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시장 어귀에는 작은 약국이 있다. 청년 약사님이 운영하는 약국이다. 여섯 평 정도의 작은 공간에 약국이 차려져 있다. 약들이 있는 공간, 약사님이 움직일 공간, 박스가 쌓여 있는 공간, 약국 손님들 몇 분이 서 있을 공간이 전부이다. 그런데 그 약국에 손님이 정말 많다. 약사님이 정말 쉴 새 없이 약을 파신다. 공간이 작은 탓에, 약사님의 동선이 짧기 때문에 약국이 돌아갈 수 있겠다는 느낌마저 받는다. 어떤 이유로 약국이 잘 되는 것인가 궁금해 하던 차에, 약국에서 신기한 광경을 목격하였다. “어~ 이렇게 이렇게 달라고? 알았어~. 이거 하고 이거~ 이것도 넣어 줄게~. 이거는 오전에 먹는 거~ 이거는 저녁에~” 고분 고분… 청년 약사님의 반말을 듣고 있는 상대는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였다. ‘와~, 약사님 신기하다. 굽실 굽실 친절을 베풀어도 모자랄 판에 반말이라니……’ 나는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약국에 손님이 뜸할 때를 기다려 어떻게 하신 거냐고 약사님께 여쭈었다. 약사님 말씀이…… 타이밍 같은 게 있다고 한다. 어르신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느낌이 온다고 한다. 반말을 하면 어르신이 좋아하실 것 같은 타이밍…… 그 타이밍에 반말을 잘 구사하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자기계발은 언뜻 개인적인 주제인 것 같지만 사실은 철학적, 심리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광범위한 주제입니다. 결정론적인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닌, 누구에게나 삶은 스스로 만들어갈 잠재력이 있고 스스로 하는 일이 시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줍니다. 자기계발을 위해서는 세상에는 아직 배울 것이 많음을 겸허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여기에 자기계발의 사회적 의미가 있습니다. 더 나은 존재로 발전할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라고 하면 그 사회는 가르치는 것, 조언하는 일, 발전하는 것이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도 변화를 통해서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받아들이는 세상에서 살고 싶습니다. 그런 세상이라고 아직도 믿고 있구요. 자기계발을 위해서 활용할 수 있는 콘텐츠는 무궁무진합니다. 흔히 접할 수 있는 것이 책, 영상, 강의인데 주의할 것은 지나치게 콘텐츠에 의존하는 것은 좋지
도시로 이사를 오기 전 내 키보다 살짝 컸던 나무는 이제 손을 뻗어도 끝이 닿지 않는다. 봄바람에 꽃잎이 휘날려도 꿋꿋이 변함이 없더니, 이제 인연을 털어버리려는 듯 지난밤 새찬 바람에 꽃을 떨구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바램이 간절한들 준비되지 못하면 이룰 수 없다. 기다리던지 벗어나던지 선택을 강요받는다. 숨쉬기도 조심스러운 요즘의 뿌연 하늘 아래, 기다림에 지쳐 통으로 꽃을 떨궈버린 동백이 서럽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이제 새로운 협회 집행부가 9일 탄생한다. 4명의 후보 중 누가 새로운 협회장이 되었는지는 회원들 입장에서는 사실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이번에 출마한 4명의 후보나 그 이전에 출마했던 여러 후보 모두 치과계를 위해 자신의 한 몸 희생해 보겠다는 일념으로 나왔으니 누가 되던 우리에게는 훌륭한 리더를 뽑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이 변하듯이 우리가 치과계 리더를 선출하는데 있어 과거와 다른 점은 예전에도 다소 마타도어들은 간혹 있었으나 전반적으로 자신의 장점과 공약과 정책방향과 치과계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겠다는 확고한 포부를 선보이고 이에 대해 회원들의 선택을 받았으나 언젠가부터는 다른 후보들의 허점과 단점, 과거의 행적에 대한 비판으로 반사이익을 얻으려 하고 있는 것이 갈수록 두드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과거에는 협회 회계자료가 외부로 유출되는 일이 없어 이를 두고 문제를 삼는 경우가 없었으나 지난 10여년 전부터는 툭하면 선거 전부터 항상 회계자료가 유출되어 진위와 상관없이 정략적으로 이용되거나 고소고발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해졌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세 가지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다. 첫째는 외부유출 금지인 회계자료가
