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층 베란다에서 바라보는 야경은, 버스정류장 8개가 곧게 뻗은 알록달록 8차선 도로다. 전국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찍으려 찾아오는 세트 시설 스튜디오 큐브 앞에, 지난 연말 새 그림 하나가 추가되었다. 천체(天體)를 상징하는 동글납작한 트러스 형 돔 구조 안에, ‘어린 왕자’ 별 기둥이 들어앉은 대형 탑이다. 밤이면 지팡이 꼭대기 붉은 별이 트러스에 빼곡한 LED 전구들과 함께, 아름다운 빛의 축제, 루미나리에를 이룬다. 이름하여 ‘영원한 빛 - 우주’, “인류가 지향하는 미래에 대한 꿈과 가치”를 표현했단다. 예산과 노력을 기울여 이러한 상징물을 세울 만큼 대한민국이 성장했구나, GDP $35,000 국민으로서 가슴이 뿌듯하다. 백 미터쯤 지나 신세계백화점과 대덕대교를 잇는 횡단보도를 만난다. 신호가 나서 걷는데 삐익! 좌회전하던 승용차가 코앞에서 급정거한다. 멈칫했다가 마저 건너자 빵 빠앙, 뒤에 선 시내버스가 경적을 울린다. 노인네 지나갔으니 빨리 출발하라고 승용차를 재촉한다. 푸른 신호는 아직 15초나 남았는데... GDP 천 달러가 못 되는 미개한 후진국형 ‘자동차문화’다. 둘 사이 거리가 고작 백 미터다. 숙소 사빌에서 ‘9 to 5’인 오피스텔까지
1982년 여의도에 첫 개원을 하고 40년을 지나 이제 ‘치과 개원의’라는 명패를 내려놓으려 합니다. 말 그대로 진짜 卒業을 하게 된 것이지요.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어느덧 은퇴를 맞이하게 되었고 내가 속한 여러 모임에서 소회를 듣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져서 내 삶을 뒤돌아보는 기회가 됩니다. 저희 세대는 6.25 동란 중에 세계 최빈국에서 태어나 민족중흥의 책무를 띠고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라는 구호에 휩쓸려 올바른 인생의 지향점이 실종되고 가치관의 혼란을 겪으며 살아온 것 같습니다. 공자님이 말씀하신 ‘바람직한 삶이란 부와 명예가 아니라, 선배들이 나로 인해 평안하고, 동료들이 신뢰하고, 후배들이 그리워하고 존경하는지를 인생 평가 척도로 삼아야 한다’는 것에 마음 깊이 공감합니다. 돌이켜보면 인간의 품격인 禮와 義가 기본이 되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공자님의 기준에는 한참 모자라겠지만 하루하루 진료실 일상에 최선을 다해왔던 한 사람의 개원의로서 ‘나는 어떤 개원의가 되고 싶었나’를 생각해보게 됩니다. 하나, 전문가 동료의 신뢰를 받는 치과의사 치과의사는 전문 직업인 중에서도 최고 전문직입니다. 이런 전문가들인 동료의 신뢰를 받으려면 지속적으로 공부해야
필자의 오늘 자 포털 뉴스 알고리즘에 올라온 추천 뉴스 중, 필수 진료과 의료진 부족과 공공의료기관의 전문의료진 공백이 심각하다는 뉴스가 눈에 띄었다. 해당 문제를 이슈화하기 위해 언론사와 이해집단이 공모하여 만들어낸 뉴스겠지만, 우리나라 의료인력의 편중 현상이 누적되어, 의료사회 문제화 되어 수면 위로 점점 드러나는 모양새다. 의료인력이 편중된 지역사회의 주민들(이들은 필자처럼 대도시와 그 주변 지역에 거주하며, 학력과 소득수준이 보통 이상일 것이다)과 의료진들은 경험하지 않았기에 뉴스 속 사례가 실제 그러한지 의심되기도 한다. 의과 분야 뿐만 아니라, 치과 분야 역시 편중되어 있다. 이렇게 단정적으로 말할 수 있는 이유는 나의 편협한 경험과 관점에서 나온 문제 인식이며, 당면한 나의 문제 때문이다. 필자를 소개하면 지방의 OO치대를 졸업하고, 수도권의 OO치대 예방치과학교실에서 6년 반의 전일제 대학원 과정을 거쳐, 예방치의학 및 공중구강보건학 전공 치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치과의사로서의 진로를 고민할 겨를도 없이 학위취득과 동시에 부산대학교 기초치의학교실인 예방치과학교실에 전임강사로 발령받았다. 당시 필자의 나이가 만으로 31세였고, 12년이 지
2022년은 갱년기로 보냈다. 직접 겪어본 갱년기는 심각한 번 아웃 내지는 급격한 노화와 같은 것이었다. 갱년기가 세냐 사춘기가 세냐, 우스개 소리도 있지만 내가 겪은 바로는 갱년기가 그렇게 쉽게 볼 대상이 아니었다. 연말이 다 되어서야 겨우 기운을 차리고 산적한 일들을 처리하였다. 다행히 갱년기 증상들은 많이 사라졌다. 아침에 활기차게 집을 나서면서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많이 회복되었음을 느끼고 있다. 치료 계획을 세우면서, 임플란트의 위치와 각도를 잡으면서 임상가로서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끼고 있다. 갱년기를 겪으면서 느낀 것이 있다. 갱년기를 통해 노년의 삶을 살짝 느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갱년기 기간동안 노인 환자에 대해 많이 생각하였다. 