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하던 대로 생각에 빠져서 늘 하던 같은 속도로 걷다가 삐끗, 발목이 시큰거릴 때에야 비로소 지루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이 평안한 것임을 알게 됩니다.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만들어 내는, 우연(偶然). 평범함이 가장 편하고 귀한 것임을 일깨워주는 우연은 늘 환영합니다. 고착되어버린 치열함으로 무거워진 '요즘'을 잠시 외면하고 나선 길. 준비 못한 우산으로 홀딱 젖은 8월의 아침. 홍련(紅蓮)이 만들어준 우연, 미소 한 줌.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자라지만, 깨끗하고 고귀한 꽃으로 많은 수의 종자를 품고 있어서 다산과 생명의 창조를 상징하는 꽃입니다. 힘과 건강과 장수, 풍요 등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불교 문화권에서뿐만 아니라 이집트와 그리스 등 에서도 신성시 되었고, 동양에서는 속세에 물들지 않는 군자의 꽃이라 칭송 받았습니다. 잎과 꽃이 물 표면에 떠서 사는 수련(睡蓮)과 구별됩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레지던트 시절 우연히 달리기를 접하고 나서 이렇게 좋은 걸 나만 하기가 아깝다는 생각에 구강외과 의국원 전체가 일 년에 한번 마라톤 대회에 참여하는 전통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2009년 10월 유방암 환자를 후원하는 ‘핑크리본 마라톤 대회’에 참여한 후 이런 의미있는 행사가 우리 치과 영역에서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다음 날 치협에 전화를 걸어 면담을 요청하고 구강암 및 얼굴기형 환자 후원을 위한 마라톤 대회를 제안했는데 당시 황당해했던 임원들의 얼굴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벤치마킹으로 아이디어를 만든 일 보다는 새로운 개척의 모험을 허락해주신 이수구 전 회장님을 포함한 치협 관계자분들의 공이 더 큽니다. 대회를 준비하면서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치협은 회계 규정상 대회 운영으로부터의 수익금을 운용하기 어렵다는 것과 행사 비용이 생각보다 많이 들기 때문에 대회를 준비하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바로 적자가 시작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스마일재단이 참여하여 참가자 기념품 구입비 지원과 기부금(기부물품) 영수증 발급 및 기부금을 통한 치과 치료비 지원, 사업 홍보 부스 운영 등 2010년 첫 대회부터 지금
#1 연일 30도를 훌쩍 넘어서는 고온, 다습의 무더위가 밤까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자고 나면 온 몸이 땀으로 젖어 잠을 설친지가 꽤 여러 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창 밖 아파트 단지 안의 나무에서 울어대는 새들과 매미소리에 잠을 설쳐서 잠깐 깨고 나서 아직 일어나기에는 이른 시간이라 억지로 다시 잠을 청해보지만 쉽게 다시 잠이 들지 않습니다. 머리 속에서 뭔가가 잡히지 않고 오락가락만 하면서 돌아다닙니다. 습기, 끈적함, 뜨거움, 갈증... 계속되는 열대야로 인해 숙면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들이 저 말고도 많겠지요. 결국 그렇게 일어나서 뭔가 개운하지 못한 기분으로 출근을 하는 길은 그리 신나지 못합니다. 이렇게 하루를 보내기엔 뭔가 아쉽습니다. #2 열대야를 극복하고 숙면을 취해서 하루의 시작을 상쾌하게 바꾸어보려고 정보를 얻고 조언을 구해보면 결국 이 더운 여름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영양을 골고루 섭취하고, 적당한 운동을 해야한다라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이를 행동으로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섭취할 것 중 기본인 물은 우리 몸 안에서 세포 사이에 영양분을 전달하고 체온조절, 소화 기능 유지, 혈액순환, 노폐물 배출 등 많은 역할
“부자 되는 골드 해바라기, 재물운, 금전운, 풍수그림”이라는 광고를 웹 서핑을 하다가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황금색 꽃잎이 재물을 상징하여 걸어놓으면 집안 풍수에 좋다고 하는....... 해를 마주보며 따라 도는 꽃이라는 의미로 그 이름을 얻었습니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이후에 다른 대륙으로 퍼졌다고 합니다. 태양신을 숭배했던 옛 잉카제국의 후예인 페루의 국화가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소피아 로렌의 얼굴이 먼저 연상되기도 하는데, [해바라기]라는 영화에서 보여주었던 열정과 카리스마 넘치던 강렬한 기억 때문일 것입니다. 해바라기씨유 채취를 위해 러시아, 중국, 유럽 등지에서 대규모로 키우는데, 고전이 되어버린 영화 [해바라기]의 배경도 구소련의 영토였던, 우크라이나의 광활한 해바라기 밭입니다.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식량 위기, 에너지 위기를 전 세계인이 체감하게 되었고, 그 누구도 독자노선을 걸으면서 폐쇄적으로 살아갈 수 없이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습니다. 경제와 문화 공동체가 된 이 지구별에서의 인류 생존을 위해, 다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는 것을 또다시 각성하는 계기가
