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함께 오랫동안 잠실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나무 친구들을 소개해볼까한다. 올해 여름의 뜨거운 무더위도 조금씩 잦아들고 어느덧 가을이 성큼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이 시기 폭염을 꿋꿋이 버텨내고 꽃을 피워내는 나무가 있었으니 바로 배롱나무다. 배롱나무는 중국남부 원산지로 3~7m 크기의 소교목으로 미끈한 베이지색 수피는 고급스럽고 도도해 보이기까지 하다. 살짝 나무를 만져보자. 그리고 문질러 보자. 그러면 살짝살짝 움직이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배롱나무는 ‘간지럼나무’ 또는 ‘부끄럼나무’로 불리기도 하였다. 배롱나무의 원래 이름은 ‘백일홍나무’였다. 레이스 모양의 붉은 꽃들이 백일 동안 피고진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나 우리말의 연음현상으로 ‘백일홍-배기롱-배롱’으로 이름이 바뀐 것이다. 꽃은 7~10월 사이에 흰색, 분홍색, 홍색, 옅은 보라색 등으로 원추꽃차례로 가지에 길에 뻗어 피며 푸른 잎과 베이지색 나무줄기 사이에 화려하게 핀다. 비록 곤충을 끌 정도의 향기를 뿜지는 않지만 이 아름다운 자태만으로도 시선을 끌기에 충분하다. 배롱나무는 여름에는 강하지만 얇은 수피 때문에 겨울에 털옷을 입혀주어야 한다. 그래서 겨울이 되기 전에
20년 전까지 개원했을 당시 친했던 타 대학 출신 선배님으로부터 ‘밥 한번 먹자.’는 전화를 받고, 오랜만에 선배님 치과를 방문하였다. 예전의 자리에서 이전한 건물에서 치과진료실 규모와 인력이 엄청나게 늘어나 있었고, 바쁘게 진료실은 돌아가고 있었다. 조금 기다렸더니 그 선배님은 반갑게 필자를 맞이하면서 다른 진료실에서 진료하고 있던 아들(치과의사)을 소개해 주었다. 글러브를 황급히 벗고, 필자가 내민 손을 잡은 선배님의 아들은 늠름하고 자랑스러워 보였다. 일순간 필자의 속마음은 ‘부러운 마음’, 그 자체였다고 고백한다. 선배님과 저녁 식사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 필자의 아들도 조금 더 노력(?)해서 ‘치전원’에 입학시켰더라면 어찌 되었을까? 이미 지나간 일이니 부질없는 상상으로 끝날 일이다. 못된 정치인들이 ‘우매한 국민’을 ‘개, 돼지’로 표현한다고 한다. 또 생각이 부족한(?) 사람을 ‘닭xxx’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의 태어난 해와 연결된 간지(干支) 중 12지(支)에는 ‘닭’과 ‘개’, ‘돼지’가 연결되어 나타나니, 왜 이 세 종류의 ‘띠’의 동물들이 욕먹는데 사용되는지 의문이 들곤 한다. 금년 8월 말에는…
매주 목요일은 휴진입니다. 여기에 대략 한 달에 한 번, 대개 목요일부터 금요일, 토요일, 일요일까지 3박 4일을 휴가로 보내고 있습니다. 며칠 전에는 광복절 휴일을 끼고 일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강원도에서 4박 5일 휴가를 보내고 오기도 했습니다. 저는 구강악안면외과 치과의원을 개원하고 있습니다. 치과의사,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로서 하루종일 집중, 집중, 초집중 상태로 진료해 나가다 보면 특히나 체력이 별로 좋지 않은 저로서는 솔직히 지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일이 다 그렇겠지만, 정말 쉽지 않습니다. 치과의사, 구강악안면외과 의사는 진료의 특성상 비가역적인 시술, 수술이 많기 때문에 진단에 있어 실수가 있으면 안 될 것이며 치료에 있어 실패가 없어야 합니다. 따라서 평소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특히 중요합니다. 초집중 상태를 유지하면서 또한 여유를 잃지 않아야 하기도 합니다. 환자가 많아질수록 체력 관리에 힘쓰는 기본적인 이유입니다. 저는 진료 시간을 오전 3시간 그리고 오후 4시간, 비교적 짧게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이유 역시 너무 오랫동안 환자를 보다보면 집중력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정신일도 하사불성’(精神一到 何事不成)이라지만 매일매일…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표준은 국제표준 ISO 7494-2 치과 – 고정식 치과용 유닛 및 치과 환자용 의자 - 제2부: 공기, 물, 흡입 및 폐수 시스템(ISO 7494-2 Dentistry – Stationary dental units and dental patient chairs – Part 2: Air, water, suction and wastewater systems) 제3판이다. 해당 표준은 2003년 제1판이 제정되었으며, 물 및 공기에 대한 내용에 흡입(ISO 10637 참조) 및 폐수 시스템에 대한 내용이 추가되면서 2015년에 제2판으로 개정되었다. 제2판은 앞서 본 기획연재에서 다룬 바 있다. 제3판에서는 제1부에 맞추어 환자용 의자가 포함된 것이 제목에서의 차이점이다. 본 표준은 치과의사보다도 제조자가 숙지해야 할 내용이 많은 관계로 거기에 주안점을 두어 작성하였으나, 치과용 유닛은 모든 치
