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워낙 유사과학을 싫어했다. 논리적이거나, 설명되는 것들을 따르는 성향이라 사주, 혈액형, 유사과학 제품들을 보면 경기를 일으켰다. 물론 본성은 어딜 가지 않아, 지금도 유사과학을 보면 경악한다! 친구들은 이런 나의 반응이 재밌다며, 일부러 게르마늄-음이온-기순환-팔찌 등을 어디서 구해오곤 했다. 물론 쓰레기통 행이다. 내 반응을 보면서 친구들은 그 돈이 아깝지 않다고 한다. 그 돈으로 뜨끈한 국밥이나 사먹지... 10년 전쯤 혈액형별 성격이 굉장히 유행했다. 에이형은 소심하고, 비형은 바람둥이고... 굉장히 유행했기에 대화의 주제가 자주 올랐고, 들을 때마다 경기를 일으켰다. 아무리 노출되어도 도저히 적응될 수가 없었다. 정말 다행히도 요즘 거의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유행이 찾아왔다. MBTI다. 물론 MBTI에 관해 얘기하면 반박할 말이 목 끝까지 차오르지만, 적어도 혈액형 성격 분석만큼 유사과학은 아녀서 나름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정말 해보기 싫었지만, 친구들이 하도 해보라고 해서 해본 검사결과는 ENTJ였다. 성공만 향하여 달리는 사람이라고 한다. 평소 미래와 성공에 대해서 지겹도록 자주 얘기하는 터라 친구들도 잘 맞는다고 했
'광주'라는 이정표가 보이는 도로를 달리다보면, 저 멀리 어깨처럼 너른 산 하나가 보인다. ‘등급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고귀함을 담은’이라고 설명되는 무등(無等)산이다. 무등은 ‘등급도 차별도 없다’는 뜻이기도 한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는 산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공평 공정한 대접을 받기를 염원하는 사람들을 품은 산이기에,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은 이리도 부른다, ‘민주지산 무등’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내가 바라보는 무등산은 아버지다. 걷기 싫다 떼쓰는 나를 일으켜 말없이 무등(목말)을 태워주시던 아버지다. ‘아픈 것은 내가 다 할께, 너는 웃음만 가져라’는 말씀은 없었어도 손길로 눈길로 등을 내어주시던. 오늘 문득 아버지의 너른 등이 그립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처서를 지나고 언제 그렇게 덥고 비가 많이 왔나 싶게 시원한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올해처럼 짧고 굵게 여름이 지나는 해가 있었나 싶습니다. 습하고 많이 더웠지만 길지 않았고 비도 지겹게 길게 온다는 느낌보다 폭우로 짧고 굵게 내린 느낌입니다. 특히 지난 무더위 후에 내린 늦은 장마비는 열대지방의 스콜을 보는 듯하게 짧고 굵게 지나갔습니다. 이 짧고 굵은 비는 여러 지역에 그리고 수도 서울조차 많은 피해를 주고 지나갔습니다. 한시간에 140미리미터가 넘는 폭우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의 부가 중심된 곳인 강남은 견디지 못하고 각종 침수가 일어났습니다. 데이트로 자주 가던 코엑스의 별마당도서관의 천장은 무너지며 비가 쏟아졌고, 지하철을 자주 갈아타던 7호선 이수역도 많은 비에 침수로 인해 무정차 통과를 했으며, 집 한채에 몇 십억이 되는 강남 아파트들의 지하주차장도 침수되며 억대의 슈퍼카들이 모두 침수되는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이렇게 유명하고 부가 집중되어 있는 곳들이 침수되었으니 그 지역에 있는 많은 오래된 상가나 빌라들은 당연히 비에 많은 피해를 받았을 겁니다. 그중 오늘은 반지하에 일어난 비극에 대하여 한번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여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자신의 내면을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상대방과 올바른 인간관계를 위해서 상대의 성격도 잘 알아야 한다고 우린 생각합니다. 그래서일까 유행처럼 MBTI 검사가 퍼지고 자신의 결과와 다른 사람과의 결과를 보고 내면을 파악합니다. 