7월 1일, 뜨거웠던 여름날의 날씨처럼 치열했던 11과목의 기말고사가 끝나고 드디어 방학이 찾아왔다. 방학은 학생에게 있어 최고의 특권이다. 27살이나 먹은 내가 방학이라고 마냥 즐거워하기에는 철없어 보이긴 하지만 신나는 이 마음을 숨길 수는 없다. 각자의 일터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친구들도 내 방학만큼은 부러움에 몸서리친다. 내가 생각해도 약 2개월 동안의 온전한 자유시간은 부러워 할 만 하다. 친구들마다 이 소중한 방학을 즐기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연구에 뜻이 있는 친구들은 학교에서 연구활동에 매진한다. 동아리 활동이 방학에 집중되어 있는 친구들은 합숙훈련에 참여하며 동아리 활동에 최선을 다한다. 어떤 친구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며 조용히 보내기도 한다. 나는 수많은 선택지 중에 여행을 선택했다. 아마도 3학년 원내생을 시작하면 이렇다 할 여름방학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한없이 좁아진 내 시야에 큰 세상을 보여줘야 할 타이밍이었다. 고작 시험 한 과목, 한 문제에 좁아져 있는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야 했다. 여행은 치의학대학원 동기들과 함께 떠났다. 시험기간에 누구보다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동기들과 방학을 하자마자 여행이라니,
그 순간, 그 곳에 있어야만 가능한 작업이 사진입니다. 주말에야 겨우 여유로운 출사가 가능한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마음에 드는 장면을 마주하여 사진으로 담아내기는 참으로 힘듭니다. 특별한 소품을 마련하거나 좋은 조명을 갖춘 스튜디오에서 촬영을 해보는 경우는 일 년에 고작 몇 번의 기회밖에 없습니다. 전문 작가들의 경우 몇 해 전부터 미리 천문을 읽고, 일기를 예측하여 최적의 촬영시간에 맞추어 그 장소에 대기합니다. 촬영 결과물에 대한 확인이 한참 후에야 가능했던 필름카메라가 디지털 카메라의 개발과 고성능화로 대체되면서, 촬영 즉시 결과물을 확인하고 필요시 곧바로 재촬영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노련한 기술과 복잡한 시설 장비가 필요했던 현상과 인화의 과정 또한 생략하고, 본인이 직접 컴퓨터로 보정하고 프린트 작업까지 마칠 수 있는 시대가 되었으니, 아마추어 사진가에게는 더 많은 기회가 주어진 축복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남들 다 찍어본다는 유명 출사지를 찾아 헤매던 입문 시절을 뒤로하고, 가까운 곳에서 피사체를 찾는 즐거움을 느껴보고 있습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의 모습을 담아보자.’ 오늘 사진은 3년마다 열리는 2016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인간이 다른 동물보다 나은 이유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동물이라서? 저는 인간이 우월한 것은 인간의 기준으로 생각해서일 뿐 기준에 따라서는 사실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종교적으로 보면야 물론 영혼을 가진 인간은 동물과 구별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인간의 기준으로 봤을 때 다른 동물보다 우월해 보일 뿐이지 사실은 다른 동물들 보다 감히 우월하다고 말해서는 안 되겠죠. 새는 인간이 평생 가질 수 없는 날개를 달고 그 어느 곳이든 날아다닐 수 있는 초능력을 가졌으며 물고기는 지구의 70%를 차지하는 바다를 누비며 그 신비한 세계를 탐험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되지 않고서야 우리는 그들이 어떠한 초능력과 비밀을 가졌을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인간이 우월하다고 생각할 수 있나요? 하지만 인간은 오래전부터 글을 쓰고 기록을 남겼고 여전히 책을 쓰고 읽고 있습니다. 적어도 기록을
