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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들리십니까?

스펙트럼

“백세시대”라고 합니다. 노화는 여러가지 어려움을 만들지만, 그 중에 청력의 저하 만큼 답답한 것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잘 듣지 못하게 되면, 이해가 어렵게 되고, 오히려 말소리가 커지고, 자신의 말만 하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노년층의 청력저하는 치매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합니다. 공자께서는 칠십세를 고희라고 하셨는데, 불혹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유혹은 여전히 유효한걸로 보아, 나이만 먹는다고해서 고희에 이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건강한 우리들은 잘 듣고 있습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듣고 싶은 것만 듣습니다. 자신의 경험, 지식에 비추어서 남의 말을 들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러하기도 하지만, 고정관념이라는 중력과 같은 강한 힘이 시나브로 자신의 생각으로 끌어들이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의 대화에서 조금만 빗겨나서 대화를 들어보면 서로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들을 수 있습니다. 가끔 듣는 직원들 간의 대화에서도 상식 선에서는 도저히 그렇게 생각할 수가 없는데 서로 자기 말만 하고 있는 상황이 재미있기도 하고 조금 씁쓸하기도 합니다. 삼계탕 집에서 닭볶음탕에 공기밥이 나오는지 안나오는지에 대한 대화였지만, 침소봉대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말이 별로 없는 저는 잘 듣는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말이 없었던 것이지 제대로 듣고 있었던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듣는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느끼면서 무엇을 말하는지 들어야 하는데, 그저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있었습니다. 고개만 끄덕이면서 내 고정관념을 더 강하게 만들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혜의 왕이라고 하는 솔로몬이 하나님께 구했던 지혜도 듣는 마음이었습니다. 지혜가 바로 들을 수 있는 그 마음이 아닐까 합니다.

지금의 세대에서 잘 듣고자 하여도, 현대인들은 너무나 분주하고 너무나 소음이 많은 세상에 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잘 듣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아니 사실 우리는 무엇을 들어야 하는지도 잘 모릅니다.
사춘기 이후로 삼십대 중반까지 다른 사람들의 충고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내 생각에 꽉 사로잡혀서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충고가 별로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살아오면서 후회되는 일들이 몇 가지 있긴 하지만, 타임머신이 생겨서 그때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제 자신을 설득할 자신이 없습니다.

대학입시 발표 후에 여덟살 많은 저희 형이 딱 두가지 충고를 해주었던 것이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서클과 여자친구는 일찍 고르지 말고 신중하게 고르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러나 저는 입학식을 하기도 전에 두가지 모두 정해버리고 말았습니다. 후회를 하는 일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지만, 저에게는 충고를 받아들이는 기능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질문해 봅니다. 무엇을 들어야 할까요?

제 결론은 진리를 들어야 합니다. 절대적인 진리가 있고 없고에 대한 논의는 접어두더라도, 이익에 대한 추구가 아닌 진리에 대한 추구가 진정으로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미디어의 홍수라는 말은 이미 진부해져서 잘 쓰이지도 않는 말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소셜미디어까지 가세하여 인간의 두뇌로 처리하기 힘든 양의 정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개인적인 감정에 의한 정보, 사적인 이익을 위한 정보를 빼면 얼마나 남을지 모르겠습니다. 진리를 위한 진실을 언론에서든, 소셜미디어에서든, 어디서라도 발견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빈수레가 요란하다”라는 속담은 21세기 소셜미디어에서도 여지없이 들어맞고 있습니다.

진리에 대한 추구가 필요하다는 제 주장이 오히려 시대에 역행하는 주장일 수 있습니다. 다양성, 개성 등이 강조되는 시대에서 진리에 대한 추구를 강조하는 것을 옛것만을 중요시한다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온고지신의 정신을 생각해서가 아니라, 이익을 위한 추구는 결국 파멸에 이를 것입니다. 진리만이 세상을 밝게 비출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항진 사랑이 아프니 치과의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