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01 (수)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고전에서 갈등을 푸는 지혜를 얻는다

박병기 칼럼

중용 6장 (갈등을 해결하는 순임금의 지혜)

子曰 舜其大知也與 (자왈 순기대지야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순임금은 참으로 지혜로운 분이라 할 것이다!

舜好問而好察邇言 (순호문이호찰이언)

순임금께서는 묻기를 좋아하시고, 가까이서 질문에 대한 답을 듣기를 좋아하셨다.

隱惡而揚善 (은오이양선) 사람들의 추한 면은 숨겨주시고, 좋은 면을 잘 드러내 주셨다.

執基兩端 用其中於民 (집기양단 용기중어민)

서로 반대되는 양쪽의 주장을 모두 고려하시되, 그 중용이 되는 바를 백성에 적용하셨으니

其斯以爲舜乎 (기소이위순호)

이것이 바로 그분께서 길이 백성들의 칭송을 받는 위대한 임금이 되는 까닭이다.

- 대학 중용 지도자의 길 그리고 인간의 길. 저자 김형관

 

순임금의 순(舜 뛰어날 순. 현명하다. 총명하다)이라는 칭호는 돌아가신 후에 붙여진 시호(諡號)이다. 필자는 중용 6장에서 순임금의 대화방법과 갈등을 해결하는 현명함을 배운다. 순임금께서는 모르는 것을 묻기를 좋아하시고 질문한 것에 대한 답을 듣기를 좋아하셨다. 서로 갈등이 있을 때 갈등의 헝클어진 실타래를 풀어가는 데 질문이 중요하다. 질문을 통해 상대의 생각을 알 수 있고, 상대에 대한 나의 선입관을 제거할 수 있다. 대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핵심을 짚는 질문과 상대의 말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경청하는 것이다.    

 

진료를 하다 보면 술자가 원하지 않은 결과로 인해 환자분과 갈등이 있을 때가 있다. 그런 경우 나는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는다. 상대가 말하는 동안 절대 그 상황에 대한 변명을 하지 않는다.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하였던 말을 반복할 때 잠시 상대의 말을 끊는다. 그리고 “아! 그러셨군요”. 그때 제 의도는 그러한 것이 아니었는데 그렇게 생각하셨군요. 제 불찰이네요. 다음부터 다른 환자분을 진료할 때는 환자분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은 것을 실천하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침묵을 갖고 “제가 어떻게 하여 드릴까요?” 라고 묻는다. 환자분께서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으신다. 가끔은 무리한 요구를 하실 때 제3자의 의견을 들어보고 그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씀드린다. 제3자의 의견을 듣는 단계까지는 가지 않는다. 隱惡而揚善 (은오이양선. 사람들의 추한 면은 숨겨주시고, 좋은 면을 잘 드러내 주셨다). 대화를 할 때 자신이 똑똑하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보다 상대방이 ‘내가 똑똑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질문을 하기도 어렵지만 상대방의 답에 경청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순임금의 경청하는 방법에 대해 말씀하신다. 察邇言(찰이언) 여기서 찰(察 살필 찰)은 宀(집 면)이라는 한자와 祭(제사 제)자로 구성되어 있다. 궁궐(宀)에서 제사(祭)는 어떠한 의미를 갖을까? 하늘에 지내는 제사는 왕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행사다. 선대 제사의 모든 것을 재현해내야 한다. 하늘과 조상에게 바치는 제사가 잘못되었을 때 왕의 정통성은 무너진다. 察(살필 찰)은 목숨과도 같은 것이다. 상대의 말을 察(살필 찰)하여야 한다.

 

술자리에서 2~3시간 대화를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 무슨 말이 오고 갔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언(邇言) 邇(가까울 이)자는 辵(쉬엄쉬엄갈 착)과 爾(너 이)가 합쳐진 형성자이다. 이언(邇言)은 경청의 태도에 말하고 있다. 길을 걸으며 대화를 할 때 상대의 말을 듣기 위해서 엄청난 집중이 필요하다. 잠시 잠깐 주의를 다른 곳에 빼앗겨 버리면 상대의 말을 들을 수 없다. 경청을 할 때는 상대의 말을 있는 그대로 가슴에 심는 것이다. 우리는 대화를 하며 상대의 말에 대해 평가하고 판단하려 한다. 귀는 상대에게 열려 있지만 머리는 복잡하다. 길을 가며 대화를 할 때는 상대에 대한 선입관 없이 열린 마음을 가지고 대화에 집중해야 한다.

 

순임금은 갈등이 있는 현안에 대해 신하들에게 질문을 할 때는 양극단 의견을 듣는다. 일반 대중은 양극단 언어와 결정에 환호를 한다. 한 편의 드라마를 구경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인생과 정치는 드라마틱 하여서는 안 된다. 양쪽의 의견을 열린 마음으로 듣고 갈등의 당사자를 충분히 이해시키는 범위에서 중용을 택하여 백성들에게 사용한다. 이러한 순임금이 대화법과 대화를 통해 얻은 지혜를 실천하는 현명함이 사후 순(舜 뛰어날 순. 현명하다. 총명하다)이라는 시호를 받은 이유이다.

 

33대 치협 회장단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선거가 끝나고 선거관리위원회의 결정을 믿지 못하고 치협 외부 즉 제3자(사법부)에게 판단을 맡겼다. 치협 집행부는 감사와의 갈등을 자체에서 해결하지 못하고 임시대의원총회를 열어 그 결정에 따랐다. 필자 또한 2020년 대의원 총회에서 긴급 안건을 발의하여 조사위원회에 참석하여 의견을 피력한 경험이 있다. 조사위원회의 위원장은 갈등의 당사자인 부회장이었다.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는 대한치과의사협회에는 오랜 회무경험과 다양한 사회 경험을 갖고 있는 많은 원로 분들과 회원이 있다. 원로 분들과 회원의 경험을 활용하여 순임금의 지혜로 치과계 내부 갈등을 풀어 내보면 어떨까 하는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인간의 삶이란 결국 말하고 읽고 듣기다. 이 세 가지 중에서 가장 어렵다는 것이 듣기다. 과거 우여곡절 끝에 애플에 복귀한 스티브 잡스는 직원들에게 자신을 ‘CLO Chief Listening Office’라 불러달라고 주문했다. 리더십은 소통의 함수이며 경청(傾聽)은 소통의 전공 필수 과목이다. 나아가 경청이란 단순히 듣는 기술이 아니라 두 귀로 설득하는 기술이다.

- 생각의 지문 (출판사: 클라우드 라인. 저자: 이동규)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