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환자만 1000여명. 청와대 국민청원을 비롯해 언론을 통한 온갖 폐해가 보도되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서울 압구정의 한 교정치과 원장이 최근 사기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해당 원장은 지난 2016년 5월부터 2년간 700여명에 달하는 환자에게 한 명당 300만원씩 총 25억원 가량을 진료비 명목으로 받고 제대로 된 치료를 해주지 못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해당 원장이 병원 경영난으로 치료를 끝까지 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도 선금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건을 과도한 이벤트 광고를 통한 환자 모집과 투명교정의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의료인의 실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치협의 입장은 사뭇 단호하다.
김철수 협회장은 17일 정기이사회에 이어 다음날인 18일 열린 보건복지부와의 간담회에서도 “선량한 회원이 당하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해 보호하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병원 운영과 진료행위로 국민과 회원으로부터 질타 받는 치과의사에 대해서는 협회가 보호할 명분도 없고, 이를 보호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 협회장은 특히 이 같은 사태의 예방을 위해 전문가 단체의 ‘자율징계권 권한 부여’와 자율징계권의 전 단계 성격으로 동료 의료인의 비윤리적 행위를 제지해 내부정화를 목적으로 하는 ‘전문가평가제 시범사업의 속행’을 강하게 요구했다.
치협은 이번 먹튀치과 문제가 불거지기 이전부터 과잉진료, 불법 과대광고, 불법 사무장치과의 폐해 등 동료 의료인들의 법과 윤리를 저버린 행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자 그 문제점을 인식하고 실효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 수십 년 전부터 보건복지부에 자율징계권를 꾸준히 요구해 왔다.
유관 의료계 단체들도 마찬가지다. 치협과 더불어 수차례 의료법 개정안의 의원입법을 통해 자율징계권의 중앙회 위임을 법제화하기 위한 노력을 수없이 펼쳐왔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방증이다.
주사기 재사용으로 환자 76명이 C형 간염에 걸린 2015년 다나의원 사태를 비롯해, 치과계에서도 투바디 임플란트의 암 유발 부작용 가능성을 주장한 모 치과의사의 사건 등이 매번 터질 때마다 자율징계권 문제가 수면위로 올라 왔다. 하지만 이내 곧 조용해졌다. 이번 투명교정치과 사태 역시 시간이 지나면 묻히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보건복지부는 제2, 제3의 비윤리적인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치과계 및 전문가단체에 자율징계권을 조속히 부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