그런 내면의 세계가 그 사람의 욕망, 행동을 조절하고 자신을 바라보는 일종의 맞춤 거울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 유형에 맞는 자신을 잘 들여다보면 더 자기다운 모습을 찾을 수 있고, 결국 그 유형에 더 맞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하지만 저명한 행동과학자 닉 채터는 이런 생각에 반론을 제기합니다. 인간에게 깊이 있는 내면은 없으며 심오한 마음이란 것은 없다고 말이지요. 마음속에는 신념과 욕망, 선호, 태도, 기억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의 착각이라고 말입니다. 그럼 무엇을 통해 생각과 행동을 하고 결정을 할까요? 자신의 내면에 맞는 자
몇 해 전 보름달 사진을 찍어서 올렸더니, 댓글에 스타워즈의 데스스타가 연상된다는 분이 계셨습니다. 너무 또렷한 사진 속에 나타난 음영이 괴기스럽게 생각되었겠다 싶더군요. 추석뿐만 아니라 설 같은 명절의 의미가 점점 밋밋함으로 다가오는 것은 그만큼 삶의 여유를 잃어가고 있고, 잊혀지고 놓치는 것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에 아쉽기만 합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성능 좋은 초망원 렌즈로 또렷또렷 샅샅이 달 표면을 훑어보면서는 절대로 토끼를 찾을 수 없습니다. 오히려 흐릿하고 막연하게 보이는 달을 바라보며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가 있다는 동요를 부르는 것이 더 빨리 토끼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마음의 눈을 더 크게 뜬다면 말입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치협 제32대 집행부는 회원들을 위한 ‘민생 회무’를 모든 정책 추진의 첫 번째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이에 본지는 각 회무를 현장에서 이끌어가는 집행부 임원들이 직접 기고하는 형식의 ‘치협 정책 핵심 체크’ 코너를 마련했습니다. 열린 지면을 통해 치협 임원과 독자들이 소통의 폭을 넓히고, 나아가 치과계 현안 추진을 위한 중지를 담을 해당 기고에 많은 관심과 성원 당부드립니다.<편집자 주> 지난 6월 9일, 제77회 구강보건의 날을 기념하여 보건복지부는 제2차 구강보건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하였다. 3대 중점목표 하에 6개 분야, 17개 과제 중 10대 핵심 세부과제를 담은 이번 기본계획은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다양한 구강보건사업의 시행에 기반이 될 예정이다. 먼저, 정부가 구강보건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계획을 세웠다는 점에서 이번 기본계획 발표를 환영한다. 특히 기존에 발표한 9개의 중점과제였던 1차 계획과 다르게 구강보건사업 위주가 아닌 치과의료정책 전반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담았다는 점에서 전담부서인 구강정책과의 노고가 느껴진다. 이번 기본계획은 ‘초고령사회, 구강 건강증진으로 건강수명 연장’을 비전으로 ▲사전 예방적 구강 건강
삼세판이란 세 번 안에 승부를 끝내는 것으로 보통 3판 2선승제를 뜻합니다. 한 사건에 대해서 세 단계의 심급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제도인 삼심제와 조금 닮아있습니다. 삼도득심법이라 하여 조선시대 송사의 판결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 소청을 세 번까지로 제한한 제도와도 다른 면으로 닮아있습니다. 삼이라는 숫자는 완전성을 상징해서 동서를 막론하고 자주 발견됩니다. 수학적으로 평면의 정의가 한 직선위에 있지 않은 세 점이라는 것부터 카메라의 삼각대까지 안정성을 대표할 수 있습니다. 기독교의 삼위일체나 삼권분립 또한, 삼이라는 숫자의 안정성을 대변해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인칭에도 1인칭, 2인칭, 3인칭이 있고, 우리가 사는 차원도 선도 아니고 평면도 아니고 3차원입니다. 음양론에 의하면 홀수가 양의 성질을 나타내고, 짝수가 음의 성질을 나타내는데, 각각 최소의 홀수와 짝수인 1과 2가 합쳐짐으로 인해 조화로움, 완전함을 내포하는 수가 바로 3이라고 합니다. 