<편집인 칼럼> 3만여 치과의사들을 대변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진 협회장을 뽑는 선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러나 협회장이라는 대변자도 대한치과의사협회라는 법인단체가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치의신보는 정관 제6조 제10호에 근거하여 설치되었고, 협회의 기관지로서 그 목적 사업을 정확히 파악 보도하고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 전달함으로써 치과계의 권익 및 지위 향상에 기여하라는 목적을 운영규정으로 삼고 있습니다. 대한치과의사협회와 치의신보의 설립 목적인 치과계의 권익 및 지위 향상을 위해 기여 해야한다는 의무는 협회 임직원들에게도 똑같이 부여되어 있고, 각 지부와 분회의 임원들 역시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해도 명심하여야 할 중대 사명임을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이에 따라 대한치과의사협회를 위험에 빠뜨리거나, 신뢰를 잃을 수 있는 바르지 못한 정보를 제공하여서는 아니되며, 불의한 외압에 굴복하지 않고 정론직필 하는 것이 협회 유일의 공보지인 치의신보의 사명으로 알고 실천하고 있습니다. 금번 선거에서도 [선거보도 지침]을 정하여 스스로 엄격한 잣대를 만들어, 각 후보자간 공평한 기사를 배정하고 선관위에서 공식 발표한 자료들로만 기사를 구성하여,
작년 겨울 요양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니 앞니가 부러져서 빠졌다고. 코로나로 면회가 중단되기 전까지 나는 매주 주말 어머니께 찾아가 잇솔질을 해드렸었다. 뇌졸증으로 어머니는 몸 한쪽의 거동이 불편하시고, 이를 잘 못 닦으시니 오래된 브릿지가 수명이 다 된 것이다. 어머니 파노라마를 열어보았다. 틀니를 잘 못 쓰시니 임플란트밖에 답이 없었다. 연로하신 어머니에게는 시간과 체력이 넉넉하지 않았다. 항혈전제를 복용하시는 아흔의 노모를 코로나 시국에 모시고 나와 여러 개 발치와 임플란트를 해야 한다. 코로나 검사 등 모시고 나오는 과정도 쉽지 않고, 요양병원에서 치과는 한 시간이 넘는 거리였다. 수술을 하더라도 어머니 건강 상 복용 약을 중단할 수 없었고, 하루에 다 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어느 일요일 나는 어머니 임플란트 수술을 하였다. 어머니는 한 달 가량 고생하셨다. 나는 요양병원에 드레싱 하러 몇 번을 갔고, 요양병원 원장님도 나의 무모함에 할 말을 잃었다. 내가 왜 그랬을까. 확신과 불확신 속에서 불편한 몇 달을 보냈다. 마침내 지난 여름 보철 완성하던 날, 하얀 치아를 드러내고 어머니는 환하게 웃으셨다. 나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내 휴대폰에
전문의 시험이 끝나고 실업자가 되었습니다. 학부 시절 장사를 하기 위해 1년 휴학을 한 것 외에는 여태껏 공식적으로 소속이 없어진 적이 없었기에, 조금은 붕 뜬 기분입니다. 물론 육아라는 과제가 매일의 삶을 충분히 채워주고 있어 무료하지는 않습니다.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오히려 근무할 때가 더 편했다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전문의 시험을 보기까지 육아를 도맡아준 아내의 희생에 조금이나마 보답하고자 혼신의 힘을 다해 아이와 놀아주고 있는 요즈음입니다. 다행히도 저를 비롯한 올해의 모든 치과전문의 시험 응시자는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다들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부하여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을 치렀겠지만, 저는 특히나 더한 마음이었던 것 같습니다. 출근하여 진료와 공부를 병행하다가 퇴근 후 아이를 재우고 다시 나와 공부하는 형설지공의 삶으로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몰려오는 피로감에 효율은 떨어지고 후반으로 갈수록 부족한 부분이 자꾸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1차 시험은 객관식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긴장이 덜했지만, 문제는 2차 시험이었습니다. 