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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마스크 쓴 치과의사 환자와 공감 아쉽다

창간 51주년 특집1-‘다시, 환자를 생각한다’
좌담회 | ‘환자가 묻고, 치과의사가 답한다’


Contents
총괄기사 | 환자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치과의사의 다짐
좌담회  | ‘환자가 묻고, 치과의사가 답한다’
인터뷰  | 장애인·노인·외국인 노동자 등 사회취약계층
환자분쟁 솔루션  | ‘파란불·노란불·빨간불’


이건 변명 여지없이 치과의사 잘못이다
치과밖서 환자가 내 얼굴 못 알아 보기도

지난 11월 27일 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 세미나실에서 치과의사 둘과 환자 셋이 만났습니다.  상호간 불신이 점점 깊어가는 시대에 이기고 지는 토론이 아닌,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바람직한 치과 의료의 모습을 함께 고민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날 흥미로웠던 점은 환자와 치과의사 패널이 생각하는 좋은 치과의사의 모습이 별로 다르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박창진 원장(미소를만드는치과의원)
‘사람을 볼 수 있는 치과의사’가 좋은 치과의사라고 생각하는 개원 18년차 원장.
●황지영 원장(서울시립장애인치과병원)
장애인 환자를 진료하면서 비로소 치과의사라는 직업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았다.
●윤 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
시민단체에서 17년째 활동가 생활, 치과의사가 마스크 벗고 환자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했으면.
●박다정 방송작가
의료 관련 프로그램 방송작가이자 육아맘. 20개월 된 아들 첫 치과 선택할 때 정말 고민 많이 했다.
●김연희 서울치대 예과 3학년생
치과의사와 환자 그 사이 어디쯤 서 있다. 하지만 아직은 환자 입장에서 할 말 많다.

Q 이번 좌담회는 사회자의 질문에 환자 패널이 먼저 답을 하면 이에 대해 치과의사 패널이 의견을 내는 방식으로 진행하겠다. 먼저 환자 패널이 치과 혹은 치과의사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부터 알고 싶다. 치과 또는 치과의사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나.

박다정(이하 정): 치과는 어렸을 적부터 무서웠다. ‘통증’이라는 이미지가 있고 치과에 간다고 하면 ‘주머니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병원에 갈 때보다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생명과 직결되지 않아서 꼭 가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인 것 같다.

김연희(이하 김): 외과의사나 내과의사 만큼 소명의식이 느껴지지 않는 이미지다. 의대 분과와 비교하면 피부과처럼 미용과 치료의 경계에 있는 느낌이다.

윤 명(이하 윤): 치과의사는 마스크를 쓰고 있다. 때문에 치과의사를 제대로 대면하고 충분히 상담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과 의사는 그 사람의 표정을 보면서 소통하는데, 치과의사는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 이 때문에 치과의사가 무슨 생각하는지 모르겠고 일방적으로 듣기만 한다는 생각이 든다.

황지영(이하 황): 얼굴 보며 상담할 수 없다는 말 이해한다. 내가 치료한 지 5년 된 환자에게 오늘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했더니 내 얼굴을 못 알아보더라. 치과에선 감염관리 문제 때문에 마스크를 쓰고 고글까지 착용한다. 더구나 우리는 치료에 집중하다 보니 아이컨택이 잘 안 되고 환자와의 공감에 소홀해지기도 한다. 약간 변명을 하자면 치과진료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박창진(이하 박): 내가 강의하는 아이템 중 하나가 ‘환자중심’(Patient-oriented)상담이다.  예전 강연 제목 중 하나는‘지금 마스크를 벗어라’였다. 의사가 마스크를 벗고 환자 어깨 한번 두드리며 ‘오늘 치료받느라 고생했다’, ‘집에 가면 조금 아플 수 있다’고 얘기하면 좋은데 아무 얘기 안 하고 휙 사라진다. 환자는 집에 가서 조금만 아파도 ‘치료가 잘못된 거 아닌가’ 라는 온갖 의심이 들게 된다. 이건 변명의 여지없이 치과의사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다.


