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 초등학생이던 시절, 학교 갔다 돌아오는 하굣길에 알록달록 보도블록을 만나면 ‘빨간 블록은 밟아도 되고 하얀 블록은 밟으면 안 되는 거야’ 라며 친구들과 보도블록 밟기 놀이를 하던 기억이 납니다. 빨간 보도블록을 따라 외줄타기 하듯 조심조심 걸어도 보고, 길이 끊기는 곳에서는 절벽을 뛰어 넘듯 있는 힘껏 점프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 장난을 하며 오느라 10분 거리의 하굣길이 30분도 되고 한시간도 걸렸습니다. 덕분에 어머니 애도 많이 태웠습니다. 작은 데서 가지는 큰 행복은 순수한 어린이들이 누리는 특권이 아닌가 합니다. 뭐가 그리 재미있었는지, 어른이 되고 나서는 만나기 어려운 웃음 터지는 즐거움을 이런 별 것 아닌 놀이에서도 느끼곤 했습니다. 우리 모두는 삶을 살아가면서 보도블록 밟기를 합니다. 그동안 보고 배웠던 것들, 경험해온 것들로 형성된 가치관을 가지고 옳고 그름을 구별하고, 옳은 것은 지키고 그른 것은 삼가하려 애씁니다. 이처럼 우리는 인생을 보도블록 밟기 놀이하듯 조심하며 걸어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에게는 빨간 블록이 밟아도 되는 블록인데, 누군가에게는 밟으면 안되는 블록일 때도 있습니다. 또 어느 누군가는 빨갛고 하얀 블록이
임플란트 보험 적용 대상이 70세에서 65세로 낮아진 지 약 4개월이 지났습니다. 말 많았던 치과계 보험 확대가 많은 준비와 치과병원, 의원의 협조 속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스케일링 보험 적용 후 1년 주기의 정기 스케일링을 받는 환자가 많아졌고, 경제적인 부담으로 미뤄왔던 임플란트를 보험 적용을 기다린 끝에 치료받고 기뻐하는 환자들을 보면 저도 함께 기분이 좋아집니다. 보험 확대의 혜택은 환자들에게만 돌아간 것이 아니라 단기적으로 분명 치과 수입에 도움이 되는 면이 있었습니다. 치과의원에 따라 전체 매출에서 보험급여가 차치하는 비중이 많게는 두배까지 늘어난 곳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결과를 가지고 마냥 기뻐해야 하는 것인지는 고민이 필요합니다. 전체 매출에서 보험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늘어남에 있어 치주치료, 신경치료 등의 비중이 높아진다면 이러한 면은 치과의 매출을 안정적으로 유지시켜 주는 기반이 됩니다. 저의 치과가 있는 상가에는 여러 과의 의원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내과, 이비인후과 선생님들은 매출에 있어 날마다 등락이 없이 꾸준한 일정한 수치를 보입니다. 어제 50명 왔던 의원에 오늘 200명이 오는 일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위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버렸습니다. 기상이변이라고 할 정도로 길었던 더위와 열대야 때문에 조금 있으면 쌀쌀해진다는 기상청의 예보는 언제부터인가 양치기 소년의 ‘늑대가 나타났다’가 되어버린 탓에 이번 예보 역시 오보일 거라고 무시하고 넘겼던 참인데, 비가 오고 찬바람이 불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20도 아래로 기온이 뚝하고 떨어졌습니다. 여느 때와 같이 별생각 없이 반팔차림을 하고 아침 출근 길에 올랐던 저는 추위에 떨면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저처럼 여름 옷을 입고 비바람을 피해 웅크린 사람들 사이에 가을 옷을 챙겨 입은 준비성 좋은 분들도 보였습니다. 여름이 가면 날이 추워지는 이런 당연한 것 조차 제 때에 준비를 하지 못하는 제가 멍청하게 느껴졌습니다. 주식, 부동산, 입시, 경제 등 관심사는 다르지만 저희는 항상 앞날을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려고 애씁니다. 그래야 오늘 아침처럼 반팔차림으로 떨지 않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뉴스를 보고 정보에 밝은 주변사람들 얘기도 듣습니다. 하지만 그런 노력에도 준비된 미래를 맞는 것은 정말 쉽지 않습니다. 몇 달 뒤에 제 치과 옆에 대형 치과가 들어올지 어쩔지 알 수 없고 다음주에는 직원들이 다
증오. 미국 전역이 증오로 들썩거렸던 한 주였습니다. ‘이슬람 전사’를 자칭하는 테러범에게 50여명이 사망하였고 그와 비슷한 수의 사람이 다쳤다고 합니다. 죽기 직전 공포에 질린 절망적인 상태에서 가족에게 보낸 작별의 메시지가 모두의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누군가의 아들 딸이며 사랑 받던 사람들이 허무하게 죽어간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이유만으로 말 한마디 섞어본 적 없는 누군가를 죽일 만큼 증오하고 죽고 죽이는 세상 입니다. 직접 폭력을 가하지는 않더라도 증오라는 감정은 미국 전역에 만연해 있는 듯 합니다. 트럼프라는 쇼맨십 뛰어난 정치꾼은 과거 히틀러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의 분노를 이용해서 대중에게 적을 만들어 주고, 자신의 지지자를 모아서 보이지 않는 전쟁을 하려고 합니다. 모든 공약과 발언에 분노와 증오의 감정이 담겨 있습니다. 삶에 지치고 찌들려 있던 사람들은 이것에 열광하고 억눌러 왔던 불만을 마음껏 표출합니다. 얼마 전 이슈가 되었던 묻지마 범죄, 보복 운전 등을 살펴보면 우리나라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당장 인터넷만 들어가봐도 모든 기사에 분노가 느껴지는 댓글이 가득합니다. 예전에는 정
몇 주전만 해도 아직도 추운 겨울인가 싶더니 이제는 따뜻해진 봄 기운이 완연합니다. 여의도에는 벚꽃이 한 가득 펴서 나들이객 들로 거리가 붐비고 한강 다리에 차량 정체가 생겨납니다. 가수 장범준을 평생 먹여 살려줄 ‘벚꽃 엔딩’은 오늘도 열심히 여기 저기서 흘러나옵니다. 아마 응급실에 후배 선생님들은 요즘 같은 주말이면, 공원에서 신나게 뛰놀다 넘어지고 굴러서 이나 입술을 다친 어린이들 울음 달래느라 진땀 빼고 있을 겁니다. 지난 주말은 날도 따뜻해지고 하여 저도 간만에 교수님, 선배 원장님들과 기분 좋게 골프장에 산책을 다녀왔습니다. 실력이 미천하여 치고 왔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잡힌 골프 모임에 꽤 설레었는지 수 주전부터 일주일에 사나흘을 연습장에 가서 열심히 골프채를 휘둘러 댔습니다. 그날도 역시 연습장에서 골프채를 휘두르고 있었습니다. 몸이 피곤해서 인지 팔다리가 유난히 뻣뻣합니다. 다른 날보다 공이 더 이상하게 날아다녔던 것 같습니다. 맘대로 안 되는 연습에 조금씩 화가 날 때쯤, 문득 나는 왜 골프 선수도 아닌데 밤늦게 집에 눈치까지 봐가면서 이리 열심히 이 짓을 하고 있는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시에 내가 치과의사로서 발전하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