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5000여명이 제작비 절반가량을 모아 촬영했던 “귀향”의 손익분기점이 되는 관객의 수가 60만명을 넘어서면서 300만명 이상이 관람을 이어가고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의사는 그 중 한명으로 후원하여 시사회 표도 받았고, 마침 진료실 스탭들과 함께 예매를 하고 있어서 문화생활비로 전 직원이 관람을 하도록 했다. 전 환경부 장관으로서 이 영화에 출연한 원로여배우 손 숙씨는 감독을 처음 만났을 땐 이 영화가 개봉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작은 기적이 계속 모여서 큰 기적이 이루어졌다고 하면서 “시나리오를 보고 울기는 이번이 처음이고, 그 사연과 심정이 너무 절절하고 피해 할머니들에 대한 죄스러움 등이 이 시대를 사는 모든 국민들이라면 마음에 갖고 있지 않나요” 하면서 감정이 들어가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부러 위안부 할머님들을 찾아뵙지 않았고, 영화가 잘돼서 러닝 개런티를 받으면 그 돈을 들고 갈 예정이라고 인터뷰 한 기사를 보았을 때 가슴이 뭉클함을 느꼈다. 평생을 연기해 온 노 여배우도 감정조절 때문에 큰 대작을 앞두고 주인공이 되는 위안부 할머님을 뵙지 않았다고 한다.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의 정의에 따르면 “감정”을 심리학에
해가 바뀌어 첫 글을 쓰는 마음이 여전히 무겁다. 한국국적을 포기한 자녀가 학자금 대출과 의료보험 혜택을 받은 것이 인사청문회에서 비난이 일자, 의도적으로 딸에게 국적을 포기시키지 않았다 하면서도 8년이 지난 지금 뒤늦게 딸의 국적을 회복시키겠다는 코미디 같은 답변을 하고 있는 사람이 사회부총리 후보자이다. 사람은 지나온 삶으로 스스로를 말하니 지켜 볼 일이다. “평화의 위안부소녀상 이전이 10억엔 출연의 전제조건”이라고 하는데 이 돈은 이대호 선수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받는 2년 치 연봉이라고 한다. 소녀상은 15,16세에 인권유린을 당한 위안부 할머니들의 상징일 뿐 아니라, 한국인의 자존심과 세계의 양심을 상징하는 기념물로 자리 잡은 지 오래인데 명예와 진실규명, 사과와 법적책임은 간 곳 없고, 한 선수의 연봉으로 환산할 수 있는 정도의 돈으로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슬픈 역사를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 조건으로 우리 정부가 최종적인 합의를 보았다고 한다. 그리고 일본 측 언론에 따르면 불가역적이고 항구적인 침묵서약 등 해괴한 단어들만 떠다니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애간장이 더욱 더 끓고 있다. 김학순 할머니가 처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
2014년도 10여일 남았지만, 조용하기만 하다.흩날리는 눈발처럼 신문 머릿기사나, 뉴스속보나 온통 어지럽기만 하다.“정윤회와 문고리 3인방”의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의혹, 재벌3세의 땅콩리턴, 권한 있는 사람과 책임을 지는 사람들, 떠나보낸 사람들….가수 신해철씨의 죽음은 생전에 고인이 우리사회에 남긴 메시지와 함께 의료사고 문제라는 심각한 현안을 부각시켰고, 생활고 때문에 세상을 등진 세 모녀사건은 우리사회의 안전망이 얼마나 허술한가를 보여줬다. 4·16 세월호참사는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새로 부임한 슈틸리케 축구감독의 키워드는 “배고픔.” 열정을 가지고 맡은 포지션에서 최선을 다하는 배고픈 선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어려움을 이겨내는 절실함’을 배고픔으로 표현한 감각이 참 신선하다는 느낌인데, 어느새 우리는 배고픔의 절실함도 초등학교때 할아버님과 선생님에게서 배운 온돌방의 도덕도 잊어버렸다. 물질의 풍요와 정신의 배고픔을 맞바꾼 세월이랄까? 기억하기조차도 싫은 올초 부산외대 사고나 세월호참사 등에서도 교훈하나 얻지 못하고 있다. 일부 재벌과 그 자녀들이 “땅콩리턴”같은 살벌하고 황당한 사건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것도 배고픔과 가난한 마음의 겸양을 모
가을은 참 예쁘다.가을은 물들게 한다.가을은 배부르다.초목들이 여름의 기억을 벗고 하나둘 가을빛에 물든다.빨간빛 단풍들이 산꼭대기에서부터 야금야금 마을로 내려온다.가을은 참 고요하다. 할 말이 없고 입을 다물게 한다.무언가에 귀 기울이게 하는 가을은 참 고요하다.그런데 2014년 10월 우리 대한민국의 가을은 고요하지도 못하고, 도리어 입을 열어 소리치게 한다.국민 모바일 메신저나 다름없는 카카오톡 검열 논란에 이어 명예훼손 소지가 있다고 판단되는 온라인 게시물을 즉시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국가가 추진한다고 한다.카카오톡은 주변의 지인들과의 소소한 대화가 오가는 곳이며 때로는 공적인 업무의 보조용 즉, ‘나’의 계좌번호나 신용카드번호, 비밀번호 등을 주고 받기도 한다. 이러한 메신저의 특성상 한 사람의 대화록을 압수수색하면 대화방에 연결된 수많은 ‘나’의 정보도 함께 털리게 된다. 그 정보를 차곡차곡 쌓아 두었다가 나중에 사용될 수도 있으니 안될 말이다. 그래서인지 최근 텔레그램으로 망명한 국민이 300만명이 넘는다고 한다. 헌법은 모든 ‘나’들에게 사생활을 침범당하지 않을 권리를 부여한다.잠시 법률적인 용어를 생각해 본다. 감청영장은 실시간 통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