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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있는 목요일-어떻게 헤어질까/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기고

가을이 깊어 간다. 휘익 스산한 바람이 불어오면 따뜻한 것이 그리워지는 법. 이럴 때 고양이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성을 가진, 가슴 뭉클한 영화들은 어떨까? 가을에 고양이를 소재로 한 닮은꼴의 두 영화가 개봉한다. 서준영, 박규리 커플주연의 <어떻게 헤어질까>와 사토 타케루, 미야자키 아오이 주연의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두 편의 감성 판타지를 소개한다. 두 편 모두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국내와 국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어 관객들의 뜨거운 호평을 받았다. 


▶어떻게 헤어질까

감독: 조성규 / 주연: 서준영, 박규리, 이영란 / 103분 / 12세 이상 관람가 / 개봉: 11월3일

고양이는 반려동물 이상이다. 함부로 곁을 주지 않는 도도함, 알아서 먹고 용변을 보는 독립성, 뭔가를 꿰뚫어보고 있는 듯한 눈빛. 그들은 주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집사’라고 부른다.

스시 장인 밑에서 세프 수업을 받고 있는 나비(서준영 분)는 이웃에 사는 여행잡지사 기자 이정(박규리 분)이 키우는 고양이 ‘얌마’를 맡게 된다. 그런데 나비에게는 누구도 갖고 있지 않는 특이한 능력이 있다. 바로 고양이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것. 뿐만 아니라 그에게는 고양이에게 스며든 사람의 영혼도 보이기 시작한다. 취재로 자주 집을 비우게 되는 이정은 자주 나비에게 얌마의 집사 임무를 부탁하게 되고, 이런 과정에서 두 사람은 연인 사이로 발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얌마가 큰 병에 걸렸음을 알고 두 사람은 실의에 빠지게 되는데…

트렌디한 감각의 조성규 감독은 세프, 반려동물, 여행 이라는 요즘 삶의 모습을 호감도 높은 배우들을 통해 진솔하게 드러낸다. 이런 리얼한 상황 속에서 드러나는 판타지적 요소는 조금은 부조화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옆에 있는 사람을, 그리고 목숨 가진 존재를 돌보아주는 일’이라는 소박하고 진정성 있는 가치 때문에 훈훈함과 감동으로 다가와 준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감독: 나가이 아키라 / 주연: 사토 타케루, 미야자키 아오이 / 원작: 가와무리 겐키 / 103분 / 11월10일 개봉 / 12세이상 관람가 / 103분

존재한다는 건 무엇일까? 그렇다면 사라진다는 것은 무얼까? 이런 근본적인 물음 위에서 출발하는 판타지 드라마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일본서점대상에 빛나는 가와무라 겐키의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가와무라 겐키는 <전차남>, <늑대아이>, 올해 일본의 최고 히트작 <너의 이름은>에 이르기까지 화제작들을 기획, 제작한 프로듀서이다.

우편배달부인 주인공(사토 타케루)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다. 악성 뇌종양으로 당장 내일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인 상태. 실의에 빠진 그 앞에 자신과 똑같이 생긴 악마가 나타나 이상한 제안을 한다. 살고 싶지 않냐며, 하루 생명을 연장할 때 마다 한 가지씩 세상에서 물건을 지워버리는 것을 규칙으로 하는 제안을 던진 것이다. 그래 어차피 세상은 필요 없는 물건 투성이가 아닌가. 하지만 문제는 그렇게 없어질 물건을 정하는 것은 바로 악마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 

첫째 날 전화를 없애기로 한다는 걸 들은 주인공은 만일 내일 전화가 없어진다면 누구에게 전화를 하고 싶어질까를 생각하고, 옛 여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난다. 우리는 그들이 전화로 맺어진 것이라는 걸 알게 되지만, 전화가 없어지자 그들의 만남도 둘의 추억도 모두 없었던 것처럼 사라지고 만다. 둘째 날, 영화가 사라진다. 유명한 DVD체인점인 츠타야처럼 (친구의 이름은 타츠야지만 주인공은 늘 그를 츠타야라고 부른다) 봐야 할 영화들을 알아서 매일 골라주던 친구도 사라진다. 맹장 수술 때문에 쿠스타리차의 <언더그라운드>를 스크린에서 보지 못한 것이 천추의 한인 영화 ‘덕후’인 주인공의 절친.
자신의 기억을 이루고 있는, 자신의 존재가치를 만들어 낸 물건들이 사라짐으로써 연장되는 하루하루의 수명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존재라는 것은 무엇인가? 결국 산다는 것은 의미로 기억된다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아니지 않은가. 거꾸로 말하자면 내가 사라지더라도 나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는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삶의 교훈을 따뜻하고 감성적으로 펼치는 이 영화를 보고, 올 가을 내 옆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보고 나는 누구에게 어떻게 기억될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좋지 않을까.  


김영덕 프로그래머는…
2001년부터 4년간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프로그래머, 2005년에는 리얼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 2006년에는 제1회 아시안필름마켓을 기획하고 마케팅을 맡았다. 2001년부터 국제공동제작을 비롯한 제작, 수입, 배급 등 다방면의 영화경력을 쌓았고, 2016년 20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프로그래머로 복귀하여 현재 재직중이다. 영상원, 성균관대, 추계예대에 출강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