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나는 운 좋게 두 번의 대통령 타운홀 미팅에 참석했다. 11월 과학기술인 보고회와 12월 충청남도 타운홀 미팅. 그중 한 번은 직접 질의할 기회를 얻어 “기술이전 활성화를 위해 기술이전 수익에 대한 세제혜택을 재도입해 달라”고 요청했고,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다. 연구자로서 작은 목소리가 정책에 닿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돌아오는 길,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치과계는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최근 치의신보 창간특집 설문조사에 따르면 치과의사의 82.6%가 임플란트 수가 구조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임플란트 환자 증가는 전년 대비 2,600명으로 예년의 10분의 1 수준이며, 평균 진료비는 1.6% 하락했다. 내수 시장이 사실상 성장을 멈춘 것이다. 90% 이상의 치과의사가 ‘포스트 임플란트’ 전략이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37%는 여전히 ‘변화에 대한 거부감’을 장애 요인으로 꼽았다. 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시장 침체가 아니다. 우리가 ‘다음 먹거리’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데 충분히 투자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용 술식, 치아 성형, 투명교정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이것들은 기존 시장의 재분배일 뿐 새로운 가
<The New York Times>에 오랫동안 연재되고 있는 칼럼으로 “The Ethicist”가 있습니다. 현재 뉴욕대학교 철학과 교수인 윤리학자 콰매 앤터니 애피아가 맡은 이 칼럼은 독자가 보내는 윤리 관련 질문에 윤리학자가 답하는 방식으로 꾸려지고 있습니다. 치의신보에서 매월 1회 의료윤리 주제로 같은 형식 코너를 운영해 치과계 현안에서부터 치과 의료인이 겪는 고민까지 다뤄보려 합니다.<편집자주> 김준혁 치과의사·의료윤리학자 약력 연세대학교 치과대학 졸, 동병원 소아치과 수련.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의료윤리 및 건강정책 교실 생명윤리 석사. 연세치대 치의학교육학교실 교수 저서 <누구를 어떻게 살릴 것인가>(2018), 역서 <의료인문학과 의학 교육>(2018) 등. AI로 다들 자리를 걱정하는 것 같아요. 치과계는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진 않았지만, 사실 저희도 인력 대체를 계속 고민해 왔잖아요. 보조 인력이 대체 가능하면, 치과의사라고 다를 것도 없겠다는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위기라고 해도, 여전히 인간에겐 인간만의 영역이 있잖아요. 치과의사에겐 그런 부분을 강조해서 교육하면 되는 거겠지요? 소통이나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또 오는 거지만 새해는 그런대로 따스하게 맞을 일이다.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가 숨 쉬고 파릇한 미나리 싹이 봄날을 꿈꾸듯 새해는 참고 꿈도 좀 가지고 맞을 일이다. (중략) 아무리 매운 추위 속에 한 해가 가고 또 올지라도 어린것들 잇몸에 돋아나는 고운 이빨을 보듯 새해는 그렇게 맞을 일이다.’ (김종길, ‘설날 아침에’)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붉은 태양이 우리 치과계의 창을 두드립니다. 김종길 시인의 노래처럼 매양 추위 속에 해는 가고 오는 것이지만, 우리는 얼음장 밑에서 숨 쉬는 물고기와 봄날을 꿈꾸는 미나리 싹 같은 끈질긴 생명력으로 새 아침을 맞이합니다. 이 아침, 저는 시인이 노래한 희망의 싹과 함께, 갓 태어난 아기의 잇몸을 뚫고 나오는 하얀 ‘첫니’를 떠올립니다. 아기에게 첫니가 돋는 과정은 생애 첫 성장의 경이로움이지만, 동시에 잇몸이 붓고 열이 나는 ‘맹출의 고통’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그 통증을 견뎌내야만 비로소 세상의 양식을 씹고 소화하여 생명을 지탱하는 단단한 존재로 설 수 있습니다. 2026년, 우리 치과계가 마주한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새로운 희망의 치아가 돋아나려 하고 있지만,