속시원한 상담없이 “환자가 결정하라” 답답


환자가 판단할 수 있는  여러 근거를 만들어줘야
금속메탈 맘대로 버렸다 혼쭐  지금은 설명하고 사인까지 받아


Q 치과(치과의사)에 대한 환자 패널의 기본적인 인식이 대체로 부정적인 것 같다. 그동안 치과를 이용하면서 느낀 가장 큰 불만은 뭐였나.

윤: 치과에 갔을 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자세히 알려주면 좋겠는데 ‘스케일링하고 가세요’ 정도에서 그친다. 내가 원하는 것은 나의 상황에 따른 조언인데 설명을 잘 안 해주는 거다. 그러다 보니 오늘 받은 진료에 대해 믿음이 안 간다. 예방이 중요하다고 말은 하는데, 정작 그것에 대해 속 시원한 상담이 이뤄지지 않는다.

김: 비슷한 맥락의 이야기이다. 나는 교정치료를 두 번 했다. 두 번째 할 땐 동네 치과 여러 곳을 다니면서 상담 받았다. 그런데 치과마다 설명이 다르더라. 치아 홈메우기의 경우에도 가는 곳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게 달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고 혼란스러웠다.

정: 예전에 통증이 있어서 치과에 갔다가 진료 받고 한 10분 정도 멍하니 서 있었다. 어떤 상황이었냐 하면, 되게 불편한 느낌이었다. 신경이 쓰였다. 치과의사는 사랑니 때문이라고 설명해줬다. 그래서 지금 빼고 갈까요? 라고 물으니 “그건 환자분이 결정하셔야죠”라고 내게 결정권을 넘겼다. 그런 상황에서 결정권을 환자에게 주는 게 맞는지 혼란이 생겼다.

윤: 진료는 의료인이 해줘야 하는데, 뭐든지 환자에게 결정하라고 하는 것은 너무 버겁다. 먼저 추천한 다음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아니어서, 무얼 선택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자꾸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느낌이다.

박: 나는 교정과 의사인데, 교정보다 다른 치료를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하면 환자에게 여러 가지 치료방법과 비용 등을 제시한 후 내 입장에선 다른 치료를 하는 게 나을 것 같으니 다른 과 선생님한테 가라고 얘기 한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동네에서 이렇게 진료하면 ‘저 치과 ㅇㅇ치료 못 한대’ 같은 소문이 난다. 다른 치과에 가보라는 말을 꺼리는 이유다. 치과의사는 환자가 관심 없는 부분도 이야기해줘야 그게 충분한 설명이다. 환자가 판단할 수 있는 여러 근거를 만들어줘야 하는 거다.


황: 진료 경험이 쌓일수록 ‘자기방어’가 생기는 것 같다. 나는 이게 맞다고 생각해서 어떤 진료를 했는데, 나중에 환자가 항의하면 치과의사도 사람이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꼭 한 발자국 물러서게 된다. 내가 어떤 환자가 옛날에 씌운 것을 뜯어내고 그걸(금속 메탈) 버렸는데, 진료 받고 나간 환자와 그 따님이 ‘아까 그거 금이었다, 마음대로 버렸다’고 하더라. 그 다음부터는 ‘이거 금속이에요, 금이에요’ 다 설명하고 사인까지 받는다.


환자패널 실력있는, 인간적인, 믿음주는 치과의사가 좋더라
치의패널 환자와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주는, 사람을 볼 수 있는 치과의사


Q 그렇다면 환자 패널들은 어떤 치과의사가 좋은 치과의사라고 생각하나. 자신이 치료받고 싶은 치과의사의 모습을 밝혀 달라.


김: ‘실력’ 있는 치과의사다. 내 병을 가장 효과적으로 고쳐줄 수 있는 사람이 치과 선택 기준에서 가장 우선된다. 상황적 맥락에 따라 다르겠지만, 옵션 몇 개 주고 제 의견을 잘 반영해주면 좋겠다.

