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러 밤에 몰래 온다라는 이야기를 믿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곶감 주면 안 잡아먹지하는 전래동화에도 재밌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환상의 이야기를 완전히 믿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몰입할 수 있는 정도의 약간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게임이 재미있었던 이유도 가상의 게임 캐릭터가 겪어나가는 그 스토리에 빠질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40대가 되면서 책임을 질 것들이 많아지면서 지극히 현실적으로 변해갑니다.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고 환상의 이야기를 그저 판타지로 치부해버리기에 드라마, 영화, 보드게임, 비디오 및 컴퓨터 게임들이 이제는 해도 시들시들합니다. 철이 들고 어른이 된다는 것이 서글퍼지는 이유 중의 하나 같습니다. 저도 과거에는 상상력이 이전보다 풍부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온 2000년대 중반 전에 2000년대 초에 MP3플레이어와 디지털 카메라를 따로 들고다니고 음악과 사진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하는 것이 귀찮기에 스마트폰과 같은 개념을 20대 초반에 떠올렸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면서 이 게임 전략을 경영학에
김동석 원장 ·치의학박사 ·춘천예치과 대표원장 <세상을 읽어주는 의사의 책갈피>, <이짱>, <어린이 이짱>, <치과영어 A to Z>, <치과를 읽다>, <성공병원의 비밀노트> <인문학, 병원을 만나다>저자 AI는 이제 낯선 기술이 아니라 일상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진료실에서도, 경영에서도, 일상에서도 우리는 자연스럽게 AI에게 묻고 답을 얻습니다. 그러나 AI의 성능은 결국 ‘얼마나 잘 질문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같은 도구라도 질문의 깊이에 따라 전혀 다른 답을 내놓습니다. 좋은 질문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습니다. 그것은 사고의 습관에서 나오고, 사고의 습관은 결국 독서에서 길러집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저자에게 질문을 던지고, 문장 사이의 맥락을 해석하며, 스스로 생각을 확장하는 훈련입니다. AI에게 모호한 질문을 던지면 모호한 답이 돌아옵니다. 하지만 배경지식이 쌓이고, 개념이 정리되어 있으며,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면 질문은 구체적이고 정교해집니다. 그 순간 AI는 단순한 검색 도구가 아니라 사고를 확장하는 파트너가 됩니다. 특히 치과의사처럼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
*테세우스의 배: “미노타우로스를 죽인 후 아테네에 귀환한 ‘테세우스의 배’를 아테네인들은 팔레론의 디미트리오스 시대까지 보존했다. 그들은 배의 판자가 썩으면 그 낡은 판자를 떼어버리고 더 튼튼한 새 판자를 그 자리에 박아 넣었다. 커다란 배에서 겨우 판자 조각 하나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이 배가 테세우스가 타고 왔던 ‘그 배’라는 것은 당연하다. 한 번 수리한 배에서 다시 다른 판자를 갈아 끼운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계속 낡은 판자를 갈아 끼우다 보면 어느 시점에는 테세우스가 있었던 원래의 배의 조각은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배’를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있는가?” 어느 순간에 더 이상 ‘테세우스의 배’라고 부를 수 없는지 모호하다는 것은, 그 변화 과정이 연속적, 무경계이기 때문입니다. 경계를 정하는 것, 분별해서 세상을 파악하는 것은 우리 인간, 이성의 능력입니다. 당장 바닷가를 가봐도 그렇습니다. 어디까지가 ‘바다’이고 어디서부터 ‘육지’인지, 그 경계가 명확하게 정해져 있지 않습니다. 연속적이며 무경계입니다. 하지만 우리 인간은 지도를 그리죠. 바다와 육지 사이의 경계를 그립니다. 인
감염병의 일상화 시대, 치과 진료실에서 감염병 환자를 마주하는 것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일상이 되었다. 많은 치과의사가 에어로졸을 통한 2차 감염이나 진료 중 사고에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감염내과 전문의 정진원 교수는 “이러한 두려움을 방치하는 것은 잠재적 리스크를 키우고 치과의사의 지역사회 역할을 제한하는 것”이라며 표준 프로토콜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한다. 혈액 매개 감염의 오해와 진실: 바늘보다 무서운 것은 ‘방심’ 치과 임상에서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날카로운 기구에 의한 주사침 사고다. 정 교수는 이번 대담을 통해 의료진의 대표적인 공포 두 가지를 데이터로 걷어냈다. 첫째는 HIV(에이즈)다. HIV 환자의 혈액이 묻은 바늘에 찔렸을 때 전염 확률은 약 0.3%에 불과한 반면, B형 간염은 그 확률이 20~30%에 달해 100배가량 더 위험하다. 둘째는 사고 후 대처다. 정 교수는 “사고 발생 시 즉시 흐르는 물에 상처를 세척하여 오염원을 제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의료진이 미리 B형 간염 항체를 보유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보호책임을 강조했다. 에어로졸 공포의 해법: ‘가글’과 ‘환기’라는 명쾌한 디테일 치과 치료 시 발