숨 가쁜 2주가 지나갔다. 레지던트 원서 접수, 인턴 시험, 직후 시행된 레지던트 선발 면접과 뒤이은 발표까지. 숨을 한 번 깊게 들이쉬고 내쉬는 사이에 모든 과정이 한꺼번에 지나가 버린 느낌이었다. 오랜만에 다시 잔인한 평가의 자리에 서 있었다. 불과 1년 전 인턴 선발 과정에서도 면접을 치렀지만, 그때와 이번은 달랐다. 당시에는 국시 성적과 학부 성적이라는 정량적인 지표가 중심이었기에 결과가 어느 정도 예상 가능했다. 그러나 레지던트 선발 과정은 훨씬 복잡했다. 지난 10개월간의 인턴 생활에 대한 평가, 공개되지 않는 인턴 시험 점수(정확히는 지원 기관에만 공개되는), 그리고 면접까지 내가 알 수 없는 기준들 사이에 놓인 채 다시 ‘평가받는 사람’이 되었다. 10개월 동안 나름 성실하게 임했다고 자부한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틈틈이 준비한 인턴 시험도 후회 없이 마쳤다. 하지만 평가 기간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은 점점 작아졌다. 특히 내가 지원한 병원은 발표가 유독 늦어 출근할 때부터 퇴근할 때까지 마음을 졸였고, 퇴근시간이 지나도 잠잠한 핸드폰에 결국 ‘아, 떨어졌구나’ 하고 받아들였을 때 실망감은 생각보다 컸다.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이 언제나 위로가 되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자재·표준위원회에서는 국제표준화기구 치과기술위원회(ISO/TC 106)에서 심의가 끝나 최근 발행된 치과 표준을 소개하는 기획연재를 2014년 2월부터 매달 게재하고 있습니다. 환자 진료와 치과산업 발전에 많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호에 소개하는 표준은 의료용 전기 기기 중 치과 분야의 핵심 장비들을 아우르는 IEC 80601-2-60:2019 (Ed 2) Medical electrical equipment-Part 2-60: Particular requirements for the basic safety and essential performance of dental equipment(KS C IEC 80601-2-60:2019 의료용 전기기기 - 제2-60부: 치과용 기기의 기본 안전 및 필수 성능에 관한 개별 요구사항)”이다. 이 표준은 기존의 일반적인 의료기기 안전 기준을 치과 진료 환경에 맞게 구체화한 것으로, 치과용 유닛, 치과 환자용 의자, 치과용 핸드피스 및 치과 진료용 조명등에 적용된다. 최근 치과 장비는 전동 모터, 고주파 수술기, 다양한 광원 등이 결합된 복합 시스템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감전, 화상, 기
2025년 을사년(乙巳年)이 저물고 있다. 올해는 대한치과의사협회 창립 100주년이라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운 기념비적인 해였으나, 우리가 마주한 현실은 축배를 들기엔 너무도 엄혹했다. 밖으로는 ‘의대 증원’으로 촉발된 전례 없는 의·정 갈등의 블랙홀이 모든 보건 의료 이슈를 집어삼켰고, 안으로는 당선 무효 1심 판결과 직무정지 가처분 인용이라는 초유의 사법 리스크가 리더십의 공백을 불렀다. 안팎으로 몰아친 거친 파도 속에서 치과계의 목소리는 묻혔고, 상처는 깊었다. 연말이면 으레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는 사자성어를 떠올리지만, 올해만큼 이 네 글자가 뼈아프게 다가온 적은 없었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복합 위기’ 속에서 개원가의 경영 수지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인건비와 재료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 반면, 건강보험 수가는 물가 상승률조차 따라잡지 못하는 ‘실질 수가 마이너스’ 시대가 고착화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비급여 진료비 보고 의무화 등 정부의 ‘통제 만능주의’ 정책은 전문직의 자율성을 옥죄었고,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DB 마케팅 업체와 연계된 불법 덤핑 치과들의 ‘저가 미끼 영업’은 의료를 쇼핑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며 개원 질서를 뿌리째
쟝 블랑제리는 이수역에 지점을 둔 유명한 빵집이다. 그냥 유명한 빵집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유명한 빵집이다. 유명 백화점에도 입점해있다. 팥 빵 하나만 먹어봐도 그 빵집의 진가를 알 수 있다. 일단, 빵이 무척 묵직하다. 뭘 넣었는지, 손바닥에 전해지는 중량감에 사장님께서 재료를 아끼지 않았음을 대번에 알게 된다. 적당히 달달한 팥이 빵 속 가득히 들어앉아 내 앞니의 커팅에 속절없이 잘린다. 찰진 빵의 식감은 대구치의 주름에서 뇌의 주름으로 직행하는 듯하다. 사실, 쟝 블랑제리의 사장님은 이 글을 읽고 계신 모든 분들이 아실만한 유명한 치과의사의 동생분이시다. 내가 쟝 블랑제리를 알게 된 것은 지금으로부터 25년 전 재료학 강의 시간 중이었다. 당시 강의에 들어오셨던 치과의사분께서 쟝 블랑제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그리고 그 치과의사분께서 유명해지셨다. 쟝 블랑제리는 낙성대에 있는 빵집이었다. 빵이 맛있기로 입소문이 자자하였고 특히 서울대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있었다. 낙성대에 있는 빵집의 봉투가 혜화의 서울대병원에서도 종종 발견되었다고 한다. 치과의사인 형의 존재가 쟝 블랑제리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쟝 블랑제리의 빵들은 화려하지 않다.
