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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의 치아가 온다 - ‘치아 재생 주사’ TRG035, 제2의 임플란트 될까

스펙트럼

인간의 치아는 평생 두 번 난다. 유아기의 유치(젖니), 그리고 성인의 영구치. 한번 잃으면 다시 나지 않는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그런데 사실 우리 잇몸 속에는 세 번째로 자랄 수 있는 ‘치배(tooth germ·치아 싹)’가 잠들어 있다. 평소에는 USAG-1이라는 단백질이 이를 억제해 깨어나지 못할 뿐이다. 일본 교토대 스타트업 토레젬 바이오파마(Toregem BioPharma)가 개발 중인 항체 의약품 TRG035는 바로 이 브레이크를 풀어 ‘제3의 치아’를 자라게 하는 세계 최초의 시도다. 의치·임플란트에 이은 치과 치료의 제3의 선택지, 그 도전이 시작됐다.


연구의 시작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타카하시 가쓰(Dr. Katsu Takahashi) 박사 연구팀은 USAG-1 유전자가 결핍된 생쥐에서 과잉 치아가 자라나는 현상을 발견하고, USAG-1이 치아 세포의 아포토시스 조절을 통해 치아 수를 결정하는 핵심 단백질임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Murashima-Suginami et al., Biochem. Biophys. Res. Commun., 2007). ‘치아 성장을 막는 단백질을 차단하면 새 치아를 자라게 할 수 있다’는 역발상 치료 전략의 이론적 토대가 된 연구였다.


이후 연구팀은 anti-USAG-1 단클론 항체 5종을 개발해 다양한 선천성 무치증 동물 모델에 투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USAG-1이 BMP와 Wnt 두 가지 치아 성장 신호를 동시에 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이 중 BMP 신호 차단을 해제하는 항체, 즉 USAG-1이 걸어둔 ‘브레이크를 풀어주는’ 역할을 하는 항체 #37과 #57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치아 재생을 유도했다. 특히 인간과 유사한 치열 구조를 가진 페럿(ferret)에서도 제3의 치아 형성에 성공하며 임상 적용 가능성을 한층 높였다(Murashima-Suginami et al., Sci. Adv., 2021). 이는 세포를 직접 이식하지 않고 항체 주사 한 번으로 치아를 재생하는 ‘세포 비의존적 분자 치료’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제시한 성과다.


이 연구를 기반으로 2020년 설립된 토레젬은 기소 호노카(Honoka Kiso) 대표 CEO 주도 아래 “사람들이 치아를 잃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회를 만든다”는 목표로 TRG035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TRG035는 최근 일본 후생노동성으로부터 희귀의약품(Orphan Medicinal Product) 지정을 받아 세금 감면, 연구비 지원, 규제 심사 우선권 등의 혜택을 확보했다. 또한 2024년 6월에는 일본 의료연구개발기구의 ‘약물 발굴 벤처 에코시스템 강화 프로젝트’에 선정되어 국가 차원의 지원도 받고 있다.


임상 진행 현황도 순조롭다. 2024년 9월 충치 등으로 치아를 잃은 30~64세 성인 남성 30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개시해 안전성을 검증 중이며, 이후 2026년부터는 사랑니를 제외한 성인 치아 28개 중 4개 이상이 부족한 2~7세 선천성 무치증 소아 환자 약 50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약가는 약 150만 엔(한화 약 1,340만 원)으로 책정됐으며, 향후 건강보험 적용도 추진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선천성 무치증을 넘어 충치·치주질환·노화 등으로 치아를 잃은 일반 성인 환자로 적응증을 확장하고, 국제 의료기관과의 공동 연구도 추진할 계획이다. TRG035가 임상을 성공적으로 통과한다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잃어버린 치아를 자연적으로 되살리는 치료법이 현실화되는 순간이 될 것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