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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주위염 분류 새로 제정

기고 | 2017 치주질환 분류에 대한 제, 개정 워크숍에 다녀와서


11월의 시카고 날씨는 생각보다 훨씬 매서웠다. 거기다가 첫눈까지 내리고 있었다. 잊지 못할 4박 5일의 여정은 시카고 특유의 겨울날씨와 함께 시작되었다. 필자는 치주질환 분류를 위한 워크숍에 초청을 받고 참가하였다. 1999년 Gary Armitage를 중심으로 한 치주질환의 분류가 발표된 지 18년 만에 새로운 데이터를 바탕으로 치주질환을 새로이 분류하고, 특히 임플란트주위염에 대한 분류를 새롭게 만드는 작업이 지난 주 미국 시카고에서 있었다.

미국치주학회(AAP, American Academy of Periodontology)와 유럽치주학회(EFP, European Federation of Periodontology)가 공동으로 개최한 이번 워크숍은 2년반의 준비작업 끝에 전 세계의 석학 10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시카고대학에서 역사적인 작업을 진행하였다. 워킹그룹은 ▲Periodontal Disease and Conditions, and Periodontal Health, Gingivitis ▲Periodontitis ▲Developmental and Acquired Conditions and Periodontal Manifestations of Systemic Disease ▲Peri-implant Disease and Conditions 등 4개로 구성되었으며, 필자는 Peri-implant Disease and Conditions 그룹에 참여했다. 참가자들의 국적은 대부분이 미국과 유럽이었으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홍콩, 한국, 그리고 중국에서 참가하였다. 후문으로는 대만과 싱가포르에서는 이번 워크숍에서 자국의 학자들이 초청에서 배제된 것에 간접적으로 항의하였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3일 동안의 스케줄은 그야말로 빡빡하였다. 시카고대학은 94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였으며, 워크숍이 개최된 경영관을 거쳐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만 29명에 이르는 명문중의 명문대학이다. 이번 워크숍의 주최측은 이러한 정기를 받아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기를 바랐는지, 경영관 전체를 통째로 예약해두었다. 오전 6시 30분에 모여 다 함께 아침식사를 하고, 이후 오전 7시 반부터 저녁 7시까지 토의와 논쟁 그리고 합의가 이어지는 스케쥴이 내내 이어져갔다. 흥미로운 것은 소그룹의 컨센서스가 제, 개정 되어도 다같이 모여서 진행하는 plenary session을 반드시 통과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서 법안처리에 의장이 필요한 것처럼 세션의 의장은 미국의 Jack Caton(이스트만 대학)과 Panos Papapanou(콜럼비아 대학), 그리고 유럽의 Mariano Sanz와 Søren Jepsen이 맡았다. 또, 양 대륙의 대표적 치주저널의 편집장인 Ken Kornman(Journal of Periodontology) 과 Maurizio Tonetti(Journal of Clinical Periodontology)도 참여하여, 15개의 review paper, 3개의 clinical translation paper, 그리고 4개의 컨센서스 보고서를 양 저널에 동시에 출간하기로 결정하였다. 이 워크숍에서 나올 새로운 분류체계에 전세계 치의학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앞으로 모든 치과대학 학부생, 대학원생 및 전공의들의 교과과정은 여기서 결정한 새로운 분류체계를 수록하게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각 국의 보험체계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으리라 예상되는데, 미국의 참가자들은 애둘러 이 부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다. 

필자가 속한 Peri-implant Disease and Conditions 그룹에서는 ▲Peri-implant Health (Relate Back to Periodontal Health) ▲Peri-implant Mucositis ▲Peri-implantitis ▲Soft tissue and hard tissue deficiencies ▲Case definitions and diagnostic considerations 등 5개 세션으로 나누어 컨센서스를 작성하였다. 임플란트주위염에 관한 분류는 새로 제정 되었다. 치료부분을 제외한 정의, 조직학적 소견 및 임상적 증상 등 분류위주의 내용만을 다루었다. EAO난 ITI 컨센서스에서 발표되었던 내용이 일부 인용되기도 하였지만, 많은 부분에서 새로이 보완되고 추가되었다. 이 실무그룹은 Gary Armitage와 Tord Berglundh이 팀장을 맡았으며, Frank Schwarz, Lisa Heitz-Mayfield, Stefan Renvert, Nicola Zitzman, Giovanni Salvi, Stephen Chen, Dennis Tarnow 등과 함께 필자도 컨센서스 리포트를 작성하였다. 경험과 학문적 깊이가 일천한 것이 사실이지만, 명망있는 세계적 연구자들과 함께 논의하고, 또 보고서에 이름을 나란히 올린다는 것은 개인적으로는 큰 영광이었기에, 함께한 시간 동안 받았던 감동과 경험은 평생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출국 전 연건동의 나의 작은 연구실에서 늦은 밤까지 준비한 많은 시간들과, 또 시카고대학의 경영관에서 유명학자들과 함께한 지난 5일간의 귀한 시간들을 되돌아보면서, 연구자로서 학문하는 기쁨과 깊이 있는 연구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한편으로는 새로운 분류체계가 국내외 임상가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궁극적으로는 세계인들의 건강한 삶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경험들이 후학들에게도 이어지고 공유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귀국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기내 창 너머로 내려다 보이는 태평양이 유난히 푸르게 보였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구기태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치주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