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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보다는 나아야 하지 않을까?

시론

구글코리아는 지난 11월 29일 인공지능(AI) 기반으로 더욱 진화한 ‘구글 번역(Google Translate)’의 새로운 기능을 소개했다.  올해로 출시 10년째를 맞고 있는 구글 번역은 현재 전 세계 5억 명 이상이 매일 1천억 회 이상 사용하며 총 103개 언어를 지원한다고 한다. 사실 그 동안의 구글 번역은 대략적인 단어를 조합하여 나열하는 방식에 그쳐 상용하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문장 내 구문 단위(Phrase-Based Machine Translation, PBMT)로 번역하던 수준에서 벗어나 눈부신 진화를 거듭한 모양이다. 현재, 인간의 언어 구사 방식과 유사하게 전체 문장을 하나의 번역 단위로 간주해 한 번에 번역하는 ‘구글 신경망 기계번역(Google Neural Machine Translation, GNMT)’ 기술은 기대이상의 결과를 보여준다.

Informed Consent(수술, 치료에 대한 동의)는 환자 스스로가 해당 치료를 받을지 말지를 자발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의료진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이는 환자가 자신의 신체에 일어날 일들을 스스로 결정하는 법적 그리고 윤리적인 권리에서 출발하며 환자를 치료과정에 참여시키는 의사의 윤리적 의무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치료동의에는 몇 가지 필수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설명을 듣고 서명을 하는 단순한 과정에 국한하는 것이 아니라 치료에 대한 결정과정에 환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도와야 하며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충분한 그리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여야 한다. 물론 의료인으로서 추천하거나 권하는 바를 언급하는 절차도 꼭 필요하다. 치과에 내원하는 환자 중에 소위, 신경치료가 신경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을 치료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신경치료 후 근관에 약을 채워 넣는다는 표현 때문에 gutta perchar가 특정한 약효가 있다고 믿게 되는 경우도 빈번 한다.

최근 번역되어 나온, 하버드 의대교수인 ANGELO E. VOLANDES의 저서 ‘우리 앞에 생이 끝나 갈 때 꼭 해야 하는 이야기들(The conversation: a revolutionary plan for end-of-life care)’에는 ACP(Advanced Care Planning)에 대한 언급이 있다. Dr. ANGELO E. VOLANDES는 말기 환자들이 자신의 치료를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하여 동영상과 문서, 어플리케이션 등의 형태로 다양한 정보를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의사가 최선을 다해 치료하겠다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완화의료, 호스피스는 환자의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며 심정지가 왔을 때 무조건 심폐소생술을 시행해야 하는 것이라면 말기암환자가 소위 적극적인 치료를 시행중인 중환자실의 모습을 마주했을 때, 그의 결정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의료인은 윤리적이고 또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Informed consent를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    

의사에게 자신의 치료에 대한 설명을 듣고 질문하고 대화하기 보다 직원에게 견적을 받는 것이 일상적인 병원환경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인쇄물의 내용을 직원이 읽어 주거나 또는 환자에게 읽히며 치료에 대해 충분히 설명하였다고 믿는 현실에서, 궁금한 점을 묻고 또 묻는 환자들은 진상이 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조차도 언어를 완벽히 번역해내고 있는 이 시대에 우리 치과의사들만 자신의 언어와 자신의 방식으로 환자에게 설명하고 치료동의서에 서명하기를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고 새해에는 환자가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충분한 정보를 성실히 제공하는 윤리적인 의료인의 모습에 한 발짝 더 다가서는 시작점이 되길 바라본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박창진 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