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에는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주러 밤에 몰래 온다라는 이야기를 믿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곶감 주면 안 잡아먹지하는 전래동화에도 재밌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은 그 환상의 이야기를 완전히 믿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몰입할 수 있는 정도의 약간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어린 시절 게임이 재미있었던 이유도 가상의 게임 캐릭터가 겪어나가는 그 스토리에 빠질 수 있는 순수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나이가 들어가고 40대가 되면서 책임을 질 것들이 많아지면서 지극히 현실적으로 변해갑니다. 마음의 여유가 사라지고 환상의 이야기를 그저 판타지로 치부해버리기에 드라마, 영화, 보드게임, 비디오 및 컴퓨터 게임들이 이제는 해도 시들시들합니다. 철이 들고 어른이 된다는 것이 서글퍼지는 이유 중의 하나 같습니다.
저도 과거에는 상상력이 이전보다 풍부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폰이 세상에 처음 나온 2000년대 중반 전에 2000년대 초에 MP3플레이어와 디지털 카메라를 따로 들고다니고 음악과 사진을 업로드하고 다운로드하는 것이 귀찮기에 스마트폰과 같은 개념을 20대 초반에 떠올렸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하면서 이 게임 전략을 경영학에 적용해서 책을 만들면 어떨까하는 그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하며 즐거워했었습니다. 그런 상상력이 이전에 비해 조금씩 덜해지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합니다. 요즘 세상을 바꾸는 기업가가 대부분 중년이 아닌 청년들인 이유는 기존의 세상의 익숙해진 질서 대신 상상력으로 새로운 세상을 꿈꿀 수 있는 능력이 젊을수록 많기 때문일 것입니다.
AI시대입니다. 이제는 성실하게 노력하고 평균적이고 현실적인 생각을 하는 업무들은 AI가 무섭게 추격하고 따라잡으며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AI를 활용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지만 그 이전에 상상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남들이 다 만들 수 있는 스토리가 아닌 독창적인 시각으로 상상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최근 개봉한 ‘왕과 사는 남자’는 흔히 다루는 단종과 수양대군의 계유정난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닌 이후의 삶에 초점을 맞추는 독창적인 시각의 상상력으로 영화를 만들었기에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상상력이 짙어질수록 그와 관련되는 업무에 몰입을 할 수 있고 안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대다수는 주어지는 업무에 몰입과 안정적인 마음보다는 불안한 마음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너무 지극히 현실적인 마음이나 과한 욕심에서 벗어나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책임을 덜 지는 대신에 제약적인 조건이 많습니다. 미성년자는 술 담배를 할 수 없으며, 잠을 자는 시간도 어른보다 일찍 자야합니다. 그렇게 어른들보다 건강한 삶을 살도록 강제당하기에 밤에 어른이 된 이후의 삶을 꿈꾸고, 게임과 같은 사소한 일탈에 감사하고 소중히 여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요즘은 인터넷과 유튜브로 너무 현실적인 정보들이 많기에 요즘 아이들의 상상력은 이전보다 더 빈곤하지 않을까 추측해봅니다.
어른들은 유튜브가 아니어도 과거에는 뉴스와 신문들로 상상력 보다는 현실적이게 되었으며, 이제는 인터넷과 유튜브로 실시간으로 세상이 돌아가는 소식들이 과하게 노이즈와 같이 알려주니 이 또한 이전의 어른들보다 더 현실적으로 변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게다가 자유가 있기에 짧은 수면, 운동부족 및 잦은 음주로 인한 피곤한 신체는 상상력을 더욱 발휘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상상력을 다시 회복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세상이 돌아가는 소식에 대한 노이즈를 줄이고, 욕심을 줄이고 절제하며 균형된 삶을 살고, 과거에 대한 후회보다는 과거에 즐거워하고 감동했던 일들을 다시 떠올려보고 미래에 대한 불안한 상상보다는 설레는 꿈을 꾸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인생은 한편의 영화와 같고 나를 배우라고 인식하는 관객으로 간주하고, 힘든 과정을 거치는 내가 될 때는 관객과 같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바라보고, 또 즐거운 순간이 올때는 기꺼이 나를 배우에 몰입하는 관객이 되는 삶을 살 수 있기를, 매우 어렵고 황당한 이야기지만, 그렇게 스스로에게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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