노인 환자에게 치과 치료는 매우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되었다. 거동도 불편하고 귀도 잘 안 들리고 사고력과 기억력도 쇠한 노인에게 치과 치료를 받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만성 통증과 우울로 지쳐 있는 노인에게는 입을 벌리고 고개를 돌리는 등 치과의사의 단순한 지시를 듣고 이행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치료에 대한 상담을 이해하고 주의사항을 숙지하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노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치과용 탄성고무 인상재는 크라운과 브릿지 뿐만 아니라 임플란트 보철과 같은 최적의 정밀도가 요구되는 보철물 제작에 필요한 인상채득에 사용된다. 시중에는 폴리비닐실록산(PVS)으로도 알려진 부가 중합형 실리콘, 그리고 축합형 실리콘, 폴리이써 및 폴리설파이드의 네 가지 유형의 탄성고무 인상재가 판매되고 있다. 탄성고무 인상재는 점도에 따라 퍼티(putty), 고점도(heavy body), 중점도(medium body) 및 저점도(light body)로 구분된다. 퍼티 유형은 염기와 촉매가 들어 있는 두 개의 용기로 제공되고 있으며, 나머지 점도는 분리된 두 개의 튜브에 각각 베이스 성분과 반응촉진제가 포함된 성분으로 나뉘어 혼합되어 있다. 가. 인상재의 종류 및 특징 1) 부가중합형 실리콘(Addition silicone) 고정성 보철물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인상재다. 공급 방식은 점도에 따라 extra-low,
어처구니가 없다.... 정확한 어원은 알 길이 없으나, 콩을 갈아 두부를 만들어 먹으려는데, 맷돌의 손잡이(어처구니)가 없다는 것에서 유래를 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설은 궁궐이나 성문 지붕에 올려지는 동물 모양의 토우를 가리키는데, 지붕의 마무리로 토우 올리는 걸 깜빡했을 때 하는 말이라고도 합니다. 어찌되었든, “너무나 엄청나거나 뜻밖이어서 기가 막힌다.”는 뜻으로 사용합니다. 오늘 사진의 어처구니들은 창덕궁 돈화문 지붕 위의 토우(잡상)들입니다. 잡상은 숫자가 많을수록 건물의 등급이 높았다고 하는데, 궁이나 관련된 건조물에만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11개까지 올렸다고 합니다. 잡상의 역할은 화재를 막고, 잡귀로부터 건물을 보호한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습니다. 토우들은 제각각 이름과 놓이는 순서가 있는데, 처마 끝부터 대당사부(삼장법사), 손행자(손오공), 저팔계, 사화상(사오정)입니다. 잘 알고 계시는 서유기에 나오는 등장인물들로, 중생을 구원하기 위하여 고난의 길을 가는 삼장법사 일행을 형상화한 것이죠. 그 뒤를 마화상, 삼살보살, 이구룡, 천산갑, 이귀박, 나토두의 순으로 배치했습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임금이 거처하는 건
2021년 5월 27일 세계보건기구는 제 74회 세계보건총회(World Health Assembly)에서 구강 건강에 대한 결의안(resolution)을 채택하였다1). 이는 세계보건기구의 의제(agenda)인 비전염성 질병(noncommunicable diseases)과 보편적 건강 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의 한 부분으로서 더 나은 구강 건강을 성취하여 국제연합(United Nation)의 2030 의제인 지속가능개발과 그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달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토함으로써 이루어졌다. 결의안은 회원국의 대표로 구성되며 세계보건기구의 최고 의사결정 기관인 세계보건총회에 채택되었기 때문에 구강 건강의 중요성을 국제 사회에 공표하고 구강 건강을 국제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보건 의제(global health agenda)로 포함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2). 이러한 채택은 치과 분야의 전문가 단체가 지속적으로 제기했던 문제인 구강 질환의 광범위한 유병률과 이로 인한 부담에 비해 구강 건강이 지나치게 소홀히 여겨지고 있다는(neglected)3) 현실 극복을 향한 중요한 진전이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세상이나 하늘을 올려다보는 세상이나 매한가지인데, 땅에서는 왜 이리도 조급해지는 것일까? 