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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의사, 인문학을 품다

서울대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AFP) 열공
문·사·철 아우르는 치과의사 각광
환자소통·소명의식·내적성찰 ‘관심’


앞과 뒤를 다 잘라내면 인문학은 결국 존재에 관한 학문이다. 존재에 대한 갈등과 의문이 지식을 축적하고, 삶에 관한 지혜와 통찰력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보편성을 지향하는 인문학과 특수성을 상징하는 치의학의 만남은 이런 관점에서 더 특별하고 상호보완적인 테마다.

최근 치과계 내부에서도 인문학 공부 열기가 뜨겁다. 각 지부와 분회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있으며, 인문학의 속 깊은 울림을 함께 나누기 위한 스터디 성격의 모임들도 자생적으로 뻗어 나오고 있다.

서울대 인문대학(학장 이주형)이 운영하고 있는 ‘최고지도자 인문학과정(이하 AFP)’은 치과의사들이 이른바 ‘문·사·철’로 치환되는 인문학의 가치를 정제된 형태로 만날 수 있는 검증된 프로그램 중 하나다. AFP는 ‘Ad Fontes Program’의 약자로 라틴어로 ‘근원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과정은 인문학의 위기가 본격적으로 거론되던 지난 2007년 9월에 첫 개설돼 올해까지 10년간 20기를 배출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AFP 7기) 같은 이는 “이제 나는 가을 산의 오솔길을 걷는 사람에게서 나는 냄새에 오크통 속에서 오래 숙성시킨 와인의 향기로움까지 더해지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것이 바로 인문학”이라고 일갈했다.

# “내면의 성찰이 필요하다면 강추”

AFP 사무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 과정을 수료한 치과의사들은 10여명 정도. 실제로 과정을 경험한 이들은 삶을 더 풍요롭게, 가치 있게 만드는 과정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최근 20기를 수료한 현재만 원장(현재만치과의원)은 “지난해 환갑을 넘기면서 내 자신을 위해 무언가를 해보자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의대 친구가 강력히 권해 사실 충동적으로 등록을 하게 됐다”면서 “하지만 커리큘럼이 충실해 올해 반년 동안 화요일 오후 6시 30분부터 약 3시간 동안이 너무나 행복했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50대 초반에서 중반, 개원의 안정을 이룬 치과의사 중에서 인문학에 대한 향수나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길 원하는 분, 현실적인 것을 얻기 보다는 내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할 수 있는 무엇을 찾으려 하는 분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강추한다”고 밝혔다.

내적 성찰을 통해 환자와 마주설 새로운 힘을 얻었다는 치과의사도 있다.

20기를 수료한 김우형 원장(스타티스1치과의원)은 “내가 10년 후에 어떤 치과의사가 될 것인가, 지금부터 무엇을 준비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우선 천착했다”고 AFP 등록 이유를 밝혔다.

김 원장은 “교수님들의 좋은 강연을 통해 인문학을 만나니 생각의 폭이 넓어졌다. 환자들이 치과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환자에 대한 나의 두려움도 옅어졌다”며 “인간을 이해하고 사람과의 관계를 다시 생각 혹은 정립하고 싶다면, 사유의 ‘힐링’을 할 수 있는 이 과정을 들어봄직 하다”고 추천했다.


# “치과의사는 치아 넘어 사람을 봐야”

협회장 후보시절 “인문학적 소양을 기를 수 있도록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회원들에게 인문학 강좌를 서비스 하겠다”고 약속한 김철수 협회장도 AFP 18기를 거쳤다.

김철수 협회장은 “평소 관심이 많았고 지금도 계속해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다”며 “관악캠퍼스 1기로서의 추억도 되새길 수 있었고, 듣고 싶었던 문·사·철 등 인문학 강연을 총망라한 만큼 강의 내용과 커리큘럼이 다양하게 구성이  잘 돼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AFP 과정을 소개했다.

특히 김 협회장은 AFP 등을 수료하면서 경험한 인문학의 사회적 편익을 치과의사 회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한다. 그는 “선거 공약에서 언급했듯 회원들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를 조만간 시작할 것”이라며 “월 1명씩 강사들을 정해 협회 사이트에 접속하면 이 분들의 강연을 무료로 들을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실행, 회원들이 좀 더 쉽게 인문학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