승화 / 출연 심은경, 박주희, 김새벽, 허정도, 윤지원, 안승균, 김광규, 김정영/ 관람등급 12세이상 / 92분

애니메이션 <잘 자, 좋은 꿈 꿔!>부터 음악 다큐멘터리 <반드시 크게 들을 것!>까지 다재다능함과 새로운 스타일을 보여 준 백승화 감독이 <걷기왕>으로 장편 극영화에 도전했다. 버스, 택시, 오토바이, 소... 할 것 없이 모든 교통수단에 타기만 하면 멀미로 구토를 하는 주인공 이만복(심은경 분). 하필이면 이름도 만보기라니. 할 수 없이 강화도 이 끝에서 저 끝까지 매일 2시간씩 왕복 4시간을 걸어다니며 등교를 한다.

나는 몇 차례 강화도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어느날 교동도 가까이까지 간 적이 있었다. 강화도의 그 곳에서는 옛날 집들과 작은 가게, 구불한 논과 종이학을 닮은 아담한 교회가 앉은 나지막한 풍경이 감동을 주고 있었다. <걷기왕>을 강화도에서 찍는다고 했을 때, 그 풍경을 생각했다. 걸으면서만 볼 수 있는 풍경. 그러나 세상은 만복이를 느릿느릿 걷고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다. 열정과 꿈을 강요당하며 목숨 걸고 노력해야 뭔가 이룰 수 있을 것만 같은 불안과 두려움은 만복이로 하여금 ‘경보’라는 육상경기에 매달리게 만든다. 만복이는 거의 부전승과 다름없이 전국체전에 참가할 기회를 얻게 되지만 과연 서울의 경기장까지는 어떻게 갈 것인가? 부상을 숨기면서까지 육상에 목숨을 걸고 매달리는 선배 수지는 만복을 타박하면서도 그의 서울행에 동행한다. 뭔가 모자라지만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에서부터, 인생을 통찰한 듯한 소순이의 내레이션과 리코더 연주에 이르기까지 잔잔한 웃음을 터지게 만드는 자연스러운 코미디는 느리게 살기를 추구하는 이 영화의 철학과 닮아 있다.

“청춘이니까 더 열심히 뛰어라는 충고가 아닌, 힘들면 언제든 걸어도 좋아라는 응원과 위로”를 전하고 싶었다는 백승화 감독. 그의 진심이 쾌활하고도 담백하게 느껴지는 감동 성장 드라마. 프롤로그의 로토스코핑과 엔딩크레딧의 캐릭터 뒷이야기까지 감각적인 스타일과 아기자기한 재미도 놓치지 말 것.



니나 포에버


‘넌 너무 착해’. 사귀던 남자친구에게 착하다는 이유로 채이고 마는 홀리. 이제 막 성년이 된 홀리는 응급 구조대 훈련을 받으며 수퍼마켓에서 일하고 있다. 홀리는 사고로 죽은 여자친구를 못잊어 자살시도를 했던 동료 롭이라면 제대로 돈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홀리는 적극적으로 롭에게 접근하고 롭 역시 홀리에게 마음의 문을 연다. 드디어 롭과 홀리가 거사를 치르려는 때, 침대를 뚫고 죽은 니나가 나타난다. 나신에 붉은 피를 뒤집어 쓴 채. 헌신적인 홀리는 롭의 기억 속에서만이 아니라, 이제 밤마다 나타나는 니나를 받아들이기로 마음 먹는다. 죽은 여자친구를 잊지 못하는 롭의 고통을 구해주고 싶은 홀리는, 어쩌면 응급 구조대의 역할을 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영화는 산 사람들과 죽은 이와의 삼각관계를 기묘한 미학을 지닌 장르영화로 매혹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블레인 형제는 장편 데뷔작인 이 독특한 호러 로맨스로 영국독립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프라이트페스트 등 수많은 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다.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2001년부터 4년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프로그래머, 2005년에는 리얼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2006년에는 제1회 아시안필름마켓을 기획하고 마케팅을 맡았다. 2001년부터 국제공동제작을 비롯한 제작, 수입, 배급 등 다방면의 영화경력을 쌓았고, 2016년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로 복귀하여 현재 재직중이다. 영상원, 성균관대, 추계예대에 출강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