왜 높은 곳 뾰족한 곳에 오르려 할까? 저 아래 내가 속한 세상을 잠시 벗어나 하늘 높은 곳에서 바라보면, 오밀조밀 장난감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 부질없어 보이는 작은 점들이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새처럼 날고 싶었던 ‘순수’한 바램은 이카로스의 추락과 함께 박살나버린 것일까? 미지의 세계를 향해 꾸었던 그의 열망과 꿈은 쉽게 날아오르게 된 후예들에게 남아있긴 할까?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지금으로부터 15년쯤 전, 2년간 서울치대 치의학박물관장(제6대, 2008.9.1~2010.8.31)을 맡은 동안, 원로 동문 선배들을 기리고, 그분들이 보관하고 있는 귀중한 자료들을 발굴하는 방법으로써, 약 1개월 단위의 동문 소장품 기획전을 계획하여 기획전시실인 제2전시실에서 7회에 걸쳐 동문소장품전(1회 김주환, 2회 지헌택, 3회 백순제, 4회 고 변종수, 5회 고 안형규, 6회 유양석, 7회 고 이춘근 동문전)을 열었었다. 지난해에 서울치대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동문 소장품 기획전이 다시 열렸다. 현 치의학박물관장(진보형, 13대)이 13년 만에 ‘제8회 동문 기획전, 김명국 명예교수 소장품전’(2022.10.14~2023.1.31)을 열어 동문 소장품전을 속개한 셈이다. 앞으로도 동문 소장품 기획전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란다. 서울치대 치의학박물관은 국내 최초 최대의 치의학 전문 박물관으로, 이종흔 학장 재임(1993.5.13~1995.5.12) 시에 서울치대 부설기관으로 개설(1994.8.31) 되었다. 개설 당일 12시 1층 박물관 앞(구 치과병원 1층 로비, 치과병원이 신축 건물로 이전(1993.5.18)함으로써 치의학박물관 공간
정년이 가까워지는 나이에 제자들을 바라보며 ‘이 세계가 불안해 보이고 살아가는 일이 힘든데 한 줄의 글을 읽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라는 질문을 해보았습니다. 대학에서 오랜 시간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누군가 읽고 쓰고 생각하는 공부의 과정은 자신에게 ‘무형의 자산’으로 남아 살아가는 의미와 가치 기준에 영향을 주고, 가정에서 다음 세대의 자녀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눈앞의 돈만을 세지 않고 조금 더 고양된 세계에 눈을 뜨게 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작지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시간이 지나며 금세 평범해집니다. 중년이 되면 ‘아무 일 없음’의 행복이 어떠한지 저절로 알게 됩니다. 평범한 일상이 오기 전 진료 현장에서, 일상의 시간 속에서 꿈을 가지고 나아가고 있는 여러분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격려합니다.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라고 노래한 시인 유치환 선생님이 ‘에메랄드 빛 하늘이 훤히 내다뵈는 우체국 창문 앞에서’ 편지를 쓰듯 겨울 하늘이 보이는 연구실 창가에서 새로운 세대의 후배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담아 편지를 씁니다. 윤동주 시인이
연말이 ‘순삭’되고 새해가 밝았습니다. 평소대로라면 크리스마스를 비롯한 연말의 분위기에 흠뻑 취했을 시기지만, 지난 5월에 태어난 아들이 처음으로 크게 아파 대학병원에 입원을 하는 바람에 올해는 연말을 만끽할 틈이 없었습니다. 아기가 아플 때 아내는 지옥을 겪습니다. 처음 경험하는 고열에 힘들어하는 아기가 엄마 껌딱지가 되어 신체와 정신의 고통을 동시에 공유하기 때문입니다. 이때 몸으로 놀아주기 전문인 아빠는 ‘애비월드’를 잠시 휴업하고 다른 쓸모를 찾아야 합니다. 입원한 아기와 한 명만 허용되는 보호자의 빨래 등 각종 허드렛일을 하고, 밤새 아기를 안아 재우느라 녹초가 된 아내와 주간 시간에 잠시동안 교대를 해주는 것입니다. 아내가 잠시 쉬러 간 사이 담당의 회진 시간이 되어 밤사이 아기의 변화를 비롯해 평소와 다른 점을 설명하는데, 저도 모르게 울컥하며 목소리가 떨립니다. 아기를 처음 응급실에 데려와 라인을 잡고 입원시키기까지의 모든 속상한 감정이 한꺼번에 몰아치는 듯한, 묘한 느낌입니다. 이런 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쿨하게 대답하고 떠나버리는 담당 교수의 뒷모습이 야속하게 느껴집니다. 같은 병실 장기 입원 아동의 보호자는 무뎌진 것인지, 의료진과 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