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7 (토)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야! 너희 다음 학기가 더 힘들어”

Relay Essay 제2173번째

치과대학 본과 2학년은 실습수업으로 가득하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는 모든 임상 전 단계 실습이 본과 2학년에 집중되어 있고, 이후 본과 3학년부터 9주 동안 9개의 과를 돌면서 배우는 임상 단계 실습(학교마다 명칭이 다른데, 우리학교에서는 이를 ‘로테이션’이라 부른다)이 진행된다. 학기의 반을 실습, 그 것도 대부분을 기공실습으로 보내기 때문에, 우리들은 이 실습에 필요한 각종 기구들로 가득 차 있는 ‘기구통’이란 공구상자를 갖고 다닌다. 본과 1학년 2학기 기말고사를 마치고 나면 선배들과 1대1로 매칭 하여 이 기구통을 물려받게 되는데, 그제서야 우리들은 본과 생활의 1년을 마치고 치과대학 생활 중 가장 힘들다는 본과 2학년이 되었다는 생각에 들뜨고 설렘을 감추지 못한다.

하지만 방학기간이 지나고 본과 2학년 1학기가 시작되면서 모두가 멘붕에 빠진다. 처음 만져보는 핸드피스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버들, 알지네이트 인상에서와 석고모형에서 사라지지 않는 기포들, 그 외에도 다루기 힘들 재료들과 내 마음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기공물들은 치과대학에 입학한 이후 처음으로 ‘내가 적성을 잘못 선택한 건가’라는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그러한 자괴감과 함께, 시험기간에도 계속되는 실습 그리고 실습시간에 접하는 온갖 해로운 재료들은 이제서야 20대 중반에 들어서는 동기들의 건강을 갉아먹었고 중간 중간 이탈하고 복귀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본인도 원인을 알 수 없는 알러지가 발현되어 호흡곤란을 겪고 실습 중간에 응급실로 실려가는 곤욕(?)을 경험하기도 했다.

필자가 고등학교 3학년에서 재수 생활을 할 즈음에는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이 한창 유행이었다. 특히 ‘슈퍼스타 K’는 매주 방영될 때마다 각자마다 응원하는 참가자의 등락을 보면서 마음을 졸였던 프로그램일 것이다. 슈퍼스타 K의 본선의 개념인 ‘super week’에서는 심사위원들이 주는 각종 독특한 미션들을 가지고 하루정도의 짧은 시간 안에 미션을 수행하고 심사위원의 혹독한 평가를 받는다. 그 안에서 많은 참가자들은 주변의 수많은 경쟁자들의 재능에 놀라고, 비교되는 자신을 보면서 좌절하며, 주어진 미션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신의 능력을 통해 자존감의 하락을 경험한다. 혹자는 그 경험을 극복하고 상위 스테이지로 진출하기도 하며 혹자는 결국 탈락하고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이러한 오디션 프로그램은 이 과정을 통해서 초심을 재확인하기도 하고, 욕심으로 임했던 본인의 길을 돌아보면서 욕심을 덜어버리고 자신에게 ‘적합한 길’을 향해 나아가기도 하는 참가자의 모습을 담아내게 된다.

 지금은 본과 2학년 2학기 막바지를 달려가면서 모든 실습들은 마무리되고 완성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1년간의 실습을 돌아보면서 새삼 느끼게 되는 것은, 여유로웠던 예과 생활, 그리고 기초과목의 공부를 끝낸 본과 1학년 생활을 통해서 한껏 교만해졌던 우리들은 이러한 생활을 통하여 교만과 한없는 욕심을 덜어버리고, 본연의 자세와 초심으로 학생으로의 본분에 더욱 정진하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선배들께서 경험하셨듯이, 실습과 기공물이 완성되어가는 것처럼 점차 치의학도의 본분에 맞게 완성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실습이 거의 끝나간다는 안도감에도  레지던트 선생님, 선배들의 한마디에 좌절하고 마는 우리들이지만 말이다.

“야! 너희 다음 학기가 더 힘들어”

조성지 단국치대 본과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