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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에서 커피마시기

Relay Essay 제2167번째

여행의 즐거움은 사람마다 다 다르겠지만 크게 일상을 떠나 자유로움과 쉼이 있겠고, 새로운 문화나 사람들,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보는 즐거움이 있고, 또 하나는 먹는 즐거움. 크게 3가지로 나눠 볼 수 있다.

여행을 가려면 내가 어떤 스타일의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먼저 나의 여행스타일을 좀 알아둘 필요가 있다. 나는 먹는 즐거움을 원하는데 같이 간 동행자는 보는 즐거움을 더 원하는 사람이라면 내가 맛있는 집 찾아가서, 때로 줄서서 기다려서 먹어야하는 그 시간이 아깝고, 그냥 대충 아무거나 먹고 그시간에 어디 미술관을 가든지, 어디 시장을 가서 무엇을 더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때문에 슬슬 짜증이 나고 불평이 나오기 때문이다.

나는 먹는게 중요한데 다른 사람 눈치보느라 ‘난 괜찮아’하고 양보하고 밀려서 원하는 식당에 가지 못하고, 먹고 싶은 그것을 먹지 못했으면 돌아와서 계속 아쉽고 섭섭하고 뭔가 부족한 것 같아 여행의 만족도가 떨어진 경험을 한번쯤은 해 보았을 것이다.

나의 여행의 즐거움은 먹는 즐거움이 크다. 일상에서 벗어나 쉬고, 새로운 문화와 낯선 것들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 나라 음식, 그 나라 분위기를 느끼는 카페에서 커피 한잔 마시며 사람들 구경하는 소소한 즐거움이 여행의 재미를 더해준다.

사실 난 커피 맛을 잘 모른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커피믹스밖에 모르던 사람이었다. 오감이 예민한 남편은 비슷한 시기에 같이 커피 맛을 알아 갈 때도 커피에서 탄 고구마맛이 나네, 꽃향기가 나네, 탄맛이 강하네, 신맛이 강하네 하며 아무 차이도 못느끼는 내 미각을 한심하게 여기지만, 그런 나도 커피를 10년쯤 마시다보니 맛있는 커피와 맛없는 커피의 차이정도는 알 수 있게 되었다. 그거면 됐다. 바리스타 공부를 했다는 아들 친구엄마는 그 후로 커피를 즐기지 못하고 커피 마실 때면 물온도가 어쩌네, 로스팅이 너무 되었네 하며 커피를 분석할 때는 ‘아는게 병이다’ 그냥 즐기면 좋을 것을 너무 알아서 즐기지를 못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건 내 여행 스케줄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일정중 하나는 ‘여행지에서 커피마시는 즐거움’이다.

이왕이면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다리도 쉬면서, 맛있는 커피도 마시면서, 사람구경도 하면서, 다음 일정도 생각하고… 한 두시간은 그렇게 여유있게 지내고 싶다.

일본의 커피

일본의 커피문화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앞서가고 발달한 것 같다. 우리나라 커피인구 70%가 믹스커피 마실 때 일본은 70%가 원두커피를 마셨다고 10년은 커피문화가 앞섰다고 누군가 그랬다. 스타벅스 같은 대형 브랜드커피도 많지만  로컬브랜드가 더 많다. 영화 ‘세상의 끝에서 커피한잔’에서 처럼 도저히 찻집이 있을 것 같지 않은 바닷가 마을 끝에 카페가 있고, 주변에 논밖에 없는데 그래도 창 밖에 논 뷰가 아름다운 요나고에 바리스타들이 운영하는 아주 작은 커피점도 기억에 오래 남는다.

이런 커피점을 미션삼아 찾아 가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일본에는 ‘컨셉스토어 스타벅스’라는 게 있는데 스타벅스를 위한 건물, 내부 디자인을 한 조금은 특별한 스타벅스를 일컫는데 매년 랭킹순위도 나온다. 아름다운 스타벅스 세계 순위 1위에도 오른 도야마 환수공원의 스타벅스는 우리나라 올림픽공원 같은 언덕 위에 스타벅스가 자리해 호수 전망을 바라보는 곳이라 마음이 평온해지고 무엇보다 일본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가 280엔이라 가격도 착하다. 한국사람들이 많이 가는 큐슈지역에는 오호리공원의 스타벅스와 다자이후 스타벅스도 특이한 인테리어로 10위안에 든다. 요즘 뜨는 스타벅스는 도쿄가마쿠라시 오나리마치의 스타벅스인데 만화가 요코야마 류이치의 저택을 개방해 개인 수영장이 보이는 응접실 같은 분위기라고 한다. 어디든 좋다. 이왕이면 분위기 좋은곳에서 “호뜨 고히 오네가이시마스~~~”

