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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행복합니다

시론

우리는 살아가면서 현재에 일어나는 일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인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일어나는 일들은 일어날만해서 일어나는 실제의 상황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보질 못하고 관념이라는 도구를 통해서 바라봅니다. 관념은 사람들이 필요에 의해서 만들어진 가치들입니다. 그러한 가치들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필요한 것들이지만 오히려 우리를 괴롭히고 고통스럽게 만드는 도구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관념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수용하는데 시야를 흐리게 하기 때문에 불만족스럽고 힘들게 사는 인생이 되기도 합니다.

병을 치료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진단입니다. 진단이 잘못되면 아무리 좋은 치료와 장비를 동원해도 치료하기가 어렵게 됩니다. 일어나는 실제를 정확히 보질 못하고 관념으로 진단하면 처방이 부실하여 삶이 괴롭고 힘들어지게 됩니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교육을 받으며 사회적 인간으로 자라다 보니 생각하고 행동하는 모든 것이 관념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관념적 판단이 삶을 지탱해 주는 구실을 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이중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들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일어날만해서 일어나는 일들입니다. 눈에 보이든 보이지 않든 여러 복합적인 원인들이 모여서 일어납니다. 직원을 채용할 때 그 직원이 들어오는 것은 때가 돼서 들어오는 것 이고(適來者 時也), 나가는 것은 때가 돼서 나가는 것입니다(適去者 順也). 시험에 붙을만해서 붙은 것이고 떨어 질 만해서 떨어진 것입니다. 그래서 시험에 붙으려면 붙게 되는 조건을 성숙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자기가 최대한으로 노력을 한다 해서 꼭 붙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의 노력은 조건을 성숙시키는 일부분일 뿐입니다. 물은 100도가 돼야 끓게 됩니다. 99도는 끓지 않습니다.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사실적 판단을 관념이나 가치로서 판단한다면 그대로 받아들이기가 어렵게 됩니다. 괴롭고 힘들고 억울하고 무엇인가 잘못 되어 있는 것 같아서 편하게 수용하기가 어렵게 되어 후회 속에서 살게 됩니다. 노래대회를 하거나 어떤 시험을 보고 나서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를 쉽게 인정을 하지 못합니다.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그렇지 못한 것을 후회하게 됩니다. 그 조건하에서는 그렇게 나오는 것이 실제의 모습인데 편안하게 받아들이질 못합니다. 관념으로 또 하나의 자기 모습을 설정해 놓고 그것을 자기라고 생각하다 보니 실제로 일어나는 모습과 차이가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자책하고 후회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실제와 관념 속 자기의 모습의 차이가 크면 클수록 삶은 더 고단하게 됩니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공해도 들뜨지 않고, 실패해도 낙담하지 않아서 일어난 현실을 차분하고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인생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경험으로 쌓이게 됩니다. 경험은 삶의 자산이 되어 나이가 들수록 원숙하고 지혜로운 삶의 원동력이 되어 줍니다. 그러나 현실은 사실 그렇게 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성공하면 교만하거나 독선과 고집이 생겨 들떠서 살게 되고 실패하면 후회와 상처속에서 살게되어 현실을 편안하게 받아들이질 못합니다. 그래서 경험으로 받질 못하게 되니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되고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되질 못합니다.

사람들은 모두가 다르게 태어납니다. 동일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각자에 따라서 능력과 한계를 갖고 태어나 살다가 또 그렇게 가는 것입니다. 그래서 다르게 태어난 것을 인정하고 편안히 받아들이면 만족스러운 삶이 됩니다. 그 속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보이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렇게 보질 못합니다. 어떤 관념이나 욕심으로 보게 되고 판단하게 됩니다. 그래서 다르다는 실제를 인정하게 되지 않고 인위적인 관념으로 진단하여 괴로움의 진흙속으로 빠지게 됩니다. 부모가 자식을 그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경영주가 직원을 그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부부가 서로를 그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내 눈에 관념이라는 색안경을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단이 잘못되면 세상에서 좋다는 치료 방법들을 다 써봐도 합병증만 생기게 됩니다. 관념적 진단하에 능력과 한계를 넘게 되면 삶이 여유가 없고 빡빡하고 고달퍼집니다. 최대로 100킬로를 달릴 수 있는 자동차를 매일 100킬로로 달리다 보면 그 자동차는 오래가지 못하고 망가집니다.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며 운동하는 프로 선수들은 수명에서 일반인보다 훨씬 못합니다. 자기가 들고 있는 돌멩이의 무게가 자기의 한계치에 있으면 그 사람은 그 돌멩이를 드는데에 온 힘을 쓰는데 급급합니다. 그 주위를 볼 여유와 시간이 없습니다. 그러니 행복과 만족과는 거리가 먼 곳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더 무거운 돌멩이를 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에 일어나는 일들이 나를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내 생각, 관념이 나를 괴롭게 합니다. 현실에 일어나는 것들을 편안히 받질 못하고 항상 생각이 과거나 미래라는 관념속에서 놀다보니 모든 진단과 처방이 엉망이 되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가장 가까이서 잘 안다고 하는 부부사이가 가장 잘 모릅니다. 상대방을 볼 때 변해가는 현실을 보지 못하고 머릿속에 박혀있는 고정관념의 틀속에서 판단하고 가장 잘 안다는 오만함으로 진단하니 그 처방이 맞을리 없습니다. 가장 잘 아는 사람끼리 해결하지 못하고 가장 잘 모르는 사람한테 부탁하러 갑니다.

모든 것이 변해갑니다. 변해가는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고정된 관념으로는 진단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평생 관념의 틀 속에서 살아 왔기에 고정된 관념에서 벗어나 사고의 전환을 하기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수 십년전의 초등학교 동창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 때나 지금이나 동일한 고정관념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옛날에 바라봤던 그 시선과 틀 속에서 서로가 대화합니다. 꿈속의 대화가 되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면 사실 그 말투는 문제가 되질 않습니다(得意忘言). 그러나 그 말투라는 도구, 관념에 걸려서 그 사람의 마음을 읽기 어렵게 됩니다. 현실에서 나타나는 것들을 그대로 순순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은 관념이라는 도구에 걸려서 그대로 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나이가 들수록 그 관념은 더 고착화되는 경향이 있어서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판단을 하게 되고 보이지 않는 성벽만 쌓게 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수록 고정관념의 울타리를 벗겨야 현실에서 일어나는 그대로를 보기가 쉽고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이 모든 것을 편안히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삶의 지혜가 나오고 만족과 행복이 찾아 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