상사화로 혼동되어 불리기도 하는 꽃무릇(석산, Spider lily)은 9월 중순께부터 10월에 걸쳐 붉게 피어나는데, 그 모양새와 색깔은 불꽃이 타오르는 듯 강렬합니다. 추석 무렵 한적한 시골길에서 드문드문 피어난 모습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만, 붉은 융단처럼 펼쳐져 입이 떡 벌어지는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꽃이 화려하고 예쁘다고 절대로 만지면 안 됩니다. 인도에서는 화살 끝에 발라 코끼리 사냥에 사용했다고 할 만큼 강한 독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늦여름과 초가을 사찰에서 상사화와 더불어 많이 볼 수 있는 꽃입니다. 뿌리를 짓찧어 단청이나 탱화의 마지막 단계에 바르면 그 독성에 의해 좀이 슬거나 벌레가 꾀는 것을 막아주기 때문에, 사찰 등에서 적극적으로 키우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고창 선운사, 영광 불갑사, 함평 용천사는 3대 꽃무릇 군락지로 유명합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 가능합니다. 서울에도 꽃무릇 출사지가 몇 군데 있습니다. 성수동 서울숲에도 꽤 많은 꽃무릇이 군락을 이루기 시작하였습니다. ‘맑고 향기롭게’ ‘무소유’를 실천하고 떠나신 법정 스님을 모신 성북동의 길상사가 꽃무릇 출사지로 유명합니다. 한진규 치협 공보이사
어릴 때 살던 집 앞에는 제법 너른 골목길이 있었다. 동네 친구들은 그 길에서 술래잡기도 하고 피구도 하고 가게 앞 입간판을 골대 삼아 축구도 하고 놀았지만, 우리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야구였다. 그때는 프로야구리그가 출범한지 얼마 안 되어, 모두가 야구에 열광하던 시절이었다.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에 초등학교 운동장도 있었건만, 집 앞의 골목길이면 충분했다. 우리는 밥숟가락을 내려놓자마자 달려나가 지체하지 않고 바로 공을 치고 놀고 싶었던 것이다. 우리집 앞 계단에서 수직선을 그어 만나는 골목길 중앙점에 홈 플레이트였다. 골목 오른편 초록대문집에서 세 걸음 걸어나온 곳을 1루, 왼쪽 전봇대 한 발 옆을 3루 베이스로 잡는 식이었다. 홈에서 베이스를 잇는 가상선에 미치지 못하면 파울, 세탁소 입간판을 넘어가면 2루타, 빨간 지붕집 대문을 넘기면 그라운드 홈런으로 치기로 했다. 다 모여도 9명이 되지 못하는 날도 많으니, 프로선수단처럼 꽉찬 스쿼드와 심판진까지 갖출 순 없었다. 다 놀고 싶은 꼬마들이므로 우리는 다같이 선수이고 또 심판이었다. 우리끼리 함께 규칙을 정했다. 미리 알 수 없는 것은 다같이 의논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다같이 한 번이라도 더 공을 던
친척으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생인 아들이 치과의원에 갔더니 20개가 넘는 치아에 우식이 있다고 작년에 다른 치과에 갔었을 때는 한두 개가 이상하다고 하였는데, 1년 사이에 그렇게 많은 치아가 썩었다는 것은 치암이 아니냐고 큰일 났다고 찾아왔습니다. 살펴보니 작은 점들로 보여 괜찮다고 일단 암은 아니니 걱정하지 말라고 보냈었는데, 1년 후 다시 와서 검진하여 보니 두 개의 치아는 우식이 상당히 진행되어 있었습니다. 치료를 하여야 한다고 하였을 때, 들리는 말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친척이라고 돈이 들까봐 일부러 치아 우식을 치료해주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었습니다. 과잉진료도 문제이지만, 정확한 검사와 진단이 중요함을 다시 깨달았었습니다. 선생님들마다 다른 우식 치아의 개수로 종종 병의원간 치과의사간에 분쟁이 된다는 것이 각종 검사들로 점철되고 있는 의료 현장에서 아직 우리 치의학계가 나아가지 못하는 분야가 있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요즘 환자들은 혈압 수치와 혈당 수치 등 진료 시에 검사에 대해 일일이 본인이 직접 확인하고 진료인으로부터 설명을 듣고 상의하고 충분히 이해하여야만 진료를 제대로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현재의 치의학 기술의 꽃, 치의학 분야에서 Cash cow 역할을 하는 것은 치과용 임플란트라고 할 수 있다. 한국에 임플란트가 최초로 도입된 1980년 이후, 학문의 발전과 의료기술 도입으로 임플란트 시술의 대중화는 2000년에 들어서며 꽃을 피웠으며, 농담으로 이야기했던 치과 임플란트 급여화의 경우 2014년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처음 시행돼 2015년에는 70세 이상으로, 2016년에는 만 65세 이상으로 대상 연령이 꾸준히 확대되어 그야말로 전성기 및 고도화기를 지나고 있다. 임플란트 대중화에 발맞추어 하늘을 치솟던 대입에서의 치과대학 인기는 2010년 이후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하였고, 이는 임플란트 기술의 보급화 및 가격 저하와 시기가 거의 맞아떨어진다. 이러한 가격변동 현상은 어느 사업분야에서나 적용되는 것으로 이상한 것은 아니지만, 많은 치의학 연구자들은 Next ‘치과용 임플란트’ 같은 국민의 구강건강을 증진시키면서 Cash cow 역할을 하는 아이템을 찾기 위해 서부개척지에서 맨몸으로 금맥을 찾는 심정으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던 와중 희소식이 들려왔다. 2019년 법통과에 이어, 2020년 8월부터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