스페인 커피- 카페콘레체

아직 에스프레소 맛을 잘 모르는 나는 처음 에스프레소를 마실때 너무 써서 마치 사약을 받는 기분이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정말 커피를 즐겨 마시는 것 같다. 시골의 작은 bar에서도 커피맛은 기가 막히게 맛있다. 커피는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나도 스페인에서는 매일 카페콘레체를 3잔씩 마셨는데 coffee with milk라는 뜻으로 진하게 내린 에스프레소에 스팀드밀크를 넣어 살짝 설탕을 타마시면 맛이 기가 막히다. 우리나라의 카페라떼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천만의 말씀, 좀 더 진하고, 좀 더 깊은 맛이 있다. 보통 사이즈는 뻬끼뇨-이건 에스프레소와 우우가 거의 1:1정도라 한모금 마시면 끝이라 너무 아쉽다. 그란데 사이즈가 우리나라 보통 커피마시는 잔 사이즈다. 가격도 착해서 1유로에서 2유로 사이.

한국돈으로 1300원에서 2000원사이에 이런 행복한 시간을 가질수 있다니… 이것만으로도 스페인을 다시 가고싶을 정도다. 어떤곳에서는 커피를 시키면 따끈한 츄로스를 서비스로 주기도 하는데 한국에서 놀이동산이나 가야 먹는 줄 알았던 그 츄로스가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

순례길에서 새벽 6시에 일어나 3, 4시간 걸으면 등뒤로 먼 동이 터 오고, 시골마을 bar에서 아침으로 먹은 크로와상이랑 카페콘레체…  마음 깊숙히 따뜻함으로 담겨져 있다. “우노 카페 콘레체 뽀르빠보르~~” 

인도네시아 루왁커피

인도네시아에서는 사향고양이를 키워서 루왁커피를 만드는지 공항에도, 웬만한 상점들에도 다 루왁커피를 판다. 인도네시아 물가가 서울보다 엄청 싼데도 불구하고 좋은 카페에서 루왁커피를 마시려면 만원정도의 비싼 값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베트남에서는 다람쥐똥 커피라고 저렴한 사제품이 나오기도 하나보다. 내 미각이 그렇게 수준은 안 높아도 인도네시아에 왔으니 루왁커피는 마셔봐야겠다고 자카르타의 ‘바타비아’카페에 갔다. 파타힐라광장이 내려다보이는 2층 커피숍은 인테리어도 고풍스럽고 럭셔리해서 서민적인 광장의 분위기와 상당히 대조적인 분위기다. 이곳에서 커피를 주문하면 원두커피를 물에다 타준것같이 가루가 둥둥 떠다녀 오래 기다려서 가루가 가라앉은 다음에 먹어야 한다. 멋모르고 뜨거운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반이나 마셨는데 입에 가루가 다 달라붙었다. 커피를 다 마시고 보면 컵에 두껍게 가루가 가라앉아 있다. 루왁커피에서 구수한 누룽지같은 맛이 나는지는 모르겠고 창밖의 광장을 가득 메운 젊은이들의 활기찬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

베트남- 카페 쓰어다

최근 베트남여행이 뜨고 있다. 미식여행으로도 손색이 없고 4시간정도 다낭, 나트랑 등의 휴양지에 직항이 생기면서 인기여행지가 되고 있다. 베트남에 한두번 가본 사람들은 중독처럼 빠져드는 커피 ‘카페 쓰어다’는 진한 베트남 커피에 연유를 넣어 달달한 아이스커피로 먹으면 온 몸에 당이 충전되며 더운 베트남의 날씨를 이길 수 있다.

호치민과 하노이는 미식여행으로도 많이 가는데 예전 베트남이 프랑스의 지배하에 있었기 때문에 쌀국수 뿐 아니라 빵, 디저트, 고급스런 프렌치도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먹을 수 있다. 그중 커피는 남대문 시장에서도 G7커피라고 조금 찐~~한 커피를 팔지만 베트남 곳곳에 하이랜드라는 자국 브랜치 커피점은 내부도 에어컨이 빵빵나와 시원하고 반미(바케트샌드위치)도 먹을 수 있고, 2000원에 맛있는 카페 쓰어다를 한잔 하고나면 당충만 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요새는 베트남 로컬카페 ‘콩(CONG)카페’가 젊은 사람들 사이 유행인데 내가 가본 하노이의 콩카페는 일단 분위기가 인사동같은 분위기여서 좋았고 특이하게 코코넛과 커피를 접목시킨 코코넛커피 스무디가 제일 맛있고 인기가 많다.

가격은 45000동, 우리돈 2300원정도 한다. 여름이 되면 생각나는 카페 쓰어다… 집에서 커피에 연유를 암만 넣어도 이 맛은 안난다.

 

전영신 서울 수서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