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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원격 교정 업체 폐업, 미국판 투명치과 사태 터지나

‘스마일다이렉트클럽’ 파산 보호 신청 2개월만 운영 중단
교정 중단 환자 피해 호소 빗발쳐, 동료 치의 부담 전가
비대면진료 제도화 수순 국내도 SDC 사태 예의주시해야


전 세계로 확장세를 거듭해온 글로벌 원격 투명교정 업체 ‘스마일다이렉트클럽(SmileDirectClub·이하 SDC)’의 말로가 폐업으로 귀결됐다.


특히 이번 폐업으로 인해 기존 교정 치료 중이던 환자 다수가 치료 중단에 따른 임상적,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고 있어, 이른바 ‘글로벌 투명치과 사태’로 불거지고 있다.


SDC는 지난 9월 29일 파산 보호를 신청한 이후 약 2개월 만인 지난 8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글로벌 운영을 즉시 중단하기로 결정 내렸다”고 발표했다.


지난 2014년 설립된 SDC는 치과의사와 대면 진료 없이도 치아 교정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의 투명교정 업체다. 환자가 집으로 ‘치아 인상 키트’를 배송받아 본을 떠서 보내면, 업체에 소속된 치과의사가 투명교정 장치를 처방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방식으로 SDC는 기존 교정 비용의 절반 수준인 2250달러로 서비스를 제공, 가정용 교정기 시장의 95%를 잠식했다. 2019년에는 주당 20.55달러로 나스닥에 상장돼 시총 89억 달러를 기록, 전 세계 12개국에 진출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SDC 전성시대는 오래가지 않았다. 치과의사를 통한 대면 진료를 건너뛰는 만큼,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 환자 부작용 사례만 수천 건에 달했다. 또 환자들을 입막음하는 비윤리적 비즈니스 관행으로 여러 법적 싸움에 휘말렸고, 적자만 매년 수억 달러에 이르렀다.


이처럼 SDC는 지속적인 내리막을 타다 지난 2021년 10월 주당 0.31달러를 기록하며 상장가 대비 -98.6%로 폭락하게 된다. 이어 지난해 11월과 올해 5월, 나스닥 상장폐지 위험 통지를 받은 데 이어, 지난 9월 29일 파산 보호를 신청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0억 달러 이상의 부채를 남긴 채 폐업하고 만다. 지난 3분기 파산한 미국 기업 중 가장 큰 규모다.


여러 악재가 거듭됐던 만큼, 이번 SDC의 몰락은 예견된 수순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다만 해악은 폐업으로 끝나지 않고 있다. 미국의 초대형 커뮤니티 사이트인 ‘레딧’(Reddit)을 비롯 SNS는 교정 치료 중단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고 환불을 요구하는 환자들의 불만 댓글로 가득 차 있어, 이번 사태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SDC는 고객 관리 지원 중단을 밝히며, 추가 치료에 대해서는 지역 치과 의료기관과 상담할 것을 권고하고 있어, 동료 치과의사들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상황이다.


특히 SDC는 서비스 중단에도 불구, 환자가 이전에 동의한 치아 교정 서비스에 대한 비용은 전액 지불할 것을 요구해 원성을 자아내고 있다. 과거 수천 명의 환자들과 환불 소송이 불거졌던 국내 ‘투명치과 사태’를 연상케 한다.


에디 크라우치 영국치협 의장은 “SDC가 남긴 부적절한 치료와 피해 환자는 치과의사에게 지뢰밭이 될 것”이라며 “SDC와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로 운영되는 업체를 모니터링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론 가이몬 미국치과교정학회 회장도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SDC는 파산했지만 향후 어떻게 진화할지 알 수 없기에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이래 지속해서 비대면진료 제도화 수순을 밟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이번 SDC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는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대상 기준을 완화한 안을 지난 15일부터 시행하면서 의료계와 격돌하는 형국이다.


김영석 대한치과교정학회 홍보이사는 “이번 SDC의 폐업이 의료의 본질에서 벗어난 DTC(Direct to Customer) 업체들의 비즈니스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의료법에서 모든 의료행위는 의료인에 의해 이뤄져야 함에도 편법적인 방식으로 대국민 피해를 양산하는 방식에는 엄정한 법률적인 규제와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