정: 저는 ‘인간적인’ 치과의사가가 좋은 치과의사라고 생각한다. 20개월 된 아들이 갈 첫 번째 치과를 선택할 때 엄청 고민했다. 어떤 맘카페에 들어갔는데, 악플이 많이 달린 치과가 있었다. 그래도 이 치과 한번 가보자는 생각으로 갔는데 아들을 본 그 치과의사 선생님이 아이를 한번 안으시더라. 그 모습 보고 이 선생님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윤: ‘믿음’을 주는 치과가 좋은 치과라고 생각한다. 그 믿음은 꼭 ‘진료를 잘 한다’, ‘못 한다’에서 비롯되는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치과 갈 때마다 감정적인 부분에서 만족을 못 한다. 요새 치과 주치의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데, 주치의 개념의 치과가 되려면 치과의사가 내게 주치의로서 대해줘야 한다. 서로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Q 환자 패널 의견 어떻게 생각하나. 또 치과의사 패널이 생각하는 좋은 치과의사의 모습은 어떤가.

황: 동기들 얘기 들어보면 ‘양심치과’가 알려진 후 환자들의 의심 지수가 엄청 높아졌다고 한다. 환자들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의 진료를 하려고 노력해왔는데, 환자들이 ‘나를 의심한다’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원천적으로 치과의사가 잘못한 부분 있을 수 있지만, 이런 식으로 나아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는 서로가 행복하지 못할 것 같다.


박: 한국소비자보호원 등에 조정 신청되거나 소송으로 가는 사건 대부분은 치료가 잘 못 됐다기보다는 감정적으로 의사소통이 잘 안 됐기 때문인 경우다. 환자가 자꾸 ‘선생님 여기 너무 아파요’하면 의사는 ‘나는 치료 제대로 했는데 왜 시비 걸지?’라고 생각한다. 환자가 아프다고 하면 아픈 거다. 치대 교육에서 ‘사람 보는 법’을 안 가르친다. 이 사람이 어디가 불편하고 뭘 원하는지 알기 위해선 사람과 이야기를 해야 한다.

황: 환자의 상황을 함께 고민하고 결정해주는 치과의사가 좋은 치과의사 아닐까 생각한다. 내가 다른 과 진료를 받으러 갈 때를 가정하면, 전문적 지식을 바탕으로 내 의견을 어느 정도 존중하되 내게 베스트를 찾아 줄 수 있는 의사에게 진료 받고 싶다.

박: 치과의사 입장에서 내가 썩은 이를 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썩은 이를 가진 사람을 보고 있는 건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이가 썩어서 얼마나 아팠을까’, ‘얼마나 고생했을까’, ‘다음에 안 썩게 하려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가 1순위여야 한다. 즉 ‘사람을 볼 수 있는 치과의사’가 좋은 치과의사라고 생각한다. 

Q 최근 먹튀치과, 불법 사무장 치과로 인한 의료소비자 피해 사례가 자주 발생한다.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과 해결방법은 뭘까?

윤: 의료가 상업적으로만 가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 이윤을 추구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의료는 너무 상업화돼선 안 된다는 것이다. 일차적으로 국가가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야 하는데 허점이 있다. 또 의료인들 스스로 좀 더 자정노력을 해야 하는데 제 식구 감싸기 하는 측면이 있다. 환자들은 의료기관을 선택할 때 가격이 1순위가 돼선 안 될 것 같다.

박: 우선 일벌백계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이게 잘 안 되니) 상업적으로 흘러가는 치과가 너무 많아졌다. 환자들이 좋은 치과를 찾기 어려워진 거다. 아주 근본적으로는 치과대학생들에게 ‘직업윤리’를 가르치는 게 중요하다. 지금은 시간이 짧다는 핑계로 임상을 가르치기에 급급하다. 기본적으로 악랄한 행위는 법에 의존하고, 그 밑의 것은 윤리에 맡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