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자들이 “치과 치료를 제대로 안 받으면 치매에 걸린다던데 정말인가요?”라고 묻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이런 질문의 배경에는 치주염과 알츠하이머병 사이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들이 있는데, 과연 어느 정도까지 신뢰할 수 있을까?
2019년 Science Advances지에 (10.1126/sciadv.aau3333) 발표된 혁신적인 연구는 치과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조직에서 만성 치주염의 주요 원인균인 Porphyromonas gingivalis(P. gingivalis)를 발견했다고 보고했다. 이는 단순히 구강 내 세균이 뇌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을 넘어서, 치주염이 치매 발병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연구 결과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사람의 뇌조직에서 직접 P. gingivalis의 존재를 확인하였다. 연구진이 알츠하이머 환자 3명과 정상인 6명의 뇌조직에서 P. gingivalis 특이 유전자를 검사한 결과, 알츠하이머 환자 3명 모두와 정상인 6명 중 5명에서 P. gingivalis DNA가 검출되었다. 이는 구강에서 시작된 감염이 실제로 뇌까지 도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뇌척수액에서도 10명의 알츠하이머 환자 중 7명에서 이 세균의 유전자가 발견되었으며, 모든 환자의 타액에서도 동일한 세균이 검출되었다.
알츠하이머와 P. gingivalis관계를 증명하기 위해, P. gingivalis가 분비하는 단백질 분해 효소인 gingipain에 집중하였다. 알츠하이머 환자 뇌조직의 무려 96%에서 P. gingivalis가 분비하는 독성 단백질 분해효소인 ‘gingipain’이 발견된 반면, 정상인 뇌조직에서는 38~52%에서 발견되었다. 특히 이 gingipain의 농도는 뇌 내 Tau 단백질 병변과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Gingipain 농도가 높게 측정된 뇌 조직일수록 Tau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쳐진 신경섬유매듭도 더 많이 관찰되었다는 뜻이다.
여기서 Tau 단백질에 대해 설명하자면, 정상적인 뇌에서는 Tau 단백질이 신경세포 내 미세소관을 안정화시켜 세포의 구조를 유지하고 영양분 운반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이 Tau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쳐서 ‘신경섬유매듭(neurofibrillary tangles)’을 형성하게 되고, 이것이 신경세포를 서서히 죽게 만든다. 쉽게 말해 신경세포의 ‘골격’이 무너져내리면서 뇌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마치 건물의 철근이 녹슬어 무너지면 건물 전체가 붕괴되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P. gingivalis가 어떻게 뇌 손상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메커니즘을 밝힌 것이다. Gingipain은 뇌 내에서 알치하이머 질병을 유발하는 아밀로이드 베타 1-42의 생성을 증가시키고, Tau 단백질을 직접 분해하여 신경세포 손상을 유발한다. 연구진이 실험실에서 Tau 단백질에 gingipain을 노출시킨 결과, Tau 단백질이 여러 조각으로 잘려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이렇게 잘린 Tau 단백질 조각들은 정상적인 Tau 단백질보다 더 쉽게 뭉쳐서 독성 덩어리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마우스 실험에서 구강을 통해 P. gingivalis에 감염시킨 결과, 세균이 뇌로 이동하여 정착하고 치매와 유사한 병변을 형성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연구진은 gingipain에 의한 뇌 손상 메커니즘을 더 확실하게 증명하기 위해, gingipain을 억제하는 소분자 화합물을 개발했다. 이 억제제를 투여한 동물 실험에서 뇌 내 P. gingivalis 수치가 90% 감소하고, 아밀로이드 베타 생성이 차단되며, 신경염증이 완화되었다. 현재 이 화합물(COR388)은 실제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그렇다면 치주염 관리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될까? 연구 결과를 종합해보면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P. gingivalis는 일상적인 양치질, 치실 사용, 음식 섭취 과정에서도 혈류로 유입될 수 있으며, 심혈관계, 태반, 간 등 다양한 장기에서 발견된 바 있다. 뇌 역시 예외가 아닌 셈이다.
하지만 이 연구 결과를 해석할 때는 신중함이 필요하다. 첫째, 치주염이 있다고 해서 모든 사람이 치매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둘째, 정상인의 뇌에서도 상당한 비율로 P. gingivalis가 발견되었다는 점에서, 세균의 존재 자체보다는 개인의 면역 반응이나 유전적 소인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셋째, 치매는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는 질환이므로, 치주염 관리만으로 치매를 완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결론적으로, 구강 건강과 뇌 건강 사이의 연관성은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 치주염 관리가 치매 예방의 완전한 해답은 아니지만, 전신 건강을 위한 중요한 요소임은 분명하다. 환자들에게는 “치과 치료를 받지 않으면 치매에 걸린다”는 극단적인 메시지보다는, “구강 건강이 전신 건강의 일부이며, 정기적인 치과 검진과 관리가 여러 질환의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균형 잡힌 설명을 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마치 고혈압 관리가 뇌졸중 예방에 도움이 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처럼, 치주염 관리 역시 치매 예방을 위한 여러 노력 중 하나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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