색에서도 삼원색을 기초로하여 다른 색깔을 만들어내니, 3이라는 숫자는 여러모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삼삼하다”는 음식 맛이 조금 싱거운 듯 하면서 맛이 있다는 뜻과 사물이나 사람의 생김새나 됨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치과의사로써 간혹 의사나 사회의 시각이 당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의사보다 전문성이 부족한 직업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곤 하지요. 그래서 묻습니다. 의과와 치과, 의학과 치의학은 어떻게 나누어지게 되었나요? 앞으로 이런 차이에 변화가 생길까요? 익명 ※이번 회차부터 세 번에 나누어 의과와 치과의 분리에 관한 내
갑작스레 내려준 소나기는 연인을 영화 속 주인공으로 변신시키기도 하고, 교과서 속 순수했던 한 장면을 떠올리게도 해줍니다. 사진은 '그 곳'에 '그 순간' 존재하는 것을 촬영해내는 작업입니다. 그러면 촬영자가 아닌 감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진은 어떠한가요? 사진의 힘은 촬영자와 감상자가 같은 시공간을 점유하지 않아도, 촬영자의 카메라 세팅 조건을 몰라도, 감정의 전이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진폭을 가진 감정의 파고 속에서도 감상자는 찰라가 만들어준 한 장면에 담긴 촬영자의 마음이 전해주는 이야기 사이를 유영하게 됩니다. 그 순간 사진은 서사(敍事)가 되고, 감상자는 스스로에게 이야기꾼이 됩니다. 감상자의 감성의 깊이, 삶의 성향, 그 순간의 기분에 따라 얼마든지 바르게 보이기도 하고, 물구나무를 선 듯 보이기도 하고, 눈감고도 보이는 그야말로 제멋대로의 세상이 창조되기도 합니다만, 그것은 그것대로 또 다른 사진의 매력이 될 것입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찍던 순간이 복제되듯 똑같은 마음으로 전이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의 내용이 어떻게 얽히고설키든, 그 감성의 무한 확장만 함께 하기를
생각이 많아질 때면 한강 시민 공원에 가서 연을 날리곤 한다. 산적한 일들의 규모가 가늠이 되고 대략의 개요가 잡힐 때가 연을 날리러 갈 시간이다. 얼레를 감았다 풀었다 하면 복잡하게 얽힌 내 생각도 단조롭게 풀어진다. 연을 날리는 데 있어서는 바람의 도움이 결정적이다. 어떤 날은 얼레에서 실을 풀기가 무섭게 연이 날아올라버린다. 이런 날에는 실이 다 풀려 나간 얼레를 나무 가지 사이에 끼워 놓고 하늘 높이 오른 연을 구경해도 된다. 어떤 날은 내가 몸소 움직인 만큼만 연이 난다. 바람이 없는 날이다. 그런 날에는 전략이 좀 필요하다. 걷거나 뛸 수 있는 백 미터 이상의 땅을 확보하고 속도조절을 통해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연을 띄워 올려야 한다. 안 되는 날이라고 그냥 포기하면 안 되는 이유가 있다. 지면에서의 바람과 지상 십미터에서의 바람은 다를 수 있다. 연이 지상 십미터까지만 날아오르면 그 때부터는 연이 바람을 타면서 순식간에 높이 날아오를 수도 있다. 연이 바람을 타기 시작하면 이제는 내 노력을 들이는 것보다 바람의 도움을 잘 활용하는 것이 더 중요해진다. 바람이 세서 연줄의 장력이 세지고 연이 떠오르면 얼레를 푼다. 바람이 도와줄 때 얼레를 풀어놓아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티슈펀치는 최근 플랩리스 수술과 가이드 수술의 유행에 따라 각광을 받고 있는 임플란트 수술기구로(그림 1), 이전에 비하여 훨씬 자주 사용되지만 회사 마다 규격과 물성이 다양하여 쉽게 선택하기엔 어려웠습니다. 이와 같은 현실을 반영하여 대한민국이 김경남, 권재성, 박창주 교수를 중심으로 티슈펀치의 치과표준을 제안하였고 드디어 2021년 국제표준 ‘ISO 23445:2021, Dentistry - Tissue Punches’로 발행되는 쾌거를 이루었습니다. 이번 기고에서는 생산자가 제조 시, 임상가는 구입 및 사용 시 특히 유념해야 할 사항들 위주로 이러한 티슈펀치의 치과표준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분류> 티슈 펀치는 사용 목적에 따라 제1형(중공)과 제2형(중심유도)으로 분류한다. 식별 부호와 기호 1 작업부 2 섕크 3 중심유도 D1 작업부 바깥지름 D2 작업부 안지름 D3 섕크 지름 L1 전체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