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목)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기사검색

약 수 물

Relay Essay 제2171번째

‘순간적이고 거창한 진료 봉사가 아니라 미약하지만 지속적으로 행하는 봉사가 그들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더 필요합니다.’

길고 힘들었던 치과대학과 수련생활을 마치고 발령받은 시골보건소의 첫날이 생각납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시간적 여유와 자유스런 시골생활이 마냥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고 곧 무료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이 주어진 공보의의 여유를 어떻게 보내야할까 고민하게 되었고 그 고민을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진료봉사로 해결(?)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사실 진료봉사는 막연하게나마 어릴적부터 생각을 가지고는 있었던 부분이지만 한번도 구체적으로 계획해 보지 않았었기에 걱정과 두려움이 앞섰습니다. 먼저 어디서 진료를 해야할지, 그곳에선 단체도 아닌 한명의 치과의사를 과연 어떻게 생각할지 걱정이었고 시설, 장비도 막막했습니다. 포기할까? 나중에 할까? 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시작도 해보지 않고 포기하기는 스스로에게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일단 찾아가서 시작해보자고. 손에 currette 한 세트만 달랑 들고 생면부지의 중증 장애인 요양원으로 향했습니다.

의사소통이 되지도 않고 지체가 부자연스러운 한 명의 장애우를 진료하기 위해선 4~5명의 인력이 동원됩니다. 열악한 환경에서 악취와 오물을 뒤집어쓰고 진료하다 보면 마음이 16년 동안 항상 똑같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진료 봉사하는 날, 저를 기다리고 뛰어와서 안기는 장애우 친구들을 만날 때면 이런 힘든 생각이 작아집니다. 그들과 오랜시간 쌓인 정이 없었다면 봉사가 지금까지 이어져오긴 힘들었을 것입니다.

이곳에서의 진료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시설에도 봉사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늘려가게 되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치과 진료일정을 빼고 봉사를 하기에 줄어들 줄 알았던 병원의 재정이 부족하지 않고 오히려 이전보다 넘치게 채워져 갔고, 저의 허전했던 마음들도 만족함과 따뜻함으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전체 치과 가족들과 함께 매년 국내의료봉사와 해외의료봉사도 다닙니다. 저는 하루의 대부분을 진료하느라 같이 지내는 치과 스탭들과 함께 하는 진료봉사를 좋아합니다. 그래야 함께한 인생의 추억거리가 하나라도 더 생길테니까요.

약수터의 약수물이 생각납니다. 약수물은 고여있던 물들을 목마른 사람에게로, 아래의 땅으로 흘려보내야만 넘치지 않고 항상 새로운 약수물로 채워지게 됩니다. 이런 약수물이 되기 쉬운 치과의사란 직업을 가져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합니다.

장성호 목포 연세가지런-e치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