소복이 쌓여있는 눈길을 걸으면 뽀드득 소리와 함께 내 뒤에는 나를 항상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발자국... 내가 좋던 싫던 발자국은 항상 내 한 발자국 뒤에서 나를 졸졸 따라다닌다. 발자국은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내가 똑바로 걸으면 발자국도 바르게 걷고 내가 비틀거리며 걸으면 발자국도 같이 비틀거린다. 생각을 해보면 결국 내가 남긴 발자국은 내 과거와 같고 내가 어떻게 걸어왔는가를 확인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말이다. 모든 사람들은 반듯하고 잘 정렬되어있는, 보기 좋은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발자국이 반듯하게 남겨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자. 내 발자국은 어떠한가? 어떤 사람은 자신이 남긴 발자국을 보고 후회하기도 할 것이고 실망하기도 할 것이다. 다시 뒷걸음쳐 되돌아가 고치고 싶지만 이미 한번 남겨진 발자국은 바꿀 수가 없다. 우리가 남기고 가는 발자국이... 내가 지나온 내 과거가 반듯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내가 남길 발자국이 올바른 방향을 향해 있으려면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눈을 감고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어 앞으로 나아가보자. 그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 이후 교권 확립이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교권 추락은 왜 생겼나? 정치적 교원 단체가 교권 침해의 판을 깔았고 교사들은 부당한 교권 침해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교실에서 문제 학생들을 올바로 훈육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의 교육권이 방치되어 학교가 무너지고 결국 교사와 학생 나아가 국민 모두에게 불만과 절망감만 주었다. 교권 추락의 근원은 교육현장의 참담한 현실을 외면해 온 교육 당국, 관리자들, 교원단체들의 무책임과 무지성이며 일부 몰상식한 학부모가 이런 weak points를 파고든 것이 서이초 사건이다. 교육 현장을 정확히 진단하고 실효성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여 재확립해야 한다. 편향된 세력이 보편가치가 아닌 선택적 신념으로 무장하여 끼어들면 교권 확립은 요원할 것이다. 치과계로 눈을 돌려 보자. 치과계는 치과의사협회라는 hub, 치과의사는 지부(spoke) 즉, hub and spoke 조직으로 3년마다 회원들이 hub를 운용할 대리인을 선출하여 위탁한다. 시스템(정관)하에 회원은 책무를 다하고 대리인(집행부)은 회무를 성실하게 해나갈 것을 믿는다. 선거나 회무에서 갈등이나 불미스러운 일이 생겼
지혜와 재능이 뛰어나고 용맹하며, 보통 사람이 하기 어려운 일을 해내는 사람을 ‘영웅’이라고 합니다. 영웅은 스스로 영웅이라 자처하지 않으면서, 선한 목적으로 행동하는지에 대한 끊임없는 자기 성찰이 있는 사람입니다. 영웅심리를 검색해보니 첫머리에 아래와 같은 글이 보입니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혼자서 공을 세워 보겠다며 나서는 사람들을 영웅심리 때문에 그렇다고 말해. 이렇게 영웅심리에 빠져 무턱대고 나서는 사람은 도리어 된통 당하는 일이 많지.” 영웅은 존경받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릇된 영웅심리는 경계하여야 합니다. 최근 번화가와 지하철 역사 등지에서 소위 ‘묻지마 범죄’가 빈발하고 있습니다. 한 심리학자는 그 원인으로 개인주의 성향, 경제적 빈곤, 인간관계에서의 소외, SNS 익명성 등을 이야기하면서, 처벌 수위를 높이고, 정신 질환 치료 시스템 개선 등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무차별적 흉기 난동에서 합리적인 동기는 기대하기 어렵고, 영웅심리가 범행과 연관돼 있다고 봤습니다. 충격적인 범죄를 일으킴으로써 일종의 영웅같이 되고 싶어 하는 심리가 무의식 속의 뿌리 깊은 열등감을 해소하려는 것이 아닌가로 분석합니다. 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확대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