저희 대한여성치과의사회(이하 대여치)는 여성 치과의사로서, 그리고 한 명의 협회 회원으로서 다양성과 평등이 우리 사회와 조직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핵심 가치라고 믿습니다.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의사결정에 참여할 때, 우리는 더 혁신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조직의 경쟁력과 직결되는 현실적 전략입니다. 현재 제34대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 선거가 진행 중입니다. 선거는 단순히 인물을 선택하는 과정이 아니라, 우리가 어떤 협회를 만들 것인지 방향을 정하는 과정입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대여치는 네 분의 후보자 캠프에 정책 질의서를 발송하였습니다. 이는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기 위함이 아니라, 치과계의 구조적 대표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민하자는 제안입니다. 1. 대표성 강화: 대여치 추천 당연직 대의원 5명 확보에 관한 견해 현재 여성 치과의사의 비율은 약 28%에 이르며 그 비중은 계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 대여치는 십여년 이상의 지난한 노력으로 군진지부외 여성대의원 1인 의무배정이라는 성과를 낳았으나 아직도 대의원 총회 내 여성 의사결정권자의 비율은
“선생님, 이 환자는 대체 왜 이럴까요?” 치과 의사들이 커뮤니티에서 흔히 던지는 질문이다. 도저히 통제되지 않는 극심한 치과 공포증을 보이거나, 객관적인 원인을 찾을 수 없는데도 지속적인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 우리는 흔히 이들을 ‘예민한 환자’ 혹은 ‘진상’으로 치부하곤 한다. 하지만 고대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수진 교수는 이 현상을 ‘신체화(Somatization)’와 ‘통증 인지’의 과학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음의 병이 부르는 입속의 염증: 코르티솔의 역습 김 교수는 정신과적 질환이 구강 건강을 악화시키는 직접적인 기전을 설명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우울증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를 촉진하고, 이는 전신 면역 체계를 무너뜨려 치주 질환을 급격히 진행시킨다. 또한, 우울증 환자는 ‘자기 돌봄 동기’가 현저히 낮아져 양치질조차 포기하게 된다. 즉, 환자의 엉망이 된 입속 상태는 게으름의 결과가 아니라, 현재 그 환자의 마음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는 강력한 조난 신호인 셈이다. 정신과 약물의 복병, 구강 건조증과 대응 전략 치과의사가 반드시 알아야 할 실전 지식 중 하나는 정신과 약물의 부작용이다. 대다수의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는 침 분
인간의 치아는 평생 두 번 난다. 유아기의 유치(젖니), 그리고 성인의 영구치. 한번 잃으면 다시 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잇몸 속에는 세 번째로 자랄 수 있는 ‘치배(tooth germ·치아 싹)’가 잠들어 있다. 평소에는 USAG-1이라는 단백질이 이를 억제해 깨어나지 못할 뿐이다. 일본 교토대 스타트업 토레젬 바이오파마(Toregem BioPharma)가 개발 중인 항체 의약품 TRG035는 바로 이 브레이크를 풀어 ‘제3의 치아’를 자라게 하는 세계 최초의 시도다. 의치·임플란트에 이은 치과 치료의 제3의 선택지, 그 도전이 시작됐다. 연구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카하시 가쓰(Dr. Katsu Takahashi) 박사 연구팀은 USAG-1 유전자가 결핍된 생쥐에서 과잉 치아가 자라나는 현상을 발견하고, USAG-1이 치아 세포의 아포토시스 조절을 통해 치아 수를 결정하는 핵심 단백질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Murashima-Suginami et al., Biochem. Biophys. Res. Commun., 2007). ‘치아 성장을 막는 단백질을 차단하면 새 치아를 자라게 할 수 있다’는 역발상 치료
한창 살을 에는 추위가 살벌하게 기승을 부리더니, 점차 해가 빨리 뜨고 늦게까지 머무는 것이 봄이 조금씩 찾아오고 있음을 체감하게 한다. 새로운 시작을 반기기 전, 이제 떠나야하는 내 첫 직장(?)을 정리하기 위해 강의실의 캐비닛을 조금씩 비워나가기 시작했다. 그냥 작은 캐비닛일 뿐인데, 한참 살던 집에서 이사 가는 것 마냥 어찌나 추억이 담긴 물건이 많던지. 마음이 울컥해져 짐을 정리하는 데 한 세월이 걸렸다. 3년 동안 썼던 이 좁은 공간에는 캐비닛을 처음 배정받고 설레어하며 병원복을 입었던 원내생 때의 풋풋함부터, 시험 기간에 눈물 흘리며 필사적으로 외웠던 필기 흔적, 생일이라고 동기들이 빼곡히 적어준 편지들, 그리고 인턴 생활 내내 주머니에 꽂고 살았던 꼬질꼬질한 인계지들이 쏟아져 나왔다. 고작 지난 몇 년의 흔적인데 어쩜 그렇게 한 톨도 놓치기 아까울 정도로 소중한지, 그 치열했던 순간들이 사실은 얼마나 찬란한 시간이었는지 이제야 실감한다. 돌이켜보면 이 캐비닛 안에는 원망의 조각들도 섞여 있었다. 학생 시절, 끝도 없는 강의실 의자에 앉아 “대체 이걸 왜 배워야 하지? 임상에 나가면 정말 쓰긴 하는 걸까?”라며 오만하게 투덜거렸던 기억이 난다.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