달콤함과 쌉싸래함을 동시에 품은 듯, 질투와 관용 사이에서 줄을 타는 듯, 불같은 열정과 차가운 이성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 가려는 듯, 꽃잎의 보이는 표면은 붉은색인데, 그 이면은 흰색을 가지고 있는 미국에서 육종된 'Love'라는 이름을 가진 장미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디지털 카메라는 사람과 동일한 방식으로 컬러를 보지 못합니다. 이미지 센서의 각 셀 앞에 빨강(R), 초록(G), 파랑(B) 중 한 가지 색상의 빛만 통과할 수 있는 필터를 배치하여, 각 셀마다 통과하는 빛의 세기만을 기록합니다. '18%의 반사율을 가진 중성회색'이라는 노출기준점을 가지고 어두운지 밝은지를 감지하여, 적정한 노출을 맞추려고 CPU는 바쁘게 노출 증감을 계산합니다. 짙은 붉은색은 노출기준점 보다 어두운 색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조리개와 노출시간을 조절하여 밝게 촬영하라고 지침을 주고, 흰색은 밝게 인식되기 때문에 기준점에 맞추기 위해 어둡게 조절을 하라고 합니다. 어둡게 인식되는 붉은색과 밝게 인식되는 흰색 사이의 노출차이로 인해서, 특히 햇살이 강렬한 날에는 둘 사이에 적정한 노출을 설정하기가 어렵습니다. 보통 붉은색 한 가지를 가진 꽃도 제대
진료 예약표에 ‘검진’이라는 일정이 적히기 시작했습니다. 원래 구강검진은 예약표 작성 없이 막간을 이용해 수시로 진행하는 것인데 어찌된 일인지 물으니 병원과 협조관계에 있는 특수학교의 장애학생 구강검진이라 시간이 소요될 수 있어 예약을 받아 진행한다고 합니다. 올 하반기부터 ‘아동구강건강 실태조사’에 조사자로 참여하며 간혹 말 안듣는 중학생의 매운 맛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터라 장애학생 검진은 또 얼마나 어려울까 걱정이 많았지만, 막상 검진이 시작되니 제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보호자와 함께 내원한 장애학생은 구강검진에 대한 협조도는 물론이거니와 구강상태와 구강관리 습관까지도 양호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직접 통계를 내본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제가 만난 비장애학생들과 비교해도 오히려 더 나은 구강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내원하는 장애학생이 발달장애(지적/자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이 어려워 보호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아이들의 구강건강관리 비결이 다름아닌 보호자의 노력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칫솔질에 도움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치실, 불소용품 사용, 설탕섭취 제한에 이르기까지 보
‘무엇을 할 기분이 안든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또 ‘무엇을 할 체력이 없다’라는 말도 있고, ‘그 일을 할 시간이 없어 너무 바쁘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시간이란 인풋이 없으면 일을 못하는 것은 너무 자명합니다. 또한 체력도 중요합니다. 건강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간만 많다고 일을 하기란 어렵습니다. 누워있는 상태에선 일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근데 ‘체력과 시간도 있는데 무엇을 할 기분이 안든다’라는 말을 들을 때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공감이 되십니까? 아니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드십니까? 저는 이를 에너지라고 바꿔서 표현합니다. 기분이 안든다는 경우는 감정적 에너지가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에너지라하면 이는 시간, 체력, 감정의 복합체가 됩니다. ‘시간관리를 잘해라’는 많이 들어봤습니다. ‘체력관리를 잘해라’도 많이 들어봤습니다.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인 장그래가 들었던 말이죠. 근데 ‘기분관리를 잘해라’라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대신에 감정조절이나 기분조절을 잘해라는 말은 있지만, 이는 관리와 다르게 나빠지지만 않게 하라는 억압적 통제 성격이 강해보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 기분이 안든다’라는 말은 다소 사치스럽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최근에 ‘조력존엄사법’이 언론에 오르내리는 것을 들었습니다. 치과의사로서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이런 법이 큰 틀에서 노인을 위한 의료제도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제기되는 것이라고 보면 치과도 관련이 있을 것 같아서요. 조력존엄사법과 치과,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익명 예, 말씀 주신 대로 최근 조력존엄사법이 화제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