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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이

Relay Essay 제2252번째

2017년 2월 2일. 둘째 딸아이의 7번째 생일!
좋아하는 갈비를 사주기 위해 퇴근을 서둘렀다.
집으로 들어서는 순간 뭔가 느낌이…
딸들이 내 눈치를 살핀다.
뒤이어 퇴근한 남편도 심상치 않다.
큰 아이가 입을 열었다.

“엄마, 로비에 강아지 봤어? 엄청 귀엽다. 내가 소시지도 사줬는데 진짜 잘 먹더라.”

아이의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하교 길에 강아지가 자기를 쫓아왔고, 동네 아이들 말로는 며칠 전부터 아파트 이곳저곳을 다니는 주인 없는 강아지란다. 마음 약한 큰 아이와 친구들은 상자와 담요로 집을 만들고, 용돈을 모아 소시지를 사 먹였다. 그리고, 털이 수북하게 길어서 ‘털털이’라고 부르기로 했고, “털털아~”하고 부르면 꼬리를 살랑거린단다. 털털이에게 마음을 빼앗긴 아이들 모두가 털털이 주인이 되길 원했지만 엄마들의 철벽방어로 모두 실패했다는…

털털이에 대한 긴 이야기를 끝내고, 털털이가 너무 가엽다고 울먹거리는 아이들.
일단 그 녀석을 만나야 했다.

큰 아이가 “털털아~”하고 큰 소리로 부르니 어디선가 나타난 녀석이 꼬리를 흔들며 손을 핥았다. 신기하고 귀여웠다. 길거리 생활을 얼마나 했는지 고약한 냄새와 함께 온몸은 털에 뒤덮여 있고 발톱도 엉망이었다. 매서운 추위에 밖에 둘 수는 없어 일단 집으로 들였다. 집이 낯선지 털털이는 한숨도 못 잔 채 밤을 새웠고 다음 날 주인에 대한 단서를 찾기 위해 근처 동물병원으로 갔다. 몸 안에 칩도, 개를 잃어버렸다는 신고내용도 없자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버려진 것 같다는 말씀을 하셨다. 설상가상 털털이는 심장사상충 2기, 치주병, 다리와 허리도 좋지 않다 하셨다.

나를 보는 눈빛이 애처로웠다.
겨우 몇 시간 데리고 있었는데 내 품에 안긴 채 미동도 없는 가여운 녀석!
나중에 주인을 찾더라도 모든 병을 치료해주고 싶었다. 당장 심장사상충 치료를 시작했다. 기특하게도 약도 잘 받아먹었다.

작은 아이 생일에 온 아이라 이름도 ‘선물이’로 바꿨다.
선물이는 우리 가족 안으로 자연스레 스며들었다. 파보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위독한 상황에서도 입원실에 찾아간 우리를 보며 힘을 냈던 기특한 선물이.
지금은 건강한 모습으로 우리가족의 막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바쁜 나를 대신해 두 딸을 맞이하는 일, 내가 설거지를 할 때면 옆에 앉아 끝날 때까지 기다려 주고, 우리가족 식사시간에는 식탁 밑에서 기다려 주는 선물이.

작은아이와 막내 쟁탈전을 벌이며 라이벌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잠들 때만큼은 두 딸의 양보로 언제나 내 옆자리는 선물이 차지다.

선물이와 산책하고, 여행하고, 선물이에 관한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 추억을 쌓고 있는 지금이다. 선물이가 오고 나서 가족의 행복이 더 커진 것처럼, 선물이도 우리로 인해 많이 행복하고 따뜻했으면 좋겠다. 사랑해 선물아~!


김창숙 울산과학대 치위생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