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칼럼이 고대 그리스에서 합리적 의학의 탄생에 관한 것이라면 이번 칼럼은 철학적 의학의 탄생에 관한 것이다. 히포크라테스전집의 저자들은 합리적인 의학을 확립시키려 했을 뿐 아니라, 자연철학의 연구 방법이나 결과를 의학에 적용하려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다시 말해 자연철학자들의 우주론에 기초한 의학, 곧 ‘철학적 의학’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런데 철학적 의학을 했던 이들은 자연철학에서 무엇을 주목해 본 것일까? 자연철학자들은 주로 이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우주를 이루는 근원적인 요소를 탐구하고 이 요소들에 근거해서 자연의 온갖 현상을 설명하고자 했다. 그리고 인간을 소우주와 같이 생각하는 그들에게 우주의 구성요소는 곧 인체의 구성요소이기도 하다고 여겼다. 그러니까 우주의 구성요소를 알면 인체의 구성요소도 아는 셈이고, 인체의 구성요소를 알면 이 요소들로 질병이나 건강뿐 아니라 인체와 관련된 온갖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 자연철학자의 견해였다. 이런 견해에 영향을 받아 철학적 의학을 하던 이들은 인간의 몸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에 일차적으로 관심을 기울였다. 히포크라테스 전집 가운데는 <인간의 본질에 관하여>
탈레스를 비롯해 밀레토스학파 사람들은 지진이나 번개 등과 같은 자연현상을 포세이돈이나 제우스와 같은 신을 끌어들여 설명하는 방식을 탈피하여 그 현상을 자연적인 요소로 설명함으로써 합리적 사고에 의한 철학의 길을 열었다. 그 후 히포크라테스학파도 질병을 자연적 요소로 설명함으로써 합리적 의학을 탄생시킨다. 이전에는 질병이란 신의 격노에 의해서 생기며 질병의 치료도 결국 신에 달려있는 것으로 여겨졌다. 호메로스나 헤시오도스의 서사시에 나타난 의술의 전형적 형태는 다음과 같다. 즉 인간의 오만불손에 신이 격노해 인간에게 질병을 보내고, 예언자가 그 격노의 원인을 추정하여 기도나 제의로 신의 격노를 누그러지게 해서 병에서 벗어나게 한다. 히포크라테스학파가 합리적인 의학을 확립할 무렵에 주술적·종교적 의술은 고도로 정교한 방법과 이론을 갖추고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히포크라테스전집 중 한 작품인 ‘신성한 질병에 관하여’의 저자는 주술적·종교적 의술을 행사하는 무리를 거세게 비판한다. 그는 최초로 질병을 신성화한 사람들을 ‘마법사들’, ‘정화꾼들’, ‘사기꾼들’, ‘돌팔이들’이라고 몰아세운다. 그리고 그들이 질병을 신성화하는 까닭은 “자신들이 아무 것도
이번호부터 그리스 로마 원전을 연구하는 이기백 학당장이 ‘고대 그리스에서 의학과 철학’을 주제로 칼럼을 연재합니다. 매주 목요일마다 진한 ‘고전의 향기’로 독자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람들이 철학을 하기 시작한 것은 지금이나 최초에나 놀라워함으로 인해서이다”라고 말한다. 그런데 어떤 현상에 대해 놀라워한다고 해서 곧바로 철학이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신화도 놀라워함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화는 놀라운 자연 현상을 초자연적인 신을 도입해 허구적으로 설명하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진정 철학이 시작된 것은 이 같은 신화적·종교적 사고의 틀을 벗어나 자연 현상을 자연적인 요소들로 설명해내는 합리적 사고에 의해서였다. 고대 그리스는 합리적인 사고에 의해 철학을 탄생시켰을 뿐 아니라 합리적인 의학의 전통도 확립하게 된다. 곧 히포크라테스의 코스학파는 질병을 초자연적인 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신체를 이루는 자연적인 요소로 설명해냄으로써, 주술적·종교적인 의술이 아닌 합리적인 의학의 전통을 확립했던 것이다. 그리고 고대 그리스에서는 의학은 철학과 긴밀한 관계에 있었다. 캘수스에 의하면, “애초에 치료의 학은 철학의 일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