최근 국회예산정책처의 분석은 한국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지적한다. 제조업 노동생산성은 OECD 28개국 중 6위로 경쟁력이 있으나, 전체 고용의 70%를 담당하는 서비스업은 26위로 매우 낮다. 이 낮은 생산성은 국내 저성장률의 주요 요인이다. 치과 개원가 역시 과도한 경쟁, 낮은 건강보험 원가 보전율(66%), 비급여 수가 급락, 고정비 지출 상승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24년 개원환경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응답자의 60.4%가 전년 대비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고 한다. 이러한 침체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안면 미용 시술, 기능치의학 등 새로운 진료 영역 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흐름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돌파구는 생산성 향상이며, 이를 위해 진료와 경영에 AI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개원의 사례는 새로운 해답이 될 수 있다. AI 바람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성공적인 AI 덴티스트리 구현의 핵심은 단순히 장비 구매 목록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직원 구성원 전체의 수용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현재 개원가에서 당장 적용하여 생산성 향상을 체감할 수 있는 AI 영역은 크게 세 가지다. 생산성 향상을 위한 AI 3대 핵심
조선대학교 치과병원 예방치과를 개소한 지 세 달이 흘렀습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진료 시스템을 하나씩 정비해 가다 보니, 어느덧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진료실 개설과 대학의 학사 일정이 동시에 시작되면서 요즘의 하루하루는 숨 돌릴 틈 없이 지나갑니다. 밤이나 주말에라도 미뤄둔 일들을 해보려 하지만, 이제 백 일을 갓 넘긴 둘째 아이와 가족을 돌보다 보면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습니다. 네 살 구간을 돌파하고 있는 첫째 아이 체력을 채 감당하지 못하고 그로기에 빠지는 일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주간 일정 중 드물게 생기는 짧은 빈틈에는 신임교원 의무교육을 듣고, 다시 강의 준비에 매달려야 합니다. 그럼에도 매주 완벽히 준비되지 못한 강의 자료를 들고 강의실에 들어갈 때면,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다음 주엔 꼭 더 일찍 준비해야겠다며 다짐하지만, 여지없이 강의 전날 새벽이 되어서야 준비를 마무리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학생들이 보내주는 관심 어린 질문과 반짝이는 눈빛에 어떻게든 보답하고자 바둥대고 있습니다. 수련을 받고 전임의사로 지내던 시절과 비교하면 지금의 역할은 확실히 다릅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크게 다가오는 변화는 ‘진료과 과장’이라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저자 치과에서 원장이라는 자리에 오르면 자연스럽게 리더가 됩니다. 하지만 리더가 되는 데는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정식으로 리더 교육을 해주는 것도 아닙니다. 마치 부모가 되는 일처럼, 처음부터 준비된 사람은 드뭅니다. 대부분의 리더는 ‘어쩌다 리더’, ‘어쩌다 원장’으로 시작합니다. 환자 진료에 집중해온 시간 속에서 조직 관리와 팀 운영이라는 전혀 다른 세계가 열리는 것이지요. 문제는 진료는 익숙한데, 사람을 이끄는 일은 익숙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좋은 리더 밑에서 일해보는 것도 배움이 되지만, 운이 따라줘야 가능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책을 통해 수많은 리더의 실패와 성찰, 성공과 전환점을 배우는 것은 더욱 중요합니다. 책은 단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사고와 태도, 리더십의 맥락 전체를 압축해 담고 있습니다. 반복해서 읽고 곱씹다 보면, 나만의 리더십 철학이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합니다
치의신보가 1966년 12월 15일 ‘칫과월보’라는 이름으로 첫걸음을 내디딘 지 59년이 되었다. 59년이라는 긴 세월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이 아니라, 대한민국 치과계의 발전상을 곁에서 지키고 기록해온 ‘신뢰의 역사’ 그 자체다. 치과계 유일의 정론지로서 쌓아온 이 신뢰를 바탕으로, 치의신보는 이제 눈앞에 다가온 AI 시대의 대변혁을 선도할 미래 비전과, 치과계가 함께 해결해야 할 산적한 숙제들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치의신보가 그리는 미래는 ‘첨단 미디어’로서의 확고한 자리매김이다. 급변하는 시대 변화를 직시하며, 우리는 더 이상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에 머물지 않을 것이며 3대 지향점과 지속 발전을 위해 풀어나가야 할 숙제들을 인식하고 있다. 첫째, 치의신보는 AI 진단, 디지털 치료 등 첨단 기술과 정부 정책 변화를 가장 빠르게 분석하고 예측하여, 치과계 가족들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지식 게이트웨이’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둘째, 치과산업계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국내외 동향, 신기술 정보를 깊이 있게 제공하고, 임상과 산업이 함께 성장하는 상생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앞장설 것이다. 셋째, 지면신문뿐만 아니라 ‘치의신보 TV’와 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