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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과계 상업주의에 대처할 ‘전문직업성 특별 연구기구’를 설치하자

기고

첫 번째 대한치과의사협회 협회장 직선제 선거일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협회장 후보들은 내실 있는 정책들을 내세우고, 일반 치과의사들과 소통하면서 첫 직선제를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러나, 주권이 일반회원들에게 주어지는 상징적이고 중요한 이 때에, 치과의료계에 대한 내외적인 도전을 헤쳐나갈 미래에 관한 담론의 부족은 아쉽다.

의료계는 대중의 신뢰 저하와 외부압력의 증가 등 존재의 기반을 위협받고 있다. 여기에는 탈권위주의, 탈전문화, 의학에 대한 불신, 의료비의 급속한 증가 등의 요인들과 더불어 ‘자율규제’의 실패가 중요한 계기로 작용했다. 자율규제는 스스로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다는 믿음을 대중에게 심어주어, 전문직에게 자율성이라는 특권과 대중의 신뢰와 존중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 전문직의 중요한 특성이었다.

서구 의료계는 이러한 문제에 직면해 도덕적 요소를 중심으로 전문직업성(professionalism)을 새롭게 재정의하고 내부 개혁을 진행하는 방향으로 대처하고 있다. 의사의 자율성보다는 환자의 자율성을 강조하고, 환자와 의사의 동반자 관계를 추구하며, 자율규제의 개념을 약화시키는 대신 의료전문직에게 높은 책임성을 부여한다는 특징이 있다.

국내 치과계는 불법네트워크 및 기업형 사무장 병원으로 대표되는 영리화 문제와 치과전문의제도로 많은 논쟁이 있었다. 전자에는 대중에 대한 신뢰와 환자 안전의 문제, 후자에는 과다 경쟁과 의료자원의 배분 및 진료의 질과 같은 문제가 깔려 있다.

치과계는 이런 국내외적인 상황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실천이 부족했다. 2009년 의사헌장을 기반으로 치과의사 윤리헌장을 발표하였지만, 관련 논의가 소수에 집중되었고 결과가 실천적으로 이어지지 못하였다. 의료영리화를 반대하였지만 미래 지향적 대안의 제시가 부족하였으며, 치과전문의제도 논의에서는 환자 및 대중에 대한 고려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는 역사적인 직선제가 이뤄지는 이번 선거가 총론적인 관점에서 국민에 대한 ‘신뢰회복과 상업주의 규제를 위한 치과의사의 전문직업성 향상’을 전면에 내세우고 초석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구체적 방안으로는 ‘전문직업성 특별기구(연구소)’의 구성을 통해 다음과 같은 사안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는 것이다.

첫째, 치과의사와 공공이 함께 하는 규제기구에 관한 연구다. 규제기구는 새로운 전문직업성 논의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국내 의료계의 자율규제 논의가 많다. 그러나 자율규제를 시행해왔던 국가들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자율규제의 실패와 비판에 직면하여, 공동규제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즉, 치과의사가 주도권을 가지지만 외부(국민, 국가)의 참여가 보장되도록 해야 한다.

둘째, 의료의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을 담보할 방안에 대한 연구다. 전자는 의료계 내부의 주장으로 질적 수준의 향상을 통해, 신뢰 회복을 추구하는 반면, 후자는 주로 의료스캔들에 의한 외부적 압력(주로 국가)에 의해 의제화 되며, 의료인이 지켜야 할 최소한의 기준 설정과 규제를 목적으로 한다. 둘 사이에는 환자의 이익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으며, 환자의 이익은 두 가지 논의가 잘 융합되었을 때 가능하다. 국내 상황에서처럼 규제만이 존재하는 경우, 의료인의 수용성이 매우 떨어지며, 신뢰회복도 요원할 것이다. 또한 결론적으로 환자의 이익도 침해 당할 수 있기에 규제와 더불어 전문직의 ‘기준’을 향상시키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셋째, 상업주의 규제를 담보할 방안에 대한 연구다. 국내 치과계는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상업주의에 대항하여 전문직업성을 지키기 위해, 스스로 규제를 선택한 1인 1개소법의 통과와 이를 지켜내기 위한 투쟁이 그것이다. 이런 법적인 규제 조항과 더불어, 일상적으로 의료상업화를 경계할 수 있는 실천적 지침과 규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최근 의료계에는 몇 가지 스캔들이 있었다. 유령의사 문제는 의료인 명찰 패용의무화, 다나의원 사태는 동료평가제(전문가 평가제), 일회용 주사기 사용 문제는 면허취소까지 가능한 의료법 개정, 카데바 사건은 벌금 상향 안건 상정 등 의료스캔들의 결과는 대중의 실망감과 국가의 규제 및 처벌 강화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영국에서는 2000년대 초, 236명의 환자 살인을 한 쉬프맨(Herold Shipman) 사건을 비롯한 수많은 의료스캔들이 집중적으로 발생하였고, 이는 다른 사회적 여건과 결합해 강력한 규제를 이끌게 한 요인이 되었다. 이러한 집중적 스캔들은 규제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거부가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상처 입은 전문직은 저항할 입장이 아니었다”. 국내 환경도 이런 상황에서 자유롭긴 어렵다.

 일반적으로 외부압력에서 오는 규제는 의료인 내부에서 만들어진 기준보다 수용적이지 못하며, 이는 최소 기준에 관한 징벌적 관점으로 ‘최선의, 양질의 진료’를 바라는 환자를 위해서도 올바르지 못하다. 점차 늘어나는 의료스캔들로 인한 규제에 대한 수동적 대처보다 관련 논의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이유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경일 건강사회를 위한  치과의사회 구강보건정책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