매일의 준비는 부족한데 아이는 새벽마다 깨서 울고, 진료 배제 기간이라고는 하지만 진료실과 전혀 무관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얼마 전 기업컨설팅 대표님과 사석에서 대화하다가 치아교정에 관한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 대화의 시퀀스는 교정치료에서 시작하여 병원경영과 연결지어 경영철학의 본질인 뿌리경영에 대하여 한참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래 앞니 부분이 틀어져서 항상 신경이 쓰이는데~ 제가 바빠서 교정을 할 수는 없고, 이를 갈아서 씌우는 건 어떨까요?” “치과에서 상담은 받아보셨어요?” “받았는데~ 계속 교정이 가장 좋다고는 하는데~ 시간도 오래 걸리고~ 아프고, 비싸고......” “이를 씌우는 방법은 안 물어보셨어요?” “씌우는 건~ 이를 삭제를 해야 해서 신경치료도 하고 수명이 짧아진다고 하니 걱정이 되어서요~” “그런데도 대표님은 신경은 쓰이니 이를 씌우는 치료로 하고 싶다는 것이죠?” “네~ 맞아요~ 크게 문제없겠죠?” “음... 대표님~ 지금 리더십, 동기부여, 조직문화에 관한 교육을 하고 계시잖아요~” “네~” “보통 기업에서 리더십과 조직문화가 제대로 잡혀서 직원들이 동기부여되어 으샤으샤~ 하게 되는 기간이 얼마나 걸리나요?” “리더분들이 협조해 주시고 바로 실행으로 옮겨줘도 최소 6개월에서 3년은 걸리죠~” “그럼 대표님은 그 일을 하실 때 제대로 해주고 싶지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의사면허취소법 때문에 꽤 시끄러운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진료와 상관없는 다른 잘못으로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이해가 잘되지 않는데요. 윤리학을 하시니 생각이 다를 수도 있을 것 같아 여쭈어봅니다. 이런 법, 괜찮습니까? 익명 이미 여러 곳에서 들으셨겠지만, 2021년 고영인 의원 등이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안이 2023년 2
코로나 펜데믹으로 취소 혹은 연기되었던 결혼식이 활발히 재개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인연으로 인생 2막을 시작하는 분들의 행복을 빕니다. 부케(Bouquet)는 프랑스어로 다발, 묶음을 뜻합니다. 요즘은 결혼하는 신부를 위한 꽃으로 만든 웨딩부케가 그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풍요와 다산을 나타내는 곡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점차 나쁜 귀신이나 질병으로부터 신부를 보호하고, 신성한 결혼을 지켜줄 목적으로 들꽃을 사용하게 되었고, 최근에는 더 대담하고 화려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신부의 부케 던지기는 다음번 결혼과 행운을 잡으려는 즐거운 이벤트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비슷한 풍습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결혼식 후 신랑과 신부에게 쌀과 콩을 뿌리는 민족이 많고, 우리 민족도 폐백 시에 시부모가 며느리 치마폭에 대추, 밤, 은행 등을 던져주는데, 건강하고 많은 자손을 낳아 번성하라는 의미가 담겼습니다. 부토니어(Boutonniere)는 꽃다발을 받은 신부가 답례로 신랑에게 준 한 송이 꽃, 코사지(Corsage)는 각종 기념식에 가슴이나 어깨에 다는 작은 꽃다발을 의미합니다. 오늘 올린 사진은 나비가 커다란 장미 한 송이를 내밀면서 연인에게 구애를 보
子曰 “君子 和而不同, 小人 同而不和.” 자왈 “군자 화이부동, 소인 동이불화.” 〈논어 자로(子路) 편〉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는 서로 조화를 이루지만 반드시 같기를 요구하지 않고, 소인은 같기만을 요구하고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며 어울리지 못한다. 공자는 30세에 노나라에서 가장 박식한 사람으로 인정되어 그를 따르는 제자들이 3천명에 달한다. 당시 노나라는 노 환공의 아들인 계손(季孫), 숙손(叔孫), 맹손(孟孫) 세 집안(삼환 三桓)에 의해 다스려지고, 제후인 노소공은 허수아비 역할만 하고 있었다. 학문과 교육에 열중하였던 공자는 현실정치에서 자신의 학문을 실현해 보기를 원하였으나 51세 무렵에야 노나라 조그마한 고을의 수령이 된다. 고을 수령으로서의 능력이 인정되어 대사국의 (법무부 장관) 중책을 맡는다. 공자로 인해 노나라의 정치와 경제가 안정되는 것에 불안을 느낀 이웃 제나라는 삼환(三桓)에게 뇌물을 주고 미인계를 쓴다. 공자는 삼환이 쾌락에 빠진 것을 만류하다가 대립하게 되었다. 공자는 벼슬을 미련없이 버린 후 14년 동안 제자들과 온갖 고초를 무릅쓰고 위·송·조·정·진·채 등 여러 나라를 주유한다. 공자는 “예가 아니